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기본, AI로 ‘라방’부터 골프 레슨까지···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9.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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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곳곳 AI 활용 사례 들여다보니

인공지능(AI) 기술로 기업 경영과 생태계를 혁신하는 ‘AI 전환(AX)’은 산업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영화부터 스포츠, 교육, 커머스 등 우리 일상에는 이미 AI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권한슬 스튜디오프리윌루전 대표가 7월 25일 JW 메리어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매경이코노미 45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韓 스타트업, AI 영화제 2관왕

맞춤형 라이브커머스도 지원

지난 7월 25일 열린 매경이코노미 창간 45주년 콘퍼런스에서는 다양한 분야 종사자가 현업에서 적용되는 인공지능 사례를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영상 콘텐츠에 적용되는 AI 기술이 이목을 끌었다.

AI 영상 제작 스타트업 ‘스튜디오프리윌루전’이 대표적이다. 제1회 두바이 국제인공지능영화제(AIFF)에서 전 세계 500개 작품과 겨뤄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달성한 주인공이다. 평단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프리윌루전의 대표작은 ‘원 모어 펌킨’. 실사 촬영이나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거치지 않고, 순수 AI 기술만으로 제작한 덕분에 단 5일 만에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영화 제작 시장에서 사전시각화 작업을 일컫는 ‘프리비즈’ 과정에서 AI가 유용하게 활용된다. 영화 제작 전 작품의 비주얼과 콘셉트를 확인해 지식재산권(IP)을 사전에 검증하는 과정이다. 기존에는 데모 촬영이나 CG 작업을 통해서만 프리비즈 작업을 할 수 있었지만, AI가 도입되며 작업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 최근에는 AI로 현대차 콘셉트 광고를 만들며 광고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 광고 한 편을 만들 예산으로 총 세 편을 만들어 현대차에 전달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콘텐츠 기업의 AI 도입 사례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2023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 분석과 그랜드뷰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생성형 AI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3년 197억5000만달러(약 26조원)에서 오는 2030년 994억8000만달러(약 133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콘텐츠 기업의 92%가 생성형 AI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국내 영화 제작 시장에서 AI가 침투할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권한슬 스튜디오프리윌루전 대표는 “순수 AI로 영상을 제작할 경우, 가장 기대되는 효과가 바로 시간과 비용 절약”이라며 “배우의 목소리부터 음악 등 모든 과정을 AI로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앞으로는 다양한 형식으로 AI가 영상 제작에 접목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상과 커머스를 결합한 라이브커머스 분야에서도 AX가 활발하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튜브의 ‘쇼츠’나 인스타그램의 ‘릴스’ 등 숏폼 열풍이 분다. 갈수록 콘텐츠가 숏폼 플랫폼에 모이고, 숏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라이브커머스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고객 데이터다. 고객이 어느 지점에서 반응하는지, 구매 포인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비디오커머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업 ‘샵라이브코리아’는 고객 데이터를 모아 개인에게 최적화된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AI를 적극 활용한다. 고객의 이용 데이터를 수집해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디자인이나 스펙에 관심이 많은 사람과 가격과 구매 정보에 민감한 사람을 구분해 맞춤형 콘텐츠를 생성한다. 이미지 속 제품 라벨링도 AI가 인식해 자동으로 진행한다. 여기에 고객 응대가 가능한 ‘AI챗’을 더했다. AI 기술 덕분에 고객사는 별다른 프로그래밍 없이도 자사몰에서 라이브커머스와 숏폼 서비스를 즉시 시작할 수 있다.

박현석 샵라이브코리아 대표는 “숏폼을 활용한 라이브커머스는 각각의 영상으로 고객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최적화된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며 “AI를 활용해 각각의 고객에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가 7월 25일 JW 메리어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매경이코노미 45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뉴빌리티는 지난 6월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하며 유명세를 탔다. (윤관식 기자)
1800곳 활용하는 교육 AI

계약서 검토도 AI로 꼼꼼히

교육 분야에서도 AI 침투 속도가 빠르다. 코딩 전문 교육기관으로 유명한 엘리스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구현하고 있다. 2015년 설립 후 쌓은 실습·질의응답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학습 현황을 분석해 보여주는 ‘대시보드’와 궁금증을 물어보면 바로 대답해주는 ‘AI 챗봇’ 등을 도입했다. 이 같은 기능을 앞세워 국내 유수 대기업과 학교 등 1800여곳이 이용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나아가 AI가 학생별 학업 수준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는 “AI 교육이든 솔루션이든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고전력 데이터센터를 찾아봤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 전부터 데이터센터 구축을 진행 중”이라며 “데이터와 연산 두 가지를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개발하면 교육 과정과 산업에서 적용될 수 있는 AI 솔루션 비용도 내려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X는 법률 분야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리걸 AI 솔루션 스타트업 ‘BHSN’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 법조문 검색을 넘어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사업 부서에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 AI가 적절한 계약서를 추천하거나, 계약 상황에서 질의응답을 기반으로 적절한 문구를 생성해주는 식이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고객사의 잠재 위험도 덜어준다. 국가별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자동으로 법률을 검토하고 번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경우, 적용받는 규제나 우려되는 부분까지 AI가 알려준다. 구체적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어느 기간에 어떤 요건으로 증설해야 하는지 알기 쉽게 보여준다. 생소한 해외 규제 파악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AI가 단축해주는 셈이다.

임정근 BHSN 대표는 “물품 구매, 연구개발(R&D), 유통, 채용 등 사업의 모든 부분이 법률 문제로 엮여 있다”며 “정확하고 전문성 있는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해 로펌과 협력하거나 사내에 자체 변호사를 둬 다양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AI로 골프 실력도 ‘쑥쑥’

로봇으로 현실 세계까지 진출

스포츠 분야에서도 AI가 영향력을 발휘한다. 골프 산업에서 AI를 적용한 ‘크리에이츠’가 두각을 나타낸다. 클럽 제조부터 클럽 추천, 카트 이동, 코칭까지 다방면에서 AI가 활용된다. 이용자 스윙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클럽 디자인을 설계하며, 개인에게 최적화된 클럽을 추천해준다. 스윙 모션 분석을 통해 코칭까지 가능하다. 개인에게 맞는 골프 장비를 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검색이나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AI로 효율화했다.

실력 향상을 위해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을 필요도 없다. 초고속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통해 사용자 움직임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백스윙 시 어깨가 얼마나 돌아갔는지, 골반이 몇 인치 이동했는지 등 수치를 뽑아내는 식이다. “스윙 시 인체 17개 지점을 초당 180회 인식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기존에는 골프 레슨을 받으면 강사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연습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그러나 AI를 도입함으로써 간편하게 섬세한 부분까지 코칭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유럽 최대 통합 전시회(ISE)에 참여해 관심이 집중됐다. LG전자 ISE 부스에 AI를 더한 골프 스윙 데이터 분석 장비 등 신제품을 선보여 현지 호평을 받았다. 김종택 크리에이츠 대표는 “향후에는 교정 전용 하드웨어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교정 로봇이 있다면 스윙 느낌을 이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로봇 분야에서는 AX가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국내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다.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4’에서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에 함께 등장한 데 이어, 엔비디아 AI 서밋에도 참석하면서다.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한 로보틱스 플랫폼 ‘그루트’ 개발에도 협력 중이다.

뉴빌리티는 이미 국내외 17개 지역에서 70여대 로봇을 운영한다. 배달과 순찰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면서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단순히 자율주행에서 그치지 않고, 체화된 AI를 뜻하는 ‘임베디드 AI’로 진화하기 위해서다. 궁극적으로는 턱을 넘고 계단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로봇이 진화해야 한다는 것. 물리적인 세계로 AI가 확대돼야 AI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현재까지는 로봇이 이동 중 넘어지는 등 현장에서 적용하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임베디드 AI를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다양한 서비스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로봇이 일상생활에 녹아들지 않은 분위기지만, 데이터 수집과 기술 투자를 통해 임베디드 AI가 빠른 시일 내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도 AX 열풍
“업무 효율화부터 고객 자산관리까지 AI 접목”
하나은행이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자산관리 서비스 ‘아이웰스’. (하나은행 제공)
금융 산업에서는 AI 도입 속도가 더딘 것이 사실이다. 여러 금융 규제를 비롯해 고객 데이터 접근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 탓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금융업에도 최근에는 AX 열풍이 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됐고, 챗GPT가 등장하면서 AI 기술 도입이 급증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문서 인식 등 업무 효율화부터 고객 자산과 리스크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AI를 접목시켰다. AI가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개인 자산관리를 지원하고, AI 신용평가 기술 도입으로 리스크 관리까지 수행한다. 금융권 최초의 ‘AI 대출’도 대표적인 AI 도입 사례다. 거래 중인 고객의 리스크를 고려한 적정 한도를 부여하고, 고객의 거래 패턴을 분석해 즉시 대출 가능한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AI 자산관리 서비스 ‘아이웰스(AI wealth)’ 역시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다. 출시 1년 만에 자산관리 규모 62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기세를 몰아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펀드 전문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아이웰스를 AI 자산관리 시대 대표적인 초개인화 서비스로 키울 방침이다.

AX에 핵심 역할을 하는 조직이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다. 금융 산업만의 특성과 제약 상황에서 고객에게 꼭 필요한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김민희 하나금융융합기술원 어드밴스드 AI 랩장은 “금융 AI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중”이라며 “AI는 금융 시장을 완전히 재편하고 판도를 바꿀 만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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