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으리한 집서 난민 파티"…獨 강남좌파 때리는 좌파 그녀
이달초 치러진 독일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돌풍을 일으키자 독일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AfD는 튀링겐주(州) 주의회에선 32.8%의 득표율로 1위를, 작센주에선 30.6% 득표율로 1위(기독교민주연합 31.9%)에 아슬아슬 하게 못 미치는 2위를 기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금기시된 극우적 가치관(반이민‧인종차별)이 제도 정치권에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받은 건 극우정당 뿐만 아니다. 극좌정당도 1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바람을 일으켰다는 점도 주목 받았다.
AfD와 대척적에 있을 법한 이 정당의 이름은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 – 이성과 정의’(Bündnis Sahra Wagenknecht – Vernunft und Gerechtigkeit). 조국혁신당처럼 당 대표인 자라 바겐크네히트(55)의 이름을 간판으로 내건 당이다.
올해 1월 창당한 BSW는 정강없이 출발했다. 이 때문에 BSW의 정책 지향점은 대표이자 당 그 자체인 자라 바겐크네히트의 발언과 저서를 통해 유추할 수밖에 없다.
우선 BSW의 공약 중 경제와 사회 분야 정책은 진보적 색채를 띤다.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조세를 통한 불평등 완화, 주택‧보건 분야의 반(反)민영화를 내걸고 있다. 그런데 주요 산업에 대한 국영화 등 극단적인 주장은 하지 않기 때문에 독일의 주류 정당이자 중도 진보계인 사회민주당(SPD)과 별 차이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진보 정당을 표방하는만큼 친환경에 대해서도 설파하지만, 기술 혁신을 통한 환경 보호를 주장하고 있어 오히려 보수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다른 좌파 정치인들은 바겐크네히트와 BSW를 “반환경론자”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BSW가 이채로운 점은 좌파정당이면서도 이민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민자들이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쓸 돈을 독일 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다. 원래 독일의 좌파당(Die Linke)의 유력 정치인이던 바겐크네히트가 지도부와 다투고 신당을 창당한 이유도 우크라이나전 지원 여부 때문이다.
또 좌파정당의 전유물인 ‘정체성 정치’에 대해서도 바겐크네히트는 저서를 통해 “기괴한 소수자들이 피해자 행세를 한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내걸면서 기존 좌파 정치인들과는 자주 충돌을 빚었다. 다만, 본인 스스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고 있고, 인종과 성정체성이 아닌 경제적 계급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정의하는만큼 일관된 좌파 노선을 걷는 것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독일 정치학자들은 이 때문에 ‘좌파 보수(Linkskonservatismus)’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바겐크네히트와 BSW를 평가하고 있다. 기존의 정치 지형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서다. 실제로 지지자들도 극우정당인 AfD와 상당히 겹친다. BSW가 초기에 당원수를 450명으로 극도로 제한하고, 다른 사람들은 ‘지지자’로만 등록케 한 것도 “당은 통제된 상태로 천천히 성장해야한다”(바겐크네히트)는 명분과 달리 Afd에 당이 잠식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있다.
BSW의 성장을 두고 독일의 경기침체와 낙후된 옛 동독 지역의 박탈감을 꼽는 보도가 많았다. 또한 기존의 진보 혹은 좌파세력에 대한 독일 시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BSW 지지로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겐크네히트는 “이민자를 현실에선 좀처럼 마주칠 일이 없는, 부촌의 으리으리한 집에서 난민 환영 파티를 하는”, “가난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서민을 깔보는” 좌파들을 비난한 바 있다. 독일판 ‘강남좌파’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수의 가치로만 여겨졌던 ‘국가와 민족, 그리고 가족’의 가치에 대해서 역설한다.
‘좌파 보수’라는 새로운 조류가 제도권에 정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BSW라는 정당 조직이 바겐크네히트 개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BSW는 정당이 수직적이고, 계층적이며 바겐크네히트와 그 주변인물들이 당원 가입을 결정하는 비밀스러운 구조”라며 “아직은 바겐크네히트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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