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창은 예방이 중요… 침대 시트 팽팽하게 펴고, 두 시간마다 자세 바꿔줘야"
'욕창 치료 명의' 아주대병원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
이미 환자가 많고, 앞으로 더 늘 것임에도 욕창 치료에 대한 인식은 크지 않다. 암 같은 질환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라고 여겨지는 탓이다. 그러나 욕창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떻게 치료하고 관리해야 할지, 욕창 명의인 아주대병원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에게 물어봤다.
-욕창은 언제 생기고, 어디에 특히 잘 발생하나?
“욕창은 피부가 오래 눌린 곳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조직이 괴사한 것이다. 정자세로 눕든, 옆으로 돌아눕든, 앉아있든 한 자세로 두 시간만 있어도 욕창이 생길 수 있다. 앉아있는 환자는 엉치뼈, 발꿈치, 등뼈 부근에 잘 발생한다. 상체를 뒤로 젖혀 누울수록 꼬리뼈 부근에 잘 생긴다. 정자세로 완전히 누운 환자는 꼬리뼈, 뒤통수, 등뼈, 팔꿈치 근처에 자주 발생한다. 자세 말고 마찰도 영향을 미친다. 환자 몸 아래에 깔린 천을 당겨서 꺼낼 때 살이 쓸리거나, 자세를 바꿀 때 환자 몸을 움켜잡은 손에 살이 당기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자극이 누적돼도 욕창이 생긴다.”
-욕창을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조직 깊은 곳까지 괴사되며 뼈가 썩는 골수염,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근막염이 생길 수 있다. 패혈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욕창은 혼자 거동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약해진 사람에게 나타난다. 이에 합병증이 생길 위험도 크다.”
“첫 번째 단계는 피부가 불그스름해지는 것이다. 피부 손상을 회복하기 위해 염증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피부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허옇게 질리는데, 1단계 욕창이 생긴 피부에선 이런 변화가 관찰되지 않는다. 조직이 손상돼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태라서다. 2단계는 빨간 상처가 생긴 상태다. 때를 박박 민 것처럼 피부 껍질이 벗겨져 있다. 3단계는 괴사가 피부 아래까지 진행된 상태다. 진피 아래 지방층까지 염증이 침입한다. 4단계는 지방층을 넘어 뼈나 근육까지 염증이 번진 상태다. 피부에 구멍이 뚫리며 뼈나 근육이 노출될 수 있다.
겉으로 봐서 단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피부에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는데 조직 깊은 곳까지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1단계로 착각하고 간단한 치료만 했다간 위험할 수 있다. 조직을 열어서 손상 깊이를 확인해야 한다. CT를 찍어야 할 때도 있다. 뼈가 부러지는 등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욕창으로 인한 염증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보통 몇 단계에 병원을 찾아오나?
“욕창은 대부분 장기 요양 환자에게 발생한다. 3~4단계 정도로 악화돼 병원에 오는 사람이 많다. 장기 요양 환자 대부분은 통증이 있어도 의사 표현을 잘 못 한다. 감각이 떨어져 통증에 둔한 때도 있다. 그렇다고 보호자가 잘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환자의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돌봄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거동을 못 하는 환자는 한 명이 보기 어렵다. 적어도 두 명은 있어야 자세를 수시로 바꾸며 욕창이 생기지 않았나 확인할 수 있다.”
-욕창 예방과 관리에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던데?
“단백질이 가장 중요하다. 욕창 취약군은 장기 요양 환자다 보니 대부분 삼킴 장애가 있다. 이에 고기 같은 단백질 급원을 씹어먹을 수 없어서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하다. 조금이라도 씹을 수 있는 환자는 고기를 잘게 잘라 씹어먹게 한다. 스스로 씹어먹기 어려우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액상형 단백질 제제를 콧줄로 넣어주거나 입으로 마시게 한다. 하루에 섭취하는 총 열량도 부족하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삼킴 장애가 있으면 무언가 마시기도 어렵다. 삼킨 것이 자칫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환자 질환마다 필요한 영양소와 총 열량에 대한 지침이 있으니, 의료진과 식단을 상의해야 한다.”
-영양소 섭취 말고 욕창 예방에 중요한 게 있다면?
“환자 자세를 두 시간마다 바꿔줘야 한다. 거동하지 못하는 환자를 들어서 자세를 바꾸려면 적어도 두 사람은 필요하다. 혼자 힘으로 환자 몸을 밀어서 체위를 변경하려다, 환자 살이 천에 쓸리거나 보호자 손에 당기면 오히려 욕창이 생길 수 있다. 신체 압력을 분산할 수 있는 패드를 침대에 깔아두는 게 좋다. 에어 매트리스나 물침대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런 패드를 사용하더라도 두 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 재활 치료도 해야 한다. 장기 요양 환자 대부분은 한 자세로 오래 있다 보니 관절이 딱딱하게 굳는다. 관절 주변 조직도 덩달아 굳어지며 욕창이 생기기 쉽다. 신체가 마비된 환자라도 재활치료사에게 관절 운동을 받게 해야 한다.”
-환자에게 욕창이 생겼을 때 보호자가 꼭 해야 할 것은?
“욕창 발생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영양 공급, 관절, 침대 매트리스, 기저귀 등 의심할 요인이 많다. 이중 어느 것이 욕창을 유발했는지 알아내서 교정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침대에 까는 천을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천이 주름진 상태에서 환자를 눕히면 욕창이 잘 생긴다. 천끼리 겹쳐진 곳이 피부를 잘 누르기 때문이다.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환자 침대에 방수포를 까는 경우도 있는데, 권장하지 않는다. 방수포와 맞닿은 피부가 습해지며 잘 짓무른다.”
2단계부터는 수술이 필요하다. 눈으로 보이는 욕창 병변은 빙산의 일각일 때가 많다. 상처가 조그매 보여도 안쪽이 깊숙이 썩어들어가고 있을 수 있다. 피부가 신체 조직 중 가장 질겨서 겉으로 티가 덜 나는 것이다. 이럴 땐 상처를 열어서 죽은 살을 절제하고 소독하는 ‘변연절제술’이 필요하다. 절제 부위가 큰 환자들은 수술 후에 피부가 많이 소실된다. 피부가 부족한 부분은 주변 피부를 끌어와서 봉합하는 재건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변연절제술은 보통 2단계부터, 재건술은 3~4단계부터 필요하다.
욕창이 늘 1, 2, 3, 4단계 순으로 악화되진 않는다. 1단계였던 욕창이 2단계를 건너뛰고 갑자기 3단계가 되기도 한다. 보호자가 환자의 상태를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수술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환자 몸이 약할 때도 종종 있다. 이럴 땐 패혈증, 골수염, 근막염으로 악화되지 않게 상처를 잘 소독하는 게 최우선이다. 물론 중증 욕창이 소독만으로 완치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소독과 드레싱을 잘 하면 상처 크기가 약간은 줄어든다.”
-욕창 치료는 어떤 병원에서 받는 게 좋나?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이 팀을 꾸려서 환자를 돌보는 곳이 좋다. 욕창은 한 분야 전문가가 오롯이 치료할 수 없다. 성형외과, 내과 등 다양한 과의 협진이 필요하다. 영양팀, 상처를 주기적으로 드레싱할 상처 전담 간호사, 소독 상태가 잘 유지되게 관리할 병동 간호사 도움이 필요하다. 아주대병원은 이러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욕창상처관리팀을 운영하고 있다. 5년간 운영한 결과, 퇴원 환자의 욕창 완치 비율이 16%에서 46%까지 높아졌다.”
“환자의 필요를 정책이 따라가지 못한다. 다양한 소독 제재가 많으나 한국에서 쓸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은(silver) 성분 드레싱이 감염을 막기에 가장 좋은데, 지금은 화상 환자에게만 요양급여가 허가돼있다. 그래서 욕창 환자가 쓸 수 없다. 대한성형외과학회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욕창 환자는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환자에게 달에 120만 원 이상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욕창 환자를 돌볼 때 기저귓값부터 해서 달에 200~300만 원은 든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처치를 다 하다 보면 병원은 적자가 되므로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 하루빨리 정부에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저출산이 심화되며 노인 인구가 늘고 있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수많은 욕창 환자를 돌보게 될 것이다.”
아주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듀크대 병원 성형외과에서 연수받고 현재 아주대 의과대학 성형외과 교수 겸 임상과장을 지내고 있다. 아주대병원 욕창상처관리팀 소속으로서 오전 7시에 열리는 ‘욕창 세미나’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욕창 환자보다, 그들을 돌보던 보호자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이에 보호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욕창을 의료 분야 주요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욕창 치료 수가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현 의료체계에서는 가족도 환자 돌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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