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자유” 어학연수 가겠단 병역 기피자…法 “불허 적법”

김준영 2024. 9.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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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기피로 두 차례 처벌받았던 A씨(31)가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기 중 어학연수를 이유로 해외로 나가려다 거부당하자 “학문의 자유를 막았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A씨가 서울지방병무청의 국외여행 허가신청 불허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참고 사진. 연합뉴스


1993년생인 A씨는 24살이 된 2017년 11월에 현역병 입영 통지서를 받았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하지 않아 이듬해 법원에서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년 후 병무청은 재병역판정 검사 통지서를 발송했으나 A씨는 또다시 응하지 않았고, 2021년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재차 확정받았다. 이와 별도로 A씨는 근로계약서를 위조한 혐의로도 같은 해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이에 병무청은 병역법 65조 1항과 병역법시행령 136조 1항을 근거로 A씨를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로 처분했다. 해당 조항은 ‘각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이 선고된 경우에는 그 형기를 합산하여 적용’하여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을 보충역 편입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A씨는 소집 대기 중이던 2023년 10월 병무청에 국외여행허가를 신청했다. 어학연수를 떠나겠다는 이유에서다. 병무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기피한 사실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국외여행허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병역법 70조 2항을 바탕으로 A씨의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A씨가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병무청 처분으로 유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학문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병무청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거나 학문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18년 현역병 입영 대상자인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아 형사 처벌을 받았고, 2020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재병역판정검사를 받지 않아 또다시 형사 처벌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병역법에 따른 국외여행 불허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의 국외 거주·이전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가 사실상 제한되기는 하나, 병무청이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된 동기나 목적·경위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여행 불허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A씨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원고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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