“댕냥이 팔자가 상팔자”…대세가 된 펫 헬스케어
1500만명. 반려동물 양육 인구 숫자다. 국내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 1인 가구 증가와 저출생 고령화로 ‘펫팸족(Pet+Family)’이 크게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커졌다. 최근 눈길을 끄는 건 반려동물 헬스케어의 급성장이다. 인간이 늙으면 병치레에 돈이 많이 들듯 동물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반려동물 건강관리에 큰돈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펫팸족’은 다르다. 사료도 프리미엄으로 챙기고 건강기능식품을 먹인다. 암이나 디스크 등 반려동물 고령화에 따른 각종 질환 치료에도 적극적이다. 츄이(Chwy)와 펫코(Petco Health and Wellness) 등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펫 커머스 업체들이 원격 의료, 동물병원 설립 등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유럽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는 동물 의약품 업체인 데크라파머슈티컬스를 45억파운드(약 7조876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2월 반려동물용 겨드랑이 온도계를 개발한 멜라 펫케어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마크 큐반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반려동물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 ‘러브콜’이 이어진다. 글로벌 투자금은 2013년 3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28억달러까지 8배 이상 치솟았다. 전 세계 뭉칫돈이 반려동물 시장으로 몰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펫은 더 이상 펫이 아니라 인간화되고 있어서다. 이른바,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이다.
삼정KPMG가 발표한 ‘다가오는 펫코노미 2.0 시대, 펫 비즈니스 트렌드와 새로운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반려동물 시장은 4930억달러(약 6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도 급성장세다.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17년 대비 2배가량 성장한 4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11% 성장하며 2027년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산업 유망 스타트업과 민간 투자자를 연결하는 ‘반려동물 산업 육성 협의회’가 출범해 IR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수경 삼성KPMG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인구 구조 변화로 다양한 섹터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반려동물 시장은 양육 인구와 반려동물 개체 수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여 사업 확장이 비교적 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술 기반 헬스케어 각광
반려동물이 인간 수준 ‘대접’을 받으면서 새롭게 뜨는 분야가 헬스케어다. 펫 푸드는 태국 등 동남아에서 값싸게 생산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펫 커머스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펫 헬스케어는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라 성장성을 인정받고 투자 역시 활발하다.
지난해 혈액암을 앓는 반려견에게 항암제를 추천하는 임프리메드도 SBVA(전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들은 미국 동물병원 250여곳의 종양 전문 수의사들이 약 6000마리 반려견을 대상으로 해당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경쟁사 대비 빨리 상용화가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헬로마이펫과 카미랩은 올해 초 씨엔티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헬로마이펫은 20여종의 동물용 의약외품을 보유 중이다. 카미랩은 일명 강아지 MBTI(성격유형검사)를 개발해 반려동물의 심리를 분석하고 최적화된 양육법을 알려준다.
비만·당뇨는 인간뿐 아니라 반려동물 산업에서도 핫이슈다. 오카바제약은 바이오 제약사 비바니메디컬과 함께 고양이에게 GLP-1 약물을 전달하기 위한 임플란트를 개발한다. 오카바제약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받은 인체용 약물을 동물용으로 전환하는 생명공학 스타트업이다. 최근 발표한 고양이 대상 GLP-1 임플란트 연구에 따르면, 오카바제약의 임플란트 치료법은 고양이가 112일 동안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제약사들도 반려동물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2020년부터 관련 업계에 투자한 유한양행은 에스비바이오팜에 총 130억원을 투자했다. 동화약품도 지난해 핏펫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GC녹십자가 설립한 그린벳은 지난해 14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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