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뒤에 숨은 서울시? 팬들은 왜 비판 성명까지 냈나

김상화 2024. 9. 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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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형 경기장 공연 유치는 필수, 일본도 경기장서 행사... 관리·투자가 핵심

[김상화 기자]

 지난 2022년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아이유 콘서트
ⓒ 이담엔터테인먼트
최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이하 상암구장)이 축구계와 가요계 양쪽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얼마전 진행된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경기 직후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잔디 상태가 나빠) 공을 다룰 때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할 만큼 잔디 관리 상태가 도마 위에 오른 것. TV 중계 화면 만으로도 곳곳이 파여 있고 빛바랜 색이 목격될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오는 9월 21~22일 양일간 열릴 예정인 아이유 콘서트로 '잔디 논란'의 불똥이 튀었다. 이틀에 걸쳐 10만 명 정도의 관중이 입장하는 대규모 공연인 가운데, 일각에서 그라운드 사용을 문제 삼았다. 일부 축구 팬은 서울시에 콘서트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을 내기도 했다.

결국 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측에선 내년부터 공연 등 문화 행사 개최 시 그라운드석 판매는 제외하는 조건으로 대관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상암 잔디 상태, 왜 엉망인가?

그렇다면 왜 상암구장의 잔디 상태는 대표팀 선수들이 불만을 표시할 만큼 안 좋아진 것일까? 이를 두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관리 문제, 잔디 품종, 역대급 폭염에 따른 여파 등을 원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특히 종목 특성상 축구는 연말연시 한두 달을 제외하면 1년 내내 프로 리그, 국가대표 경기 등을 치른다. 이 때문에 비싼 경기장 사용료를 받고 있으면서 서울시와 시설관리공단이 상대적으로 관리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쉴틈없이 각종 축구 경기와 문화행사가 개최되는 상암구장에는 켄터키 블루그래스라는 한지형 잔디가 심어져 있다. 국내 대다수 경기장 역시 비슷한 품종을 사용 중이라고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지형에 맞춘 것인데, 문제는 이러한 잔디들이 13~20도 안팎 서늘한 날씨에는 잘 자라지만 25도 이상 고온에는 취약하다고 한다. 긴 휴식이 없는데다 엄청난 폭염을 견뎌야 하는 현 상황에선 잔디 혹사를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우리와 기후와 비슷한 일본 구장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 역시 각종 경기와 콘서트 등이 유명 구장에서 개최되지만 여름과 겨울을 모두 견딜 수 있는 품종 개발 및 전문 관리 인력 육성을 병행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아 한국에 비해 양호한 잔디 상태를 유지 중이라는 것이다.

유명 경기장 콘서트 개최는 필수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선 '드림콘서트'를 비롯한 각종 대규모 공연이 매년 개최되고 있다.
ⓒ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사실 국외 각국을 대표하는 경기장 대부은 각종 콘서트 개최를 병행한다. 프로 스포츠 종목 유치만으로는 수입 충당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행사를 유치하는 사업을 함께 진행한다.

팝 음악의 본고장 미국과 영국의 주요 경기장은 '콘서트 맛집'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은 '라이브 에이드'를 비롯해 퀸, 핑크 플로이드, 테이크 댓, 방탄소년단에 이르는 글로벌 스타들의 단독 콘서트로 유명세를 떨친 바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열리는 LA 다저스타디움(엘튼 존), 양키 스타디움(빌리 조엘) 같은 곳 역시 내로라하는 팝스타들이라면 거쳐가는 공연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일각에선 "전문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열라"고도 언급하지만, 국외 역시 하루 수만 명 이상 유치가 가능한 곳은 축구·야구가 열리는 경기장 또는 공원뿐이다. 특히 한국에선 돔구장은 고척 한 군데 뿐이고 잠실종합운동장(올림픽 주경기장)은 현재 리모델링 중이어서 대관이 중단된 상태다. 그렇다 보니 서울 근교에서 대형 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는 장소는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왜 아이유 탓? 뿔난 팬들의 서울시 질책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아이유 팬들은 단체로 성명서를 발표해 "다음 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 예정인 아이유 콘서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에 큰 안도감을 느끼는 바이나, 무능력한 서울시의 행정력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설관리공단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는 잔디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서울시민에게 사과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이나, 마치 아이유 콘서트 여파로 내년부터 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석 판매가 제외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상황"이러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아이유 콘서트에서 서울시설공단이 이틀간 벌어들이는 수익은 12억26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4년 한해 콘서트 수수료만으로 무려 36억 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은 그에 걸맞은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잔디 관리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었어야 마땅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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