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 '디어 플라워' 상연

이순영 2024. 9.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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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평화의 소녀상 설치 10주년 기념식 행사의 의미 더해

[이순영 기자]

▲ 바리톤 잭 모린이 한국 가곡을 열창하고 있다 '님이 오시는지', '비목', '그리운 금강산' 3곡의 한국 가곡을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열창 중인 잭 모린
ⓒ 이순영
지난 14일 미시간 한인문화회관에서 오하이오 볼링 그린 대학(Bowling Green State University)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위안부 관련 창작극 <친애하는 꽃에게>(Dear Flower)를 무료로 상연했다. 이 연극은 올해로 평화의 소녀상 설치 10주년을 맞이해 미시간 한미여성회가 주관했다.
본 공연에 앞서 바리톤 잭 모린(Jack Morin)은 한국 가곡 '님이 오시는지', '비목', '그리운 금강산' 이렇게 세 곡을 열창했다. 잭 모린은 가수를 위해 발음을 문자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학생으로 미시간대학 음대 교수인 매튜 톰슨(Mattew Thompson) 박사 밑에서 수학을 하고 있다. 매튜 톰슨 교수는 한국 가곡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이를 'K- Art Song'이란 이름을 붙여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 전쟁에 참전한 조부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인 아내를 맞이하게 되면서 한국 성악가들조차 무대에서 유럽 서구권의 가곡을 부르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한국 가곡을 집대성한 무료 데이터 베이스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미시간 대학 음대, 공대, 한국학 연구소 등이 합작으로 진행하고 있고 현재까지 1천여 곡을 수록했다.
▲ 위안부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설명 중인 학생들 공연에 앞서 위안부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 이순영
연극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 케일리 파이퍼(Kayli Piper), 세시 버뮤데(Ceci Bermudez), 헤일리 맥도날드(Hailey MccDonard) 세 명의 학생이 "우리가 이곳에 있는 목적"이란 제목으로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제공했다. 이들의 설명을 들으며 위안부의 아픔을 공감한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객석을 가득 채울 때 무대의 막이 올랐다.
마당극 형식으로 관객 참여유도, 위안부 문제에 접근
▲ 관객과 배우가 함께 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관객과 배우가 어우러져 함께 무대를 만드는 마당극 형식의 '디어플라워' 위안부가 보통의 10대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소녀임을 보여줬다.
ⓒ 이순영
연극은 한국의 마당극 스타일로 관객의 참여를 통해 극을 진행하는 구성으로 시작됐다. 평화의 소녀상이 뭔지도 모른 채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 행인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관객들에게 소녀상에 대한 정보를 물어본다. 이때 갑자기 사일렌이 울리고 이를 철거하려는 사람이 나타난다. 위안부는 가짜 뉴스이며 그들은 직업 여성들이 일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화를 낸다.

이에 그를 저지하려는 사람이 나타나 위안부는 여전히 살아있고 세계 2차 대전 때 일본군을 따라다니며 성노예 생활을 했다고 반박한다. 일본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역사를 숨기고 왜곡하며 심지어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며 강력히 비판한다. 이들의 논쟁에서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때쯤 소녀상이 우리에게 들려 줄 말이 있다는 듯이 아리랑을 부른다.

소녀의 마음의 소리가 되살아 나며 관객에게 다가온다
▲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위안부 소녀 마당극 형식으로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드는 형식의 공연 '디어플라워'
ⓒ 이순영
아리랑 노래 소리와 함께 깨어난 소녀상이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쎄쎄쎄'도 같이 하고 즐겁게 놀며 소녀가 우리들의 10대 시절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10대임을 보여준다. 즐거운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배우들과 관객들은 무대에 올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다 함께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이를 하는 도중 무대는 점점 어두워지고 군복을 입은 군인이 나타나 소녀를 때리고 끌고 간다.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소녀는 일본군들에게 잔혹하게 짓밟힌 채 전쟁의 희생자가 되어버린다.
위안부는 지난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
▲ 위안부를 애도하는 관객들 극 중 위안부의 장례식 장면에서 관객들이 위안부의 죽음을 애도하며 헌화하고 있다.
ⓒ 이순영
그 다음 장면은 소녀의 장례식이다. 소녀의 손녀가 할머니를 조문 온 사람들이 돈으로 피해사실을 배상하려는 것에 분노를 느끼며 할머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라는 것을 강조한다. 할머니가 당해야 했던 비극은 비단 자신의 할머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우리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당위성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손녀는 관객들 손에 흰색 꽃을 하나씩 쥐어주고 이를 받은 관객들은 꽃을 할머니 사진 아래 꽃을 내려놓으며 다함께 애도에 동참하며 막을 내린다.
▲ 연출을 맡은 김재훈 감독 관객들을 슬프게만 만드는 것을 원치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였으면 좋겠다는 김재훈 감독
ⓒ 이순영
연출을 맡은 김재훈 감독은 "2024년 3월 BGSU Elsewhere 프로덕션에서 처음 열린 이 연극은 2차 세계대전 중 한국 위안부의 비극을 다룬 것으로 한국의 어린소녀들이 어떻게 전쟁의 희생이 되었는지 그리고 역사 왜곡을 통해 진정한 사과를 거부하는 이 현재 상황을 다음 세대가 어떻게 직면해야할 지를 계속해서 묻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집요하고 노골적인 방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동상인 평화의 소녀상은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위안부 명예, 인권 회복을 위한 수요 집회가 1000회를 맞이하던 2011년 12월 처음 세워졌다. 이를 시작으로 해외 각지에서 세워지게 됐고 미국 미시간에서는 해외에서 두 번째로 2014년 8월에 설치되었다. 원래는 사우스필드(Southfield) 공립도서관 내에 제막이 확정되었지만 이를 반대하는 일본 정부와 일본총영사관, 미시간 주재 일본 기업의 관여로 미시간 한인문화회관 앞에 설치되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소녀상 설치 저지에 관한 압력 행사는 계속 이어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가 위안부 기념비를 시 소유시설로 받아들이자 일본 오사카시는 이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자매결연을 파기했다. 뿐만 아니라 2023년 독일 카셀 주립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또한 일본 정부의 지속적 철거 압력을 받은 대학이 철거 결정을 내려 기습 철거하는 일도 벌어졌다. 게다가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 역시 철거 압박을 받고 있는 신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 미시간 한인문화회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설치된 소녀상이다.
ⓒ 이순영
이런 상황 속에서 평화의 소녀상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행사는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평화의 소녀상의 함축적 의미를 잘 담아내고 있는 연극의 상연은 더욱 뜻 깊었다.

연극을 관람한 12살 미국인 소녀 헤일리 프렛(Hailey Pratt)은 "연극이 슬펐지만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집중해서 봤다. 위안부가 나이 많은 여성이 아닌 내 또래 10대 소녀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온 것 같다. 일본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관람 소감을 밝였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 효과적인 문제 지적은 물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공연 '디어 플라워가' 더 많은 무대에서 상연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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