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풍요'를 보여주는 천막농성장의 생명들

이경호 2024. 9. 16. 10: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천막 소식 139일차-도요편] 세종보 담수는 천막농서장의 생명들에게 빈곤을 만드는 일!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한 해 수확을 기념하고 상징하는 한가위가 세종보 천막농성장은 풍요롭다. 세종보 상류를 지켜온 천막농성장에 도요새들이 풍년이다. 밤낮으로 도요새들이 울어 댄다. 한가위 천막농성장의 풍경을 채운 것은 동남아시아와 호주 등까지 이동하는 도요새들이었다. 새들의 장거리 이동을 상징하는 도요새들은 적은 수이지만 천막농성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청다리도요가 가장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 7개체 정도가 농성장의 자갈밭과 작은 습지에서 걸어 다니면서 먹이를 찾고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독특한 소리를 내며 비행하는 청다리도요 새소리를 천막농성장에서는 밤새 들을 수 있다. 청색의 긴다리와 위로 휘어진 부리는 청다리도요만의 특징이다. 갯벌에서 주로 보이지만 내륙의 습지에서 종종 모습을 나타냈다.
 농성장을 찾은 청다리도요들
ⓒ 이경호
농성장을 찾는 도요새들 중에서는 가장 대형종에 속하는 알락꼬리마도요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종이기도 하다. 대형 도요류인 알락꼬리마도요도 천막농성장 주변의 습지와 자갈밭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좋은 곳이 었던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대형 도요도 잠시 쉬고, 다시 먹이를 먹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성장을 찾은 알락꼬리마도요
ⓒ 이경호
좀도요도 찾아왔다. 갯벌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종이지만, 내륙지역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종인 좀도요는 가을 농성장의 자갈밭에서 쉴 새 없이 먹이를 먹고 있었다. 무리에서 벗어나 농성장 주변으로 중간기착지를 택한 것이다. 세종보 상류가 그 만큼 충분한 경유지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이야기다. 좀도요는 충분한 먹이를 먹고 다시 바다를 건널 것이다.
물길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도요새들
 농성장 주변의 좀도요
ⓒ 이경호
천막농성장에서 가장 많이 수를 만날 수 있는 종은 알락도요이다. 20여 개체가 넘게 자갈 밭에서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막농성장 건너편의 자갈 밭은 지금 새들의 천국이다. 140여 일에 가깝게 현장을 지킨 보람을 새들의 이동과정에서 다시 확인했다. 적어도 이동하는 새들의 터전을 한 해는 지켜낸 것이다. 한가위의 풍요를 우리는 새들을 보며 새삼 느낀다.
이곳에 상주하여 모습을 보여주는 도요새들도 번식을 마친 탓에 개체수가 늘어나 있다. 깝짝도요와 삑삑도요가 농성장 옆에 만들어진 물길에서 겨울을 준비 중이다. 몸을 살찌우고 새끼의 독립을 독려하는 가을 금강은 터전을 잡은 생명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 준다. 금강은 가을은 이곳을 터전으로 하는 생명들에게 중요한 공간인 것이다.
 농성장 터주대감 도요인 갑짝도요
ⓒ 이경호
매(송골매)가 비둘기를 쫓는 모습을 확인했다. 얼마 전 확인한 송골매는 종종 농성장 인근에서 사냥을 하곤 한다.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사냥감이 많다는 뜻이다. 상위 포식자 중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인 매가 나타나는 것만으로 천막농성장의 생태계 균형을 짐작할 수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종이다.
 농성장을 찾은 매(송골매)
ⓒ 임도훈
적자생존의 처절한 야생을 확인하기도 했다. 농성장에서 다친 다리로 생활하던 중대백로(중대백이)가 사냥을 당한 것을 확인했다. 삵의 소행으로 보인다. 사냥당한 흔적이 아쉽지만 삵에게는 생명을 이어가는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자연의 냉혹함이기도 하지만, 먹고 먹히는 과정에서 균형을 이루는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농성장을 지키던 다리다친 중대백로(중대백이)
ⓒ 이경호
 중대백이 사채의 모습
ⓒ 이경호
적자생존의 치열함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이런 치열한 생존이 가능한 것 자체가 천막농성장의 생태계가 풍요롭다는 뜻이다. 한가위에 걸맞게 생명들에게 천막농성장 주변은 풍요의 터전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이야기가 지금 세종보의 생명들에게 딱 들어 맞는 말이다.

세종보 담수는 생명들이 누리는 이런 풍요를 빈곤으로 만드는 일이다. 생명들을 모두 죽여 빈곤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환경부는 대 멸종의 시대에 생명들의 빈곤을 재촉하는 시도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강행하고 있다. 생태학살을 스스로 자행하는 환경부는 존재 가치가 없고 풍요를 누릴 자격도 없다. 제발 세종보 담수시도를 중단해라! 생명들의 풍요로운 한가위가 지속될 수 있게.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