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 김강헌이 이해 안됐다면…김명민 “과거 청산 위해 분투하는 인물”

정진영 2024. 9.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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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유어 아너'의 스틸컷. 스튜디오지니 제공


법 위에 주먹으로 군림하며 살아왔지만 죗값을 받고 개과천선한 사람의 아들이 죽임을 당했다면, 이건 인과응보일까 아닐까. 모두의 존경을 받으며 청렴하게 살아온 사람이 아들을 지키기 위해 죄 없는 사람을 죽인다면, 이건 이해받을 수 있는 한 번의 실수일까 아닐까.

드라마 ‘유어 아너’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처음엔 아들이 죽은 김강헌(김명민)에게 ‘그러게 착하게 살았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폭주하는 송판호(손현주)를 보고 있으면 김강헌에게 측은지심이 생긴다. ‘유어 아너’는 그 지점의 아이러니를 파고든다.

배우 김명민. 심스토리 제공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명민은 “‘유어 아너’는 다른 드라마와 결이 좀 다르다. 선과 악이 충돌해서 선이 승리하는 권선징악의 결말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걸 지키려고 했던 두 아버지의 뒤틀린 부성애가 어떤 결말을 맞는지 보면, 김강헌의 삶을 살았던 저조차 아직 가슴에 찝찝함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강헌은 선대 때부터 이어져 온 폭력조직 우원파를 정리하고 견실한 기업체로 운영하려 하는 우원그룹의 회장이다.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기 위해 징역을 살고 나오지만, 출소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아들이 뺑소니 사고로 죽었다. 뺑소니범을 잡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금세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지만 김강헌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자라면서 송판호를 왜 그냥 두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 '유어 아너'의 스틸컷. 스튜디오지니 제공


이에 대해 김명민은 “김강헌이 ‘그런 힘은 나도 있어’라고 송판호 앞에서 말하며 대통령보다 위에 있는 존재인 것처럼 말하지만, 김강헌은 그렇게 못한다. 개과천선한 인물이기 때문에 항상 자신과 싸우고 있다”며 “김강헌이 무서워하는 건 오로지 가족이다. 가족이 없으면 김강헌은 무너진다. 하지만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가족이 김강헌에게 계속 제동을 건다. 김강헌은 정말 외롭고 힘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그의 고뇌는 아내 마지영(정애연)이 뺑소니범으로 알았던 이상택(안병식)의 노모와 딸을 죽이는 데 동조한 비서 장현수를 죽인 장면에서 드러난다. 김명민은 “장현수를 처단하고서 김강헌이 손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대본엔 없었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며 “‘다시 내 손에 피를 묻히는구나’ 싶어서 손을 계속 쳐다본다. 피를 안 묻히고 깨끗한 비즈니스를 하려던 김강헌의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유어 아너'의 스틸컷. 스튜디오지니 제공


이런 김강헌의 서사를 생각하고 보면 그의 큰아들인 상혁(허남준)은 그에게 아픈 손가락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행동대장으로 늘 앞장서 왔던 김강헌의 모습만 봐온 상혁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와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를 청산하기로 한 김강헌 입장에서 상혁은 이미 손 쓸 수 없을 만큼 멀어져 버린 뒤였다. 김명민은 “김강헌은 상혁이 그렇게 된 것도, 불행한 가정환경을 만든 것도 모두 본인의 탓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상혁은 김강헌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이런 김강헌의 마음이 드라마 안에 모두 표현되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내면의 고뇌가 깊은 인물을 표현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김강헌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인물도 아니었다. 김명민은 “김강헌을 연기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이 그렇게 된다면 참을 수 있을까? 내가 김강헌이라면 더했을텐데’ 싶더라”며 “소리를 지르지 않고 안으로 슬픔을 삼키는 연기가 정말 힘들었다. 집에 가도 표현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아 찝찝했다. 감정을 삼키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 김명민. 심스토리 제공


드라마 속 김강헌과 달리 ‘아빠 김명민’은 친한 친구 같은 아빠라고 했다. 그도 이전까지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아빠였지만, 지난 3년의 공백기 동안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친구 같은 아빠가 됐다. 김명민은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아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3박4일을 파고 들어서 아이와 대화가 통하는 수준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으로 로드트립을 떠났다”며 “대상포진이 생길 정도로 고생했지만 아이와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게 되니 그때의 감정이 너무 좋았다. 그 3년이란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작품을 떠나있었던 3년은 그에게 여유를 가져다준 듯했다. 메소드 연기의 대가로 알려진 그지만, 이번 작품은 메소드 연기와는 거리를 두고 인물을 편하게 풀어줬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배우 김명민이 달라진 건 없었다. 그는 “신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김명민이고, 작품 앞에서 진지한 마음과 자세를 갖는 건 항상 똑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멋있는 캐릭터’인지 고민하며 작품을 골랐던 게 편협한 시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작품이 좋아야 캐릭터가 돋보인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과 느낌을 먼저 본다”며 “시대를 막론하고 시청자의 감정을 건드는 ‘유어 아너’ 같은 드라마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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