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차오르는 바닷물에 사망…해루질, 이번 추석 특히 무섭다

신진호 2024. 9.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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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오후 2시쯤 충남 보령시 오천면 허육도 선착장 인근 선착장에서 A씨(7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틀 전인 4일 오후 10시40분쯤 보령시 천북면 바닷가에서 해루질(야간에 갯벌에서 불빛을 이용해 어패류를 잡는 행위)하다 실종됐다. 당시 A씨와 함께 해루질하던 일행은 두 시간이 넘도록 그가 보이지 않자 해경에 신고했다.

보령해경 경찰관이 해루질을 하다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앞서 7월 22일 오후 10시57분쯤 보령시 웅천읍 독산해수욕장에서도 40대 남성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보령에 거주하는 이들은 함께 해루질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발견된 곳은 평소에도 관광객과 주민이 해루질하러 자주 찾는 곳이다.


바닷물 급속하게 차올라 고립 위험


닷새간의 긴 추석 연휴를 맞아 해루질이나 뒤늦은 피서를 즐기기 위해 바다를 찾아 떠나는 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 관광객이 연안으로 몰리면 그만큼 안전사고도 증가하게 된다. 서해안은 밀물과 썰물 차이가 큰 데다 추석과 같은 대조기(사리) 때는 바닷물이 급속하게 차올라 갯바위나 갯벌 한가운데서 고립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야간에는 방향감각이 무뎌지고 손전등이나 멀리 보이는 가로등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시간에 맞춰 해루질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들 가운데는 침수를 우려해 휴대전화를 두고 나가 연락이 두절되기도 한다.

태안해경 경찰관들이 해루질에 나섰다가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태안해경]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안에서 해루질하다 1008명이 물에 빠지는 등 사고를 당했다. 이 가운데 구명조끼를 착용했던 사람은 139명(14%)에 불과했다. 지난 6월 인천 선재도 갯벌에서 해루질 도중 밀물에 고립됐던 60대 여성 2명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이들은 출동한 해경에 신고 29분 만에 구조됐다. 시간이 지체됐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해경·소방청 2인 1조 활동, 조명 준비 등 당부


해경과 소방청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밀물·썰물 시간 정보 파악 ▶손발 보호 가능한 장갑·장화 착용 ▶통신 장비(휴대전화 등) 휴대 ▶2인 1조 활동 ▶충분한 조명 준비(야간) ▶음주 뒤 해루질 금지 등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해경 관계자는 “갯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는 조금만 주의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안전한 갯벌 나들이를 위해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가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안해경 경찰관이 드론을 이용해 연안에서 실시간으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사진 태안해경]

인천시는 갯벌 고립사고를 차단하기 위해 해경과 협조, 6월 말부터 드론을 활용한 순찰활동에 나섰다. 드론에는 위성항법장치(GPS)와 통신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위치 확인이 가능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무분별한 해루질로 어민-관광객 갈등도


해루질은 갯벌이 발달한 서해안 지역에서 성행했지만, 최근 바다와 어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국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추세다. 일부 관광객의 무분별한 해루질로 현지 주민과 다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민들은 정부와 자치단체에 강력한 단속과 함께 해루질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 7월 전국 최초로 일반인(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 행위를 금지하는 조례를 공포, 시행 중이다. 조례를 위반해 해루질로 수산자원을 불법 포획하면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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