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변했다, 아니 변하고 있다... 때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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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우 기자]
아내가 변했다. 아니 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거실과 방의 에어콘은 손님맞이용으로만 사용했던 아내가 변했다. 그동안 "전기먹는 하마"라고 칭했던 전시용 같았던 우리집 에어콘을 켜고 올해 여름을 보냈다. 분명 변했다.
매년 갱신되는 뜨거운 여름 날씨와 갑작스레 국지적으로 내리는 소나기 등 예전과 달리 심각하게 변화하는 기상이변의 이슈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되었다.
다행인지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에어콘과 선풍기는 더이상 전시용이 아닌 실제 활용을 위한 가전제품의 역할을 다하게 되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에어콘의 대기전력도 아깝다며 사용할 때마다 전원을 켜고 껐던 아내가 올 여름엔 대기전력 전원 코드를 아예 그대로 켜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름의 무더위를 실감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취침 때도 선풍기를 아침까지 켜놓은 채 지내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가을에 접어들면서 그 무덥던 여름 날씨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다. 자연스럽게 에어콘을 사용하는 빈도 역시 줄어들었다. 선풍기만으로도 충분히 더위를 식혀줄 만한 날씨가 되었다. 아무리 기후변화로 이상기온이 일상화 된다고 해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 침대 옆 머리맡에 있는 휴대용 선풍기 처음에는 선풍기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어느날부터인지 들리지 않았다. |
ⓒ 이인우 |
그동안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그 현상이 시작된 것 같다. 나이 50쯤에 시작된다는 '갱년기'의 시작인 듯 보인다. 두통을 호소하며 약을 먹고 부쩍 아들과의 마찰도 많아지고 회사 업무에 대한 불평도 늘어나고 가족에 대한 불편한 언급도 꽤나 증가했는데 이 같은 전조(前兆)들이 바로 '갱년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인 듯 하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신체 내부로부터 생리적 현상이 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서울식물원에서 난 꽃의 향기를 맡는 아내 부쩍 꽃을 보면 향을 맡고 사진 배경으로 하는 아내의 행동에서 삶의 변화를 감지한다. |
ⓒ 이인우 |
누구에게나 오는 과정이 지금 나와 아내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의 전조현상이 내용을 알고 생각해 보니 모두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던 것이다. 새삼 아내에게 미안해진다. 얼마 전부터 아내가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그저 성격이라고만 치부했던 나의 잘못된 판단이 머쓱해진다.
▲ 보물 제1437호 백자 달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작품으로 단아함 그 자체로 사랑 받는 달항아리. 아내라는 이름의 여성도 갱년기를 지나며 보다 깊은 단아함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갖추게 된다. |
ⓒ 이인우 |
그동안 내가 알던 '갱년기'의 의미는 그저 건강기능식품 광고에서 들었던 그것이 전부였다. 솔직히 나와는 관계없는 것으로만 이해했다. 그런데 결코 그래서는 안 되는 가족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갱년기'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나니 아내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새벽녘 선풍기의 찬바람은 불편하지만 이불을 덮으면 될 일이니 참아 내기로 한다. 며칠만 더 지나면 자연스럽게 더 이상의 선풍기 바람이 필요 없는 시간이 될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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