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캐슬파크서 1골2도움…결정력도 팀 플레이도 ‘역시 이승우’
“(이)승우가 최대한 늦게 그라운드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의 K리그1 홈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올 여름 이적시장 기간 중 수원FC에서 전북으로 이적해 적으로 만난 골잡이 이승우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승우가 문전에서 보여주는 움직임이나 득점력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라 언급한 그는 “이는 훈련을 통해 절대 키울 수 없는 부분”이라 덧붙여 천재성을 인정했다. 이어 “상대로 만나면 부담스럽고 무서운 부분이 있다”면서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승부의 세계에서 냉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우의 장점을 최대한 봉쇄하면서 단점을 집중 공략해 공격 포인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었지만, 상황은 김 감독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전북이 2-0으로 앞선 후반 20분 이영재를 대신해 이승우가 그라운드를 밟은 이후 수원FC는 무려 4골을 추가 허용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 중 3골에 이승우가 관여했다.
이승우는 후반 24분 안드리고의 골을 어시스트한 뒤 후반 45분에는 그림 같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직접 골을 넣었다. 5-0으로 스코어가 벌어진 후반 추가 시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절묘한 패스로 에르난데스의 쐐기 골을 어시스트했다. 전북 입단 이후 첫 득점을 포함해 3개의 공격 포인트를 한꺼번에 쌓아 올리며 압도적인 6-0 대승에 기여했다.
이승우의 맹활약에 힘입어 전북은 리그 3위 수원FC와의 부담스런 원정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와 승점 3점을 챙겼다. 올 시즌 8승(9무13패)째를 거두며 시즌 승점을 33점으로 끌어올려 10위로 뛰어올랐다. 여전히 강등권을 벗어나진 못 했지만, 한 경기에 6골을 몰아치는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이후 상황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승우의 강점은 효과적인 공간 침투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버텨내는 볼 키핑, 그리고 압도적인 골 결정력이다. 이날도 친정팀 수원FC를 상대로 여러 가지 재능들을 버무려 번뜩이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상대 문전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듯하다 찬스가 열리면 지능적으로 움직여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정확한 패스 또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이승우는 친정팀 수원FC와의 경기에서 숨은 진가를 발휘했다. 개인적인 욕심을 누르고 팀을 앞세우는 플레이 스타일로 공격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 대표적인 예가 에르난데스가 터뜨린 전북의 6번째 골 어시스트다. 속공 상황에서 에르난데스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정면으로 맞서는 찬스를 잡았지만, 이승우는 상대 수비수 두 명의 견제를 뚫고 다시 에르난데스에게 볼을 넘겨 득점을 도왔다. ‘에르난데스가 골 맛을 볼 수 있게 돕겠다’는 의도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6골과 5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공격 포인트에 담아낼 수 없는 공격 기여도를 인정 받아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출전 경기 수와 공격 포인트 모두 기대에 못 미친다. 수원FC전을 앞두고 11경기 출전에 1골 2도움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승우의 도움을 받아 올 시즌 12번째 경기에서 2호 골을 신고하며 시즌 막판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경기 후 이승우는 “에르난데스가 나에게 좋은 기회를 줬는데, 볼을 받을 때부터 다시 주고 싶었다”면서 “내가 한 골을 더 넣을 수도 있겠지만, 옆에 있는 선수도 골을 넣고 이기면 우리 모두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북은 올 시즌 공-수 모두 제대로 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즐비한 공격진의 시즌 득점은 40골로, K리그1 소속 12개 팀 중 7위권이다. 팀 득점 선두 강원(53골)과는 13골 차가 난다. 수비에서는 49실점으로 리그 내 최다 실점 1위다. 공격에서 기대만큼 골을 넣지 못하는데 실점은 많다보니 순위와 승점에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이승우가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동료에게 양보한 건 자신뿐만 아니라 팀 공격진이 함께 살아나야 시즌 막판 강등권 탈출 경쟁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승우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정의석 올리브크리에이티브 대표는 “이승우는 자신을 강등 탈출의 해결사로 믿고 K리그 최고 수준의 대우로 영입한 전북에 꼭 필요한 역할과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면서 “득점 랭킹 최상위권에서 경쟁하는 만큼 K리그 득점왕 등 개인적으로도 욕심낼 만한 도전 목표들이 있지만, 당장은 전북의 강등권 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힘을 보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김두현 전북 감독도 이승우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기 후 “팀 합류 이후 적응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매 경기 차츰 출전시간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는 “전북현대라는 팀은 한 시즌 내내 치르면서 3~5번 정도 져야 맞는 팀”이라면서 “전북에 새롭게 합류한 만큼 뛰는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이기는데 보탬이 되는 플레이에 전념하겠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출전 및 득점 기회에) 굶주려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팀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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