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헬스 머신을 디지털로…레알 마드리드도 '픽' 했다
“LG이노텍에서 모터 엔지니어로 일할 때,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분야를 디지털화하면 새 사업 기회가 열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헬스장의 퍼스널 트레이닝(PT)은 원판을 끼우고, 운동 횟수를 세는 과정이 다 아날로그란 걸 깨달았죠. PT를 디지털화하면 어떨까 생각하니 그날 밤 잠이 안 오더라고요.”
스마트 운동 기계를 개발한 스타트업 ‘모티’의 방지원(35)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LG그룹이 개최한 스타트업 육성 행사 ‘슈퍼스타트데이 2024’에서 그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모티는 LG이노텍 사내벤처로 시작해 지난해 6월 분사했다. 방 대표는 “대학에서 자동차공학을 전공했는데, 이후 전기차가 등장하고 자동차에서 정보기술(IT) 영역이 커지면서 동력장치인 모터가 중요해졌다”며 사업에 도전한 배경을 설명했다. 방 대표를 비롯한 LG이노텍 엔지니어 3명이 의기투합해 사업을 시작했고, 모터의 정밀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 ‘모티브’를 개발했다. 우선 이달 말 유튜브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한 뒤 연내 정식 출시 예정이다.
모티브로 근력운동을 할 땐 무게를 올리기 위해 무거운 원판을 번거롭게 갈아 끼울 필요가 없다. 태블릿PC를 모티브와 연결해 운동 부위와 저항 정도, 목표치 등을 입력하면 스쿼트·데드리프트 등 근력 운동 30여 가지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입력한 무게대로 모터가 부하를 주는 원리다. 사용자의 컨디션을 자동 측정해 무게와 속도 등을 자동 조절해주는 모드도 현재 개발 중이다.
가격은 한 대당 약 500만원으로, 우선 중소형 PT샵을 중심으로 영업할 계획이다. 방 대표는 “헬스장 트레이너들은 고객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고객도 앱으로 본인의 운동 결과를 꾸준히 볼 수 있다”며 “한 번 구매하면 소프트웨어는 자동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티는 LG그룹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돼 기술검증 등 도움을 받았다. 올여름 LG사이언스파크에 근무하는 직원 180명이 5주간 이 기계를 테스트했다. 내부 헬스장과 탁구장 등 곳곳에 총 6대를 뒀다. 일반인들이 꾸준히 운동해보며 사용감을 검증해볼 기회였다. 방 대표는 “머릿속으로 또는 실험실에서만 기계를 작동하다가 실제 수많은 사람의 페인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알게 돼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어 “마곡에 엔지니어들이 많이 근무하는데, 무게를 들 때 케이블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좀 뻑뻑하다며 롤러·커버 등 금형(금속 틀)을 바꾸라는 신랄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며 웃었다.
오는 11월엔 스페인 유명 축구구단 레알 마드리드에서 기술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 집단에서 기기를 써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LG 측에서 이런 협업 기회가 있다고 알려줘 모티가 지원했고, 1·2차 경선을 통과해 최종 선정됐다. 방 대표는 “피트니스의 IT화를 이끄는 게 목표”라며 “일본·홍콩·대만 등 PT 문화가 있는 곳들 위주로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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