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의 '코리아 타운'으로 오세요!
[스텔라김 기자]
▲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사진 왼쪽 부터 김가혜 전문관, 최종곤 멜번참전비관리위원장, 한 사람 건너 박응식 한인회장, 케빈 로웨이 시의원, 이창훈 총영사, 닉 리쓰 멜번시장, 김홍림 사업자협회장, 한 사람 건너 조헌 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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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각각 다른 나라에서, 다른 모양으로, 다른 목표를 갖고 살아가고 있지만 외국에 나가 살다 보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는 말은 그 형태가 조금 바뀌었을 뿐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진리인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인들이 외국에 터를 잡으며 가장 먼저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게 되는 것은 '차이나 타운(China Town)'일 것이다. 대부분의 도시 한복판에 떡 하니 자리 잡은 차이나 타운은 그들의 이민 역사 시작이 어디서 연유되었든 간에 지금의 '파워'를 아주 가뿐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곳 호주 멜버른도 마찬가지이다. 멜버른 시내에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발라렛(Balarat)은 아주 오래 전 금광이 개발되며 멜버른을 부자 도시로 만들어 줬다. 지금도 발라랫을 찾는 관광객들은 졸졸졸 흐르는 물을 양푼이로 살살 흔들어 뜨며 혹시 금붙이가 나오는가 살펴보는 체험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즐거운 프로그램 이면에 금광이 발견되었던 당시 '꾸리'라 불린 중국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험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해야 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비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지만 지금 멜버른 시내 한복판에 차이나 타운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식들은 가히 '압도적'이다.
▲ 대형 장승이 우뚝 설 것을 기대하며 장승의 모양을 보여 주기 위해 작은 모형을 앞 세우고 기념 촬영. 사진 왼쪽 부터 이창훈 총영사, 닉 리쓰 멜번시장, 김홍림 한인사업가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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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 8월 30일(현지 시간) 닉 리쓰(Nick Reece) 멜버른 시장은 멜번 분관장 이창훈 총영사, 박응식 빅토리아주 한인회장, 김홍림MBKA(Melbourne Korean Business Association :멜버른 한인 사업자 협회) 회장, 그리고 한인타운 공식 발표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준케빈 로웨이(Kevin Louey) 시의원 등 내빈들과 유수 언론사들을 초청해 '코리아 타운' 공식 지정에 앞선 공식 행사 및 기자 회견을 가졌다.
리쓰 시장은 "멜버른의 힐리스 레인과 그 주변 지역들은 이제 미국의 뉴욕이나 LA, 캐나다의 토론토 등 대도시들에 버금가는 멋진 코리아타운으로 거듭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또 코리아 타운이 멜버른을 더 훌륭하고 멋진 다문화 도시로 성장 시키는 것에 큰 몫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8월 멜버른 분관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여권 갱신, 비자문제를 비롯한 '민원 업무'가 현지 한인들을 위해 공관이 하는 일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이창훈 총영사는 다양한 한인 행사와 모임에 직접 참여하면서 실현 가능한 일들을 모색해 왔다. 그러던 중 한류를 타고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는 것에 착안, 한인사회 발전은 물론 멜버른 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코리아 타운 공식 지정을 멜버른 시청에 지속적으로 건의했다.
이창훈 총영사는 공식 발표 행사에서도 인사말을 통해 "코리아 타운 공식 지정은 지역 사회 내 한국 문화 경험 기회를 확대 시키고 한-호간 문화적 연대를 더욱 강화 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응식 빅토리아 주 한인회장도 "우리 빅토리아 주 한인회가 가장 모범적인 소수민족 단체로 인정 받아 왔는데 이제 코리아 타운까지 보유하게 되니 대단히 기쁘고, 이를 또한 잘 지켜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문화 국가인 호주에서 시드니를 추월하며 가장 큰 도시로 다시 탈바꿈하고 있는 멜버른에는 차이나 타운을 비롯, 이탈리아, 그리스 등 민족별로 운영되는 지역이 10 여 군데 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그들에 비해 멜버른 이민 52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이 공식적으로 '코리아 타운'을 지정 받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홍림 멜버른 한인 사업자 협회장에 따르면 재작년, 힐리스 레인에서 김치 페스티벌이라는 작은 행사가 열렸는데 그 주최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비지니스 확장에 발 빠른 중국인들이 한류와 한식에 주목해서 가진 행사였다. 시의 펀드까지 받아 열린 이 행사에서 막상 한인업소들은 '참가자'일 뿐이었다.
이에 이창훈 총영사는 해당 지역의 한인 사업자들을 초청, 저녁 식사를 대접하며, 우리가 '주체'가 되는 '한식' 행사가 되어야지 다른 국가에서 하는 우리 음식 행사에 둘러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멜버른 한인 사업자 협회를 만들어 크고 작은 행사도 열고, 시청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며 이제 코리아 타운 공식 지정이라는 결과까지 끌어낸 것이다.
▲ 멜버른 시장도 '삐까삐까'! 멜버른의 코리아 타운이 공식 지정되며 멜번분관장 이창훈 총영사, 닉 리쓰 멜번시장, 김홍림 멜번한인사업자협회장이 '삐까삐까 챌린지'로 기쁨을 대신 했다. 이 동영상은 호주 국영 ABC 방송에 홍보 영상으로도 쓰였다. ⓒ 김은경 스텔라 |
예상보다 훨씬 빨리 코리아 타운 공식 지정이 되면서 애초 기획안에 들어 있던 대로 힐리스 레인 입구 및 근접한 론스데일 스트릿(Lonsdale Street), 킹 스트릿(King Street) 등에 세울 3 쌍의 장승 제작 및 운반 관련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공식 발표 당일에는 임시로 자그마한 장승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는데 멜버른 시청 디자인과에서도 대단히 관심을 보이며 장승에 대해 함께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 가져 올 때 경비를 감안해 현지에서 제작하는 방안도 논의되면서 디자인 부가 '공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기대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소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는 없다. 활성화 되지 않았던 지역이 크게 개발되면 자본이 유입되고 그 결과 그곳을 선점했던 층(저소득자 또는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인데 김홍림 회장에 의하면 임대료 상승 등에 대해서도 건물주들과 구두 협의가 끝났으며 세입자로 한국 식당 또는 업소를 우선한다는 것에도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멜버른과 빅토리아 주에는 현재 약 2만 5천 여 명의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코리아 타운 및 바로 옆 도로들에 걸쳐 25개 이상의 한국 식당들이 운영 되고 있다. 또한 통계청은 2024년 6월 기준 힐리스 레인의 하루 방문객 수는 약 6천 명에 달한다면서 차이나 타운의 방문객 수에 비하면 25 퍼센트 정도이지만 이번에 코리아 타운으로 지정되며 이 숫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코리아 타운 지정 공식 발표가 난 후 일주일 안에 이미 약 20%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이제 '한류'가 한풀 꺾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다문화 국가로 모범적인 자리매김을 해 온 호주에서의 한류, 한국음식 열풍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보여진다.
지난해 시드니 이스트 우드의 코리아 타운 지정 그리고 이번 멜버른의 코리아 타운에 이어 앞으로 다른 모든 주요 도시에 멋진 코리아 타운이 번져 나갈 것이 기대된다. 코리아 타운의 한인 사업체 운영자들, 크고 작게 응원으로 힘을 보탤 한인들, 그리고 멜버른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함께 키워 나간다는 의지를 가진다면 시작의 설렘이 지속되고 더 발전되는 코리아 타운이 될 것이다. 화이팅, 코리아 타운! 화이팅,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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