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3년, KBO리그 '천만 관중시대' 열렸다
[양형석 기자]
▲ 한국프로야구 2024 KBO리그가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운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2024.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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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까지 994만3674명의 관중이 입장했던 KBO리그는 15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2만500명)와 인천 SSG랜더스필드(2만3000명), 부산 사직야구장(2만2758명)이 매진되고 창원 NC파크에도 1만826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15일 하루 동안 7만7084명의 관중이 입장한 KBO리그는 누적관중 1002만758명을 기록하면서 시즌 개막 후 671경기 만에 누적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1995년 500만 관중을 돌파했던 KBO리그는 IMF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관중이 급감했지만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신생팀 창단으로 다시 관중이 늘어 2017년 840만 관중을 돌파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무관중 경기를 하기도 했던 KBO리그는 올해 불볕더위에도 야구팬들이 꾸준히 경기장을 찾으면서 추석 연휴가 시작된 15일에 마침내 천만 관중을 넘어섰다.
시청 유료화도 막지 못한 야구의 인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800만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며 적수를 찾을 수 없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군림하던 KBO리그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물론 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풀 시즌을 소화한 것은 대단했지만 관중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경기를 치르는 것에 익숙했던 선수들이 무관중 속에서 시즌을 치르는 것은 아무래도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 역시 야구팬들을 크게 실망 시켰다. 한국은 1년 늦게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개최국 일본과 마이너리거들로 구성된 미국은 물론이고 도미니카 공화국에게도 밀리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은 지난해 3월에 열린 2023 월드 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메이저리거 토미 에드먼(LA다저스)까지 출전 시켰음에도 호주와 일본에게 패하며 3개 대회 연속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정작 2023 시즌이 시작된 후 반전이 일어났다. 문민정부 시절이었던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무려 28년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LG 트윈스가 크게 선전하면서 2018년 이후 5년 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이다. 2022년의 600만과 비교하면 무려 200만 이상의 관중이 늘어난 수치로 KBO리그의 새로운 부흥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기분 좋은 반등이었다.
그렇게 올 시즌 더 많은 관중 동원을 기대하고 있던 KBO리그는 시즌을 시작하기 전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바로 국내 유료 OTT 서비스 티빙에서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 간 1350억 원에 KBO리그 중계권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그동안 TV는 물론이고 컴퓨터나 휴대폰 등을 이용해 '무료'로 야구경기를 즐기는 게 당연했던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야구관람이 '유료'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접한 후 야구팬들은 당연히 심하게 반발했다. 일부 야구팬들은 야구 중계의 유료화가 소위 '라이트팬'의 유입을 막으면서 KBO리그가 일부 마니아 팬들만 즐기는 마이너 스포츠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올 시즌이 개막하자 관중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일부 야구팬들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박찬호 등 선수들이 10-0 무실점 승리를 거두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2024.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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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BO리그의 흥행 폭발은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전통의 명가'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선전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지난 2014년과 2016년 2만이 넘는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새 홈구장을 개장한 KIA와 삼성은 올해 각각 66%와 55%라는 큰 폭의 관중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26번의 매진 경기를 만든 선두 KIA는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를 더 크게 짓지 않은 것을 아쉬워할 것이다.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잠실 야구장을 함께 쓰고 있는 LG와 두산 베어스 역시 128만1420명(1위)과 119만821명(3위)의 관중 동원으로 인기 구단의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LG는 매진 경기가 22번으로 5위였지만 경기 당 1만8844명의 관중을 동원하면서 평균 관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2위 삼성(1만8215명)과 단 629명 차이라 올 해 평균 관중 최종 1위의 주인공은 시즌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1964년에 개장한 1만2000석 규모의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한화 이글스는 10개 구단 중 가장 작은 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올해 66번의 홈 경기 중 무려 43번의 매진을 기록하면서 매진 횟수에서는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부터 사용하게 될 2만7석 규모의 베이스볼 드림파크로 홈 구장을 옮기면 한화의 관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KBO리그는 역대 최초의 천만 관중 돌파를 통해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임을 재확인했다. 천만 관중 돌파는 분명 KBO리그의 큰 경사지만 한국야구위원회를 비롯한 10개 구단의 관계자와 선수들은 천만 관중에 너무 취해 있을 필요는 없다. 야구인들이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다운 품격을 야구팬들에게 보여준다면 천만을 넘어 1100만, 1200만 관중으로 갈 수 있는 더 빠른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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