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따라해도 저작권료 0원…이젠 보호받을 때 [댄서의 권리, 안무 저작권③]
현재 한국의 저작권법은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 저작물’을 저작물의 한 분류로 명시하고 있으며, 안무도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몸동작은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려우며, 연속적인 동작을 통해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전체적인 부분만이 저작물로 인정된다. 이러한 기준은 길어야 3분, 짧게는 2~3초로 분절돼 표현되는 케이팝 안무의 이 부분을 인정받기 힘들다.
이에 안무가와 댄서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댄스 스튜디오인 원밀리언 댄스스 튜디오의 공동대표 리아킴이 유튜브 채널 구독자 2620만명을 보유하고도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영상 조회수의 수익은 음악 저작권자에게 돌아간다. 음악은 음원 저작권협회가 생긴 역사가 오래돼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에서도 정산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댄스는 안무저작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환경 마련도 제대로 구현돼 있지 않아 안무가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안무 저작권 보호 체계가 미흡하고, 창작자들이 홀대받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여기에 해외에서의 사례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2022년 3월 세계적인 안무가 카일 하나가미(Kyle Hanagami)가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었다. 카일 하나가미가 2017년 발매된 찰리푸스(Charlie Puth)의 '하우 롱'(How long)의 안무를, 포트나이트가 표절해 이모트를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모트는 게임 속 몸동작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댄스도 표현할 수 있다.
이에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은 1심에서 4박자 음악에 맞춰 8개 몸동작을 2초간 조합한 부분을 분해한 결과 짧은 정형적 동작이고 일부에 불과,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인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의 3인의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9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들은 해당 동작들이 간단한 루틴이 아닌 고도로 훈련된 댄서들이 수행하는 패턴과 동작이며,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손해배상에 대한 판단을 요청했다.
해당 소송은 특히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에서의 1심 판결과 제9항소법원에서의 2심 판결이 달라지면서 안무 저작권에 대한 법적 논의가 중요한 전환점에 이르렀다는 걸 시사한다.
또한 저작권법 내 안무 저작물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보호 범위가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있다. 현행법은 연속된 동작을 통해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전체적인 부분만을 저작물로 인정하지만, 이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개별적인 동작이나 짧은 루틴도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확대하고 명확화해야 한다.
법무법인 린의 전응준 변호사는 “현재 안무창작 현황을 보면, 한 곡의 안무를 구성하기 위해 위탁 또는 내부 창작을 통해 수개의 안무 초안이 작성되며, 이는 전형적인 편집저작물의 창작방식에 해당한다”며, “소재인 몸동작 자체는 이미 공공영역에 속해 있어 창작성은 주로 동작의 의도적인 선택과 배열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안무 저작물의 법적 보호 범위는 편집저작물의 법리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법조윤리위원회 홍승우 위원장은 "안무가 산업이 아니기에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 침해 사례가 없다. 안무저작권 관련한 논의도 우리나라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라며 "하나가미 사례는 저작권 침해를 전제로 손해배상을 판결하며 합의가 이뤄졌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짧은 동작을 저작물로 인정한 사례다. 이에 각국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고 있다.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안무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적 개선을 위해 저작권법의 명확화와 확대, 표준계약서 도입과 계약 절차의 투명성 확보, 저작권 집중관리 단체의 역할들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너무 넓은 보호가 주어질 경우 안무저작물 창작 현실을 고려할 때 안무가의 신작 작업의 폭이 제한되는 창작의 자유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전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를 보아도 아직 안무의 특정 표현에 대한 침해 판단 기준 내지 실질적 유사성 판단 기준에 대해 사례가 많지 않아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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