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촉법소년은 1953년생이 아니다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

2024. 9.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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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문화재에 낙서를 해도, 국회의원 머리를 가격해도 큰 잘못으로 여기지 않는다. 친구 집에 몰래 들어가 반려동물을 괴롭히다 죽여도, 또래에게 칼을 휘두르거나 집단 폭행을 해도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이라고 한다. 최근 기억나는 촉법소년 범죄만 나열해도 이 정도다.

우리나라 청소년 범죄는 나이를 기준으로 세 가지로 분류된다. 10세 미만은 형사처벌과 보호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아 입건 자체가 안 된다.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분류돼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법원의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받는데 이를 촉법소년이라 한다. 어린 나이를 고려해 교화 가능성의 기회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기준이다.

그러나 촉법소년 범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그 유형도 점차 악화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2018년 7364건, 2019년 8615건, 2020년 9606건, 2021년 1만1677건, 2022년 1만643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10대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그 숫자는 더욱 심각하다.

죄질도 안 좋다. 같은 기간 절도(2만7067건), 폭력(1만2708건)뿐 아니라 강간·추행(2095건), 방화(263건), 강도(54건), 살인(11건) 등 강력 범죄도 빈번하다. 마약까지도 스스럼없이 거래한다.

촉법소년이라고 해서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소년법에 따라 1~10호의 보호처분을 받는데, 사회봉사, 보호관찰 등부터 단기(최대 6개월), 장기(최대 2년)의 소년원 입소라는 다소 무거운 처분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늘어나기만 하는 촉법소년 범죄와 날로 잔혹해지는 범죄 유형을 보더라도 현재와 같은 보호처분은 촉법소년의 범죄를 막기에는 그 실효성이 낮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심지어 촉법소년인 점을 내세워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 촉법소년 14세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기준이다. 당시의 14세와 지금의 14세는 천지 차이다. 신체적으로 월등히 뛰어나기도 하지만, 자유자재로 인터넷을 활용해 각종 범죄 정보를 쉽게 습득한다. 전혀 다른 인류가 된 셈이다. 프랑스 13세, 캐나다 12세, 영국과 호주 10세 등 해외도 이를 반영해 촉법소년 기준이 낮다.

처벌보다 교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청소년 범죄의 근본 원인이 대개 가정환경이나 정신질환이니만큼 이들의 정신 건강을 증진하고 예방 교육을 강화하자는 의견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에 의한 단순 절도나 폭력에 그쳤다면 느슨한 교화가 해법이 되겠지만 강간, 살인, 강도와 같은 강력 범죄에도 같은 해법을 들이대는 것은 사회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상호 신뢰를 훼손하는 주장이다.

얼마 전 대법원이 동성 간일지라도 사실혼에 대해서는 동성 동반자에게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법적으로 처음 동성 동반자의 권리를 인정한 셈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 판결에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변화된 세상에 맞춰가는 것이 법이다.

70년도 더 된 촉법소년 기준을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고수하는 것은 이 판결보다도 못한 퇴보다.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교화 인프라는 인프라대로 확충돼야 하겠지만, 시대에 맞게끔 기준도 시급하게 재정비돼야 할 것이다.

[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총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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