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양반 가옥의 미를 간직하고 있는 곳

문운주 2024. 9.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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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 여행 ②] 우암 송시열과 노론·소론으로 갈려 조선후기 사회를 이끌었던 윤증의 '논산 명재 고택'

[문운주 기자]

▲ 명재고택 충남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 명재 윤증이 살던 가옥
ⓒ 문운주
논산 명재 고택은 명재 윤증(1629~1714) 생전에 지었다. 조선 후기 호서지방의 대표적인 양반가옥으로 상류층 살림집이다. 돈암서원, 종학당 등과 함께 전통 한옥의 미를 간직하고 있다. 우암 송시열의 제자이면서 노론과 소론으로 갈려 논쟁을 벌이며 조선후기 사회를 이끌었던 명재의 집을 들여다본다.
돈암서원에서 교촌리 명재 고택까지는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다. 온몸이 땀범벅이지만, 여행만 나서면 힘이 솟구친다. 논산 훈련소로만 기억되고 있는 도시가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다수의 문화유산과 관광 명소가 있다. 친구와 함께 논산 여행 중이다.
▲ 명재고택 
ⓒ 문운주
▲ 명재고택 
ⓒ 문운주
몇몇 고택, 절집 등을 찾다 보니, 보는 요령이 생겼다. 건물의 건축 구조도 보지만 주변 풍광을 먼저 살핀다. 한옥은 크게 사랑채, 안채, 후원 등을 둔다. 주위 풍경도 그대로 살려 경관으로 구성한다. 이른바 차경이다.

'명재 사색의 길' 산책부터 시작했다. 동편 언덕은 완만하여 걷기가 힘들지 않다.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길게 뻗고 있다. 품 안에 안은 듯 보여주는 고택과 노성 향교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명재 고택의 매력 포인트 하나다. 기왓장으로 쌓은 낮은 담장과 장독대, 고목의 기막힌 조화다. 장을 담그는 장독이 아니라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설치미술이다. 기와담을 쳐 경계를 만들고, 다시 장독으로 원을 그리듯 세워 놓았다. 줄지어 서 있는 장독이 햇빛에 반짝인다.

뒷동산에 올라가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어느 주지 스님이 절간에도 사람이 찾아오도록 꽃을 심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한시, 편액들을 쉽게 풀이해 놓고 볼거리·놀거리를 만들어 놓으면 많은 사람이 찾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의자에 앉았다. 종일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젊은이 한 쌍은 아예 의자에 누어 산 아래 펼쳐지는 풍광을 즐기고 있다. 발걸음을 옮겨 소나무 숲으로 향한다. 곧게 혹은 비스듬히 서 있는 소나무들... 풀베기 작업을 한 듯 깔끔하다.
▲ 명재고택 마당 앞에 연못을 파고 정원을 가꿨다. 중앙에는 원형의 섬을 만들고 배롱나무를 심었다.
ⓒ 문운주
▲ 명재고택 사랑채
ⓒ 문운주
▲ 사랑방 대청, 북쪽으로 문을 내어 노성산 시원한 바람을 통하게 했다.
ⓒ 문운주
집 마당 앞에는 인공 연못을 파고 가운데에 원형의 섬을 만들어 정원을 꾸몄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 사상을 형상화했다. 섬에는 배롱나무를 심었다. 명재 고택의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다.

사랑채는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오른쪽 앞뒤 2칸에 대청(큰 마루)을 두었다. 왼쪽 앞뒤 2칸에 누마루(높게 만든 마루), 중앙에는 온돌방을 두었다. 누마루 후면에는 작은 방을 꾸미고 대문 옆의 행랑채와 연결했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가는 비밀의 통로다.

안채는 안주인이 생활하는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보호받고 살림하기 편하도록 '一' 자형 문간채를 두었다. 명재고택은 높은 담장이 없어 사랑채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안채는 현재 사람이 살고 있어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고택의 배치구조는 다른 한옥과 비슷했다. 사랑방, 안채, 곡간, 부엌, 굴뚝 등을 두고 연지와 후원을 배치했다. 특이한 것은 사랑방은 기단을 높게 쌓아 자그마한 석가산(돌로 만든 가짜산)을 만들어 만들었다.

파평 윤씨 문중의 사설교육 기관 종학당
▲ 종학당 상급과정 학사로 뒤로 보이는 건물이 백록당, 오른쪽이 정수루
ⓒ 문운주
▲ 종학당 정수루
ⓒ 문운주
종학당은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병사리에 있는 조선 중기 파평 윤씨 문중에서 운영해 오던 서당이다. 종중의 자제와 문중의 내외척, 처가의 자제들까지 교육시키기 위해 1643 년(인조 21) 윤순거가 창건했다. 초대 사장은 명재 윤증이다.

상급 학사 과정인 7 칸 백록당과 7칸 2층 누각인 정수루가 두었다. 1829년에는 종학당을 옮겨지어 초학과정을 운영했다. 창건 후 약 280여 년간 문과 41명, 무과 31일 명의 급제자를 배출하였다고 한다. 미하일 고츠바조프 구소련 대통령이 2008년 10월 2일 이곳을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정수루에 올랐다. 앞에는 가곡 저수지, 건너로는 파평 윤씨 재실이 보인다. 호암산을 등지고 있다. 확 트인 전망에 속이 다 시원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 종학당안내판 1
ⓒ 문운주

덧붙이는 글 | 노성면 일대에는 파평 윤씨 유적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명재 고택에 이어 종학당을 거쳐 축헌고 윤헌 재실, 파평 윤씨 덕포공 재실, 윤황선생 고택 등을 보고, 마지막 목적지 계백장군 유적지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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