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에 한국어 교가 계속 울리려면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2024. 9.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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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뒤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마운드로 몰려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지난 8월 23일 일본 최대 고교야구 축제 ‘고시엔(甲子園)’ 경기에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주인공은 한국계 학교 교토국제고(정식 명칭 교토국제중고등학교)인데요.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일본 내 고시엔 인기는 상당한데요. 지금도 NHK가 고시엔 전 경기를 중계할 정도입니다. 고시엔 경기는 봄과 여름 두 차례 열립니다. 특히 여름 대회에는 일본 내 모든 고교야구단 3515개팀이 출전해 49개 지역별로 한 팀씩만 본선에 진출합니다. 지역 대표로 뽑히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불릴 정도죠.

우리나라 고교 전국 대회는 보통 서울에서 열리는데, 일본은 도쿄가 아닌 오사카 인근 효고현에서 100년째 진행 중입니다. 대회 기간 동안 일본 프로 야구팀 ‘한신 타이거즈’는 홈구장을 고시엔 구장으로 내줍니다. 불리한 원정 경기 일정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시엔을 지원하는 셈입니다. 고3 야구 선수들이 가을에는 대학 입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봄, 여름 대회만 진행하는 배려도 눈길을 끕니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2021년에도 교토 대표로 출전했던 ‘전통의 강호’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4강까지 진출했는데요. 운동장 크기가 60m에 불과해 다른 학교 운동장을 빌려 훈련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적 같은 승리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일본 내 한국 학교의 ‘위기’

기쁜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걱정’이 커졌는데요. 일본 내 한국 학교들이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 내 한국계 고등학교는 총 4곳뿐이라고 합니다. 도쿄와 교토에 1곳씩 있고 오사카에 2곳이 있습니다. 교토국제고도 그중 하나입니다. 현재 모든 학교가 학생 수 부족으로 위기 상황이라고 합니다.

교토국제고도 다를 바 없는데요. 교포들이 1947년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설립한 교토국제고는 1990년대 재학생이 60여명으로 줄며 폐교 위기를 겪었다고 합니다. 이때 학생을 유치하겠다며 꺼내든 카드가 ‘야구단 창단’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야구단을 만든 뒤 한국 문화에 관심 많은 일본인 학생이 대거 입학,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았다고 하죠. 현재는 중고교 재학생이 160여명으로 늘어 활기를 띤다고 하네요.

당시 국제학교로 정식 승인을 받으면서 학교 측에선 일본 우익의 공격으로 학생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우려했다고 합니다. 이에 교가를 일본어로 바꿀지 설문조사를 했다고 하네요. 그때 일본 학생들조차 “우리는 한국 문화가 좋아서 왔는데 한국어 교가를 바꾸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대해 우리말 교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일 청춘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조홍석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수석]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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