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댐 건설해야 안전" vs. "즉각 철회해야"

정수근 2024. 9. 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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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기후대응댐 후보지 감천댐 주민설명회 현장 가보니...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 교차

[정수근 기자]

 모래강이자 사행하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감천의 아름다운 모습. 이런 감천의 상류에 또다시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행하천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모래강 감천의 아름다운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감천은 김천 수도산에서 발원하여 김천 시가지를 관통해 흐르며 구미시 선산읍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낙동강의 한 지류다. 내성천과 마찬가지로 모래가 풍부한 하천으로 낙동강에 맑은 물과 모래를 많이 유입시켜주는 아름다운 모래 하천이다. 총연장이 69㎞에 유역면적은 1022.13㎢이다.

이미 무산된 바 있는 댐 건설 사업

감천의 지류인 부항천 상류에 2013년 준공된 부항댐 등의 영향으로 감천의 중상류엔 식생이 많이 발달해 있는데, 하류 즉 김천을 통과해 구미 쪽에 이르면 모래톱이 많이 발달한 감천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부엔 감천에서 유입된 모래로 거대한 모래톱이 새로 만들어져 있어 두 모래강이 만나는 아름다운 삼각주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감천의 모래가 낙동강으로 흘러들어와 거대한 삼각주 모래톱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곳은 4대강사업으로 6미터 깊이로 준설을 했던 곳이다. 그 이후 감천의 모래가 계속 낙동강으로 유입돼 예전의 모습으로 복원된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런 감천의 김천 시가지 도심 구간에는 하천 폭이 좁은 명목 구간이 있다. 실제로 감천이 범람해 김천 시가지가 침수된 적이 있어 홍수 걱정이 많은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2년 태풍 루사 이후에 부산국토관리청이 감천 수계 45㎞를 안정적으로 정비해서 감천은 홍수로부터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거기에 2013년에 준공된 부항댐이 가동되면서 실제 홍수 조절에 상당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고 있다. 2016년 대덕댐 건설계획이 발표되자 지역주민들은 반발해 '대덕댐반대대책위'까지 조직해 오랜 기간 싸운 끝에 2020년 대덕댐 건설 계획을 완전히 무산시킨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댐 건설 계획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20년 환경부는 하천 유역 수자원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고, 김천시는 2023년 6월 경상북도를 통해 댐 건설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그리고 올해 7월 30일 환경부 기후대응댐 후보지 안에 이 지역이 포함돼, 다시 댐 건설 계획이 현실화됐다.
 대덕면행정복지센터 강당을 가득 메운 대덕면민들.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사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13일 김천 대덕면행정복지센터 강당에서 감천댐 건설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면민들이 참석했다.

댐 건설 부추기는 환경부, 그에 발맞춘 김천시?

이날 행사는 유창선 김천시 안전재난과 과장의 감천댐 필요성 설명과 기후대응댐 추진 경과에 대한 발표로 시작됐다.

유창선 과장은 "2002년 태풍 루사 때 김천철교 교각과 감천 제방이 범람하여 시가지 및 농경지가 침수되어 39명의 인명피해와 6395명의 이재민, 4182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시민 모두가 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은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시의 시가지 내 하폭이 186m로 감천 상하류 평균 폭 200~240m에 비해 좁아 홍수에 취약한 병목 하천구조를 지니고 있다. 경부선 철교와 고속도로 교량 등 5개 교량이 한 곳에 위치해 있고, 지방하천인 직지사천이 합류되는 등 하천 통수에 매우 불리한 지형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며 홍수에 취약한 구조적 어려움도 설명했다.

이어 "중앙정부에서는 감천 하천기본계획의 맞춰 2019년까지 하도 준설, 하폭, 제방 보충 및 축제 등 하천정비사업을 통한 단기적인 치수 안정성을 확보하였으나 감천은 토사가 직접적으로 쌓이게 되는 대표적 사력지 하천이며 하천의 흐름 방향이 주요 태풍의 진로와 동일하여 태풍이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이 길어져 피해가 커질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치수 안전성은 이루어졌으나) 장기적으로 홍수 피해 가능성이 증가 될 수밖에 없고, 감천 수계는 이상 호우에 대한 대처 및 재퇴적에 취약하여 항구적인 치수 안정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댐 건설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기후대응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환경부 수자원 개발과 서혜영 과장이 주민설명회에 앞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댐 적정성 검토에 대한 발표는 최영욱 한국종합기술 상무가 맡았다. 그 또한 우선 댐 건설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감천 중류 시가지 구간은 200년 빈도의 홍수 방어가 가능하도록 관리되고 있으며, 2013년에 김천 부항댐이 준공되고 2019년에 하천 정비가 완료되어 200년 빈도 홍수의 단기적인 치수 안정성을 확보한 상황"이라 먼저 밝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역의 홍수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지역적 여건 및 하상의 사질토 구성 비율이 높아서 토사가 유입되고 하상이 또 퇴적되고 홍수위 상승이 반복되어 중장기적 관점의 홍수 방어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같은 홍수량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강우 등 홍수 피해 위험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유역 차원의 치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 강조했다.

그는 댐 이외의 대안도 설명했다. 그는 "천변 저류지는 홍수량을 일시적으로 저류하여 하류 도심지 홍수 피해를 예방하는 시설로 도심지 직상류에 설치하는 것이 홍수 방어에 효과적이다. 16년 기본계획, 22년 특정 하천유역종합치수계획, 기존계획에서 제시된 천변 저류지는 후속 절차, 후속 상세 검토시 적용 가능성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말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김천 부항댐의 홍수조절 능력 증대 및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기존의 댐 용량에서 추가적인 용량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방법은 있으나 기존 김천 부항댐이 부항천 유역의 홍수량을 전량 저감하고 있기 때문에 홍수 조절 용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감천 본류의 영향까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검토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러한 종합적인 검토 결과 댐 이외의 대안은 적용의 제한이 따르나 천변 저류지의 경우는 후속 절차시 상세 검토를 통해서 적용 가능성을 평가해야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감천댐 후보지 위치는 감천 상류 대덕면 가래리 일원이며 (목적은) 신규 댐 조절을 위한 홍수 용량 확보다. 용량은 1600만 톤 규모이며 전량 홍수 조절로 용수공급 목적은 없는 것으로 검토했다. 현재 댐 위치, 규모 등은 댐 건설을 위한 초기 논의단계다. 그래서 향후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조사 등과 같은 후속 절차를 통해서 변경될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설명회장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대덕면민들이 모여 환경부 댐 사업에 대한 기대와 강한 우려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마지막 순서로 이정현 환경부 수자원 개발과 사무관의 댐 사업 철자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 세 사람의 설명이 모두 끝난 후 주민들의 질의가 터져 나왔다.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주된 질의는 댐 건설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주를 이루었다.

먼저 박경범 대덕면 이장협의회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2002년 루사 같은 때는 대덕댐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건 우리도 동의한다. 하지만 2002년 루사 이후에 부산국토관리청이 감천 수계 45킬로미터를 안정적으로 정비했다. 그래서 부산국토청이 감천은 홍수로부터 안전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2013년도부터 부항댐이 가동되면서 실제 홍수 조절에 상당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22년 동안 감천 수계가 위험했던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는가? 없다. 이것이 실체적 진실이다. 200년 빈도로 대한민국 하천 위험을 계산했을 때 댐이 건설돼야 할 곳이 몇 곳이나 될까? 100개도 넘을 거라고 본다. 이런 논리가 감천댐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명확하다."

이어 함수연 주민도 "개령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하상이 낮아서 계속 물난리가 났던 곳이다. 그래서 둑을 만들었다. 조선 말기에 버드나무를 심어서 비가 넘치지 않도록 만든 곳이 개령이다. 그러면 개령 위에다가 저류지 만들면 된다. 직지사천, 지금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대덕면 곳곳에 댐 건설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댐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으로 나뉜 주민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찬성과 반대로 각각 나뉜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면서 그는 또 행정 당국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비판했다.

"설명회를 하는데 설명회 계획서도 없다. 주민들한테 왜 계획서를 안 나눠주나? 말이 되나? 내가 환경부나 수자원공사, 국토교통부에 관련된 자료들을 요청했다. 댐과 관련해 제대로 된 답변이 하나도 없었다. 계획서 하나 없는 설명회로 무슨 설명을 하나?"

댐은 주민들의 삶터를 완전히 수장시키는 사업이다. 또, 많은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런 중차대한 사업을 벌이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주민들의 지적을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대덕댐반대주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이 감천댐 주민설명회에 앞서 감천댐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대덕댐반대주민대책위원회
그래서 이날 2016년에 조직된 '대덕댐반대대책위원회'가 다시 모였다. 이들은 주민설명회 직전에 대덕면행정복지센터 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기후대응댐을 건설하겠다는 환경부와 김천시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또다시 불법적인 댐 건설계회 대덕 주민은 분노한다!", "민주적 절차 무시, 밀어붙이기식 댐 건설 계획 김천시, 환경부 규탄한다!"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김천시장은 대덕면민 두 번 죽이는 댐 건설 계획 즉각 철회하라! 김천시와 환경부는 대덕면민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 이름만 바꾸기 계획, 김천시와 환경부는 댐 마피아냐, 댐 건설 계획 즉각 철회하라!"
 감천댐 사업 반대를 외치고 있는 주민들
ⓒ 대덕댐반대주민대책위원회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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