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중 가족과 함께한 대만, 특별한 추석을 만들다

최호림 2024. 9. 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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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날씨 속 대만 여행기 … 풍등과 함께 건강기원

[최호림 기자]

올 추석 명절에도 어김없이 가족과 함께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한국의 다른 사람들처럼 가족들이 모두 함께 모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우리 가족은 명절이 되면 다양한 나라로 여행을 다녔다.

이번엔 대만을 선택했다. 한국에서 대만까지의 비행시간은 짧지만, 그간 이 나라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어서였는지 사실 내게 대만은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대신 중국과 홍콩은 다수 방문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그저 중화권의 비슷한 문화의 나라가 아닐까 생각했다.
 9월 13일 오후, 대만으로 향하는 비향편
ⓒ 최호림
대만에 와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예측할 수 없는 날씨였다. 가장 여행하기 좋다는 가을(9월-11월)에 이곳에 왔지만, 변덕스러운 날씨는 이 곳에서 지내는 내내 쾌적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란 개인적인 상상을 모두 깨버렸다. 여행사에서 제공해 준 2층 관광버스에 올라 관광지로 이동하는 도중, 분명 강한 햇살에 선글라스를 착용했지만 관광지에 도착하면 비가 내렸다. 관광 가이드가 권한 우비를 사서 중무장을 하고 다시 여행을 시작하면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강한 햇빛이 내리쬐어 땀으로 목욕을 하기 일쑤였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비에 젖고 땀에 젖어 꼭 가수 주현미의 노래 '비 내리는 영동교'의 한 소절처럼 슬픔에 젖었지만, 이 또한 관광지에 도착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일들이 상쇄되었다.
 예류 지질 공원의 자연이 만들어낸 자연 경관
ⓒ 최호림
예류 지질 공원에 도착하니 자연이 만든 기암괴석들이 모여 있어 꼭 우주 속 화성에 도착한 기분이 들었다. 여왕 머리 바위가 유명했는데, 이 모든 게 화산이 만들어낸 자연 작품이라 경이롭기까지 했다. 다만, 아직도 대만엔 활화산이 활동 중이라는 말에 대만의 랜드마크인 타이베이에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높은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101 빌딩의 안전이 걱정되기도 했다.
 초고충 중 하나인 타이베이 101 빌딩의 기술력의 비밀
ⓒ 최호림
하지만 101 빌딩에 도착해 건물의 내진 설계에 대한 설명을 듣자니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와 대만의 타이베이 101 빌딩까지 만들어낸 우리나라 기업의 건축 기술력에 다시금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고층에서 타이베이 시내를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멋진 뷰도 매력적이었다. 우리를 비롯해 긴 명절 연휴를 보내기 위해 대만을 방문한 한국 사람들로 101 빌딩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타이베이101 빌딩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
ⓒ 최호림
지우펀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골목이 만화에서 현실로 툭 튀어나와 보여 감회가 새로웠다. 비가 내려 좁은 길을 다닐 때마다 온통 빗물에 샤워를 했지만, 과거 감동을 받은 명작의 모티브가 된 장소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내 맘엔 불평보단 감동의 물결이 일어났다.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극장 애니메이션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국내에는 2002년에 개봉했는데, 어찌 보면 내 큰 아들과 같은 시기에 출생을 했기에 함께 간 두 아들에겐 큰 감흥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풍등을 하늘로 날리자 아이들의 불쾌감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상쇄되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골목
ⓒ 최호림
다양한 길거리 음식, 닭날개 볶음밥과 땅콩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실제 붓글씨로 풍등 사면에 자기의 소원을 작성하여 날리는 풍등 이벤트는 참여하는 모든 이들, 즉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들이 직접 쓴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 주세요"란 글귀가 적혀있는 풍등이 하늘로 멀리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 뇌경색 투병 중인 나는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생각했다. 이번 대만 여행은 내 현재 건강 상태처럼 변덕스러운 날씨와 함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특별한 경험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한 이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했다. 대만의 아름다운 자연과 관광지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이 모든 게 살아있음에 가능한 일임을 다시 상기하면서 남은 여행 일정도 가족과 함께 좋은 추억 만들어 귀국하련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도 건강하시고 풍성한 한가위 되시기를 기원하면서.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 주세요> 란 글귀가 적혀있는 풍등이 하늘로 멀리멀리 날아가는 모습
ⓒ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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