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추석 풍경, 전과 나물은 반찬가게에서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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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명절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전과 나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도 명절 전날에는 몇 시간씩 서서 전을 부쳤다. 돼지고기와 당근, 양파를 정육점에서 갈아 와서 쪽파 송송 썰어 넣고 소금과 후추, 참기름을 넣고 전에 들어갈 속을 만들었다.
전도 한 두 가지가 아니고 동그랑땡, 깻잎전, 고추전, 호박전, 표고버섯전, 동태전 등 종류도 다양하게 만들었다. 전을 빚어 기름에 부쳐내면 추석 전날 오후 시간이 다 갔다. 4시간 이상 그렇게 일하다 보면 머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서 명절이 원망스러웠다.
시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남편이 독자라서 고스란히 명절 준비는 내 몫이었다. 혼자서 명절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시장 보는 일도 명절 며칠 전부터 빠진 것이 없는지 메모하여 준비했다. 직장에도 다니고 있어서 퇴근한 후에 준비하느라 힘들었다. 힘들어도 차례상에 푸짐하게 올라간 전 등 차례상을 보면 뿌듯하긴 했지만, 명절 중후근을 며칠 겪어야 했다.
결혼하고 아들 장가보내기 전까지는 삼십여 년을 그렇게 명절을 준비했다. 그러다가 아들 결혼시키고 며느리까지 고생시킬 수 없어서 방법을 바꾸었다. 몇 년 전부터 동네에 반찬가게도 여러 개가 생겨서 추석 때 전을 주문해 보았는데 맛있었다. 전만 주문해도 음식 준비가 쉬웠다. 물론 내가 정성껏 만든 전하고는 차이가 있었으나 가족들도 맛있다고 했다.
요즘 우리 집은 설날과 부모님 기일에는 음식을 차려서 추도예배를 드리지만, 추석에는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서 먹는다. 며느리도 친정에 들렀다가 오후에 오라고 해서 추석날 저녁에 모여서 식사한다. 전을 굳이 안 해도 되는데 명절에는 왠지 전과 갈비찜은 먹어야 할 것 같다.
올 추석에도 전을 주문했다
▲ 주문한 전 반찬 가게에서 넉넉할 것 같아 오만 원어치를 주문했는데 얼마 되지 않았다. 추석 물가가 정말 비싼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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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만든 호박전 반찬 가게에서 전을 주문하고 너무 적어서 집에서 오박전을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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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 가게에서 전 붙이는 분들 명절이 되면 반찬 가게에서 사람을 구해서 전을 만들어 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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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 가게에서 파는 추석 음식 나물류 요즘 전 뿐만 아니라 나물 등도 반찬 가게에서 사서 상을 차리는 분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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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사나 명절 차례는 우리 대까지만 가능할 거야."
모임의 60, 70대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차례를 지내도 간소하게 지낸다고 한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명절 풍습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힘들게 전 붙이고 음식 준비하느라 명절 증후군을 겪는 것보다는 주문한 음식으로 함께 즐겁게 식사하면서 가족의 정을 나누는 것이 어쩌면 더 바람직할지 모르겠다. 추석에 반찬 가게가 붐비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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