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막걸리, 기준이 있나…국내산 햅쌀 쓰고 아스파탐은 빼고
첫째, 가격. 말 그대로 ‘비싼 막걸리’다. 장수 막걸리, 국순당 막걸리 등 소매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 막걸리와 비교하면 가격이 적게는 3~4배, 많게는 수십 배에 달한다. 한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부터 프리미엄 막걸리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울산 복순도가막걸리, 정읍 송명섭막걸리 등이 대표 주자였다. 10년이 훌쩍 지난 과거지만 당시에도 주점에서 2만~3만원대 가격에 판매가 됐다”며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술은 아니지만 프리미엄 막걸리 개념이 대중에게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둘째, 재료다. 업계에서는 국내산 쌀과 전통 누룩을 쓰고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제품을 프리미엄 막걸리로 본다. 구체적으로 쌀은 정부미가 아닌 지역쌀, 묵은쌀보다는 그해 생산한 햅쌀을 쓰는지를 살핀다.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이나 사카린 같은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는 것도 중요 포인트다. 재료는 비싼 가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첨가물 없이 단맛을 내려면 쌀이나 각종 원재료를 많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가는 자연히 올라간다.
셋째는 양조 기법이다. 무엇보다 술 빚는 횟수가 중요하다. 막걸리는 한 번 빚으면 단양주, 두 번 빚으면 이양주라고 부른다. 밑술에 덧술을 더하는 횟수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삼양주, 사양주, 오양주도 있다. 보통은 이양주 이상 술을 프리미엄 막걸리로 본다.
넷째는 패키징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플라스틱 용기 외에 유리나 도자기 등으로 만든 병에 담았는지를 살핀다. 요즘에는 라벨 디자인이나 술잔 등 함께 담기는 구성품도 따지는 추세다. 내용물뿐 아니라 외관에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본다는 취지다.
우리술 전문가인 이승훈 백곰전통주연구소 대표는 “위에 말한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프리미엄 막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복순도가막걸리는 아스파탐을 일부 쓰고 나루 생막걸리 역시 플라스틱 병에 담지만 업계 모두가 프리미엄 막걸리로 인정한다”며 “다만 위 요소 중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프리미엄 막걸리가 아니라는 합의 역시 어느 정도 이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프·막 인기는 계속된다
막걸리 지불 의사 금액 ‘오름세’
프리미엄 막걸리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비싼 막걸리를 찾는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주류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프리미엄 막걸리 지불 의사 금액이 2017년 2432원에서 지난해 4593원까지 올랐다. 직전 해인 2022년(3055원)과 비교하면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로도 프리미엄 막걸리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과 aT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탁주(막걸리) 출고 금액은 454억원. 2020년(188억원), 2021년(377억원)에 이어 꾸준히 우상향곡선을 그린다. 반면 출고량은 줄었다. 2021년 1만6470㎘에서 2022년 1만2885㎘까지 감소했다. 출고량이 줄어든 대신 출고액이 올랐다는 건 그만큼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막걸리 수요가 커졌다는 방증이다.
프리미엄 막걸리 부흥을 이끄는 층은 역시 젊은 세대다. SNS와 이커머스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이들이 다양한 막걸리를 접하고 구매한다.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문화도 한몫한다. 와인·맥주 같은 술보다 오히려 막걸리를 더욱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프리미엄이라고는 해도 전통주 중에서는 증류주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젊은 세대 인기 요인이다. 이승훈 대표는 “현재 30대만 해도 막걸리가 싸구려 술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다. 음주 가능 연령대인 2008년 이후 불어닥친 막걸리 붐에 힘입어 막걸리를 비싼 돈 주고 마셨던 경험이 있다”며 “과거 값싼 밀 막걸리 특유의 시고 텁텁한 맛을 추억하는 고령층을 제외하면, 향이 풍부하고 끝맛이 개운한 프리미엄 막걸리를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막걸리 인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양조장 스스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반짝 인기에 편향해 가격만 비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술을 내놓을 경우 전체 막걸리 시장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 전진아 전통주 소믈리에는 “값은 저렴해도 밸런스가 뛰어나고 편하게 마시기 쉬운 막걸리도 얼마든지 있다. 가격만 높여 프리미엄 막걸리를 자처하는 건 근시안적인 생각”이라며 “고객이 기꺼이 비싼 돈을 내도 만족할 수 있도록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장기적으로 지속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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