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진 마스크, 놓지 못한 스마트폰 [도파민 시대①]
이가을 2024. 9. 16. 16:02
-코로나19 이후 만 15세~18세 스마트폰 과사용 그룹 24.7% 증가
-만 19세~24세 2000명 중 43.4%가 하루 5시간 이상 사용
-대학 강의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 금지해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해
-온라인 대화는 늘었지만, 가족 간 대화는 줄어
호모 아딕투스. 라틴어로 사람을 뜻하는 ‘호모’와 중독을 뜻하는 ‘아딕투스’의 합성어로, 디지털에 중독된 신인류를 뜻한다. 개인 문제로 여겼던 디지털 중독은 이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생하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도파민의 시대’에서 청년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편집자주]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는 5인 이상의 사적 모임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했고, 사회 교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며 청소년들은 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 계속되는 고립 속에서 스마트폰은 청소년들의 단짝 친구가 됐다.
지난 2021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리서치가 만 15세~18세 청소년 2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과사용’ 그룹의 경우 코로나 이전 56.5%에서 코로나 이후 81.2%로 24.7% 증가했다. 1.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김혜연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중독으로 인한 상담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예전에는 단순한 과의존 문제였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존속 폭행, 인터넷 도박, 조건 만남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 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사안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4년이 지났다. 지난해 5월, 세계 보건기구는 코로나19에 대한 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를 발표했다. 사회는 조금씩 기존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이미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최유연(여·21·가명) 씨도 그랬다. 언젠가부터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찾게 됐다. 최씨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10시간. 하루의 절반 가까이 된다.
스마트폰에 잠식된 하루, 멈추지 않는 스크롤링
지난 3월25일, 오전 7시가 되자 최씨가 피곤한 얼굴로 기상했다. 새벽까지 숏폼을 보다가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계속 늦게 자다 보니 이제 피곤함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최 씨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에서 6시간 사이.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최소 수면시간으로 권장한 7시간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몽사몽인 채로 잠에서 깬 최씨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찾았다. 등교 준비를 하면서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최씨의 스마트폰 화면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최씨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건 오전 9시, 수업이 시작하고 나서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던 최씨는 22분 만에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새로운 알림이 오지 않았을까’하는 기대 때문이다.
총 6시간의 강의 중 최씨가 스마트폰을 보지 않은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공부한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본 시간이 더 길었다. 강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집중이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대학생 이현빈(남·21) 씨는 스마트폰을 보다가 할 일을 미룬 적이 많다고 말했다. “숏폼을 보다 보면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할 일을 미루게 돼요.” 미뤄둔 업무는 강의 시간에 했다.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의 입장은 어떨까. 오현화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교수는 강의 시간마다 대학생들의 중독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우연히 다른 교수님 수업을 뒤에서 볼 기회가 있었어요. 학생 대다수가 유튜브나 카톡, 온라인 검색을 하며 수업을 듣고 있더군요.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도,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해요.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보는 거죠. 저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이 중독에 빠진 것 같아요.”
스마트폰과 대화하는 청년들
지난 202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만 19세~24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43.4% 응답자가 하루에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이용 플랫폼은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이 숏폼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이었다.
대학생 윤다빈(여·21)씨는 특히 교내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디지털 중독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대학 식당에 가보면 다 이어폰을 끼고 밥을 먹고 있어요. 스마트폰 안 하면서 먹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본 거 같아요. 거의 없다고 봐야죠.”
대학생 이지혜(여·21)씨는 스마트폰 사용이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를 사라지게 한다고 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스마트폰 알림이 오면 대화가 끊겨요. 더 심각한 건 이제 그게 당연해져서 대화 중에도 스마트폰을 본다는 거예요. 가족들과 식사할 때도 각자 스마트폰만 보면서 먹으니, 대화가 없어졌어요. 어머니가 식사 때는 스마트폰을 못 보게 하니까 그나마 대화가 좀 되더라고요.”
지난해 4월 HR테크기업 인크루트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242명을 대상으로 ‘가족 간의 대화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가족과 떨어져 사는 응답자의 89.2%, 가족과 함께 사는 응답자의 59.4%가 하루에 한 시간 미만으로 대화한다고 응답했다. 온라인상의 대화가 늘어나는 사이, 오프라인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늘날 청년들은 누구와 대화하고 있을까.
이가을 기자 decagram@naver.com
-만 19세~24세 2000명 중 43.4%가 하루 5시간 이상 사용
-대학 강의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 금지해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해
-온라인 대화는 늘었지만, 가족 간 대화는 줄어
쿠키뉴스는 기성 언론의 책임과 사회 공헌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언론인 활동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예비 언론인들에게 콘텐츠 구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1월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콘텐츠 기획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이 기사는 공모전에서 당선한 기획안을 바탕으로, 대학언론인이 쿠키뉴스의 멘토링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
호모 아딕투스. 라틴어로 사람을 뜻하는 ‘호모’와 중독을 뜻하는 ‘아딕투스’의 합성어로, 디지털에 중독된 신인류를 뜻한다. 개인 문제로 여겼던 디지털 중독은 이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생하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도파민의 시대’에서 청년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편집자주]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는 5인 이상의 사적 모임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했고, 사회 교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며 청소년들은 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 계속되는 고립 속에서 스마트폰은 청소년들의 단짝 친구가 됐다.
지난 2021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리서치가 만 15세~18세 청소년 2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과사용’ 그룹의 경우 코로나 이전 56.5%에서 코로나 이후 81.2%로 24.7% 증가했다. 1.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김혜연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중독으로 인한 상담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예전에는 단순한 과의존 문제였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존속 폭행, 인터넷 도박, 조건 만남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 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사안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4년이 지났다. 지난해 5월, 세계 보건기구는 코로나19에 대한 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를 발표했다. 사회는 조금씩 기존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이미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최유연(여·21·가명) 씨도 그랬다. 언젠가부터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찾게 됐다. 최씨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10시간. 하루의 절반 가까이 된다.
스마트폰에 잠식된 하루, 멈추지 않는 스크롤링
지난 3월25일, 오전 7시가 되자 최씨가 피곤한 얼굴로 기상했다. 새벽까지 숏폼을 보다가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계속 늦게 자다 보니 이제 피곤함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최 씨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에서 6시간 사이.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최소 수면시간으로 권장한 7시간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몽사몽인 채로 잠에서 깬 최씨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찾았다. 등교 준비를 하면서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최씨의 스마트폰 화면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최씨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건 오전 9시, 수업이 시작하고 나서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던 최씨는 22분 만에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새로운 알림이 오지 않았을까’하는 기대 때문이다.
총 6시간의 강의 중 최씨가 스마트폰을 보지 않은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공부한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본 시간이 더 길었다. 강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집중이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대학생 이현빈(남·21) 씨는 스마트폰을 보다가 할 일을 미룬 적이 많다고 말했다. “숏폼을 보다 보면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할 일을 미루게 돼요.” 미뤄둔 업무는 강의 시간에 했다.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의 입장은 어떨까. 오현화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교수는 강의 시간마다 대학생들의 중독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우연히 다른 교수님 수업을 뒤에서 볼 기회가 있었어요. 학생 대다수가 유튜브나 카톡, 온라인 검색을 하며 수업을 듣고 있더군요.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도,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해요.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보는 거죠. 저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이 중독에 빠진 것 같아요.”
스마트폰과 대화하는 청년들
지난 202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만 19세~24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43.4% 응답자가 하루에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이용 플랫폼은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이 숏폼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이었다.
대학생 윤다빈(여·21)씨는 특히 교내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디지털 중독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대학 식당에 가보면 다 이어폰을 끼고 밥을 먹고 있어요. 스마트폰 안 하면서 먹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본 거 같아요. 거의 없다고 봐야죠.”
대학생 이지혜(여·21)씨는 스마트폰 사용이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를 사라지게 한다고 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스마트폰 알림이 오면 대화가 끊겨요. 더 심각한 건 이제 그게 당연해져서 대화 중에도 스마트폰을 본다는 거예요. 가족들과 식사할 때도 각자 스마트폰만 보면서 먹으니, 대화가 없어졌어요. 어머니가 식사 때는 스마트폰을 못 보게 하니까 그나마 대화가 좀 되더라고요.”
지난해 4월 HR테크기업 인크루트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242명을 대상으로 ‘가족 간의 대화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가족과 떨어져 사는 응답자의 89.2%, 가족과 함께 사는 응답자의 59.4%가 하루에 한 시간 미만으로 대화한다고 응답했다. 온라인상의 대화가 늘어나는 사이, 오프라인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늘날 청년들은 누구와 대화하고 있을까.
이가을 기자 decag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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