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소문으로 흉흉한 플랫폼 업계 [취재수첩]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9. 1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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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제국’ 몰락 이후 이커머스 업계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대표이사 해외 잠적설(컬리)’부터 ‘판매자 정산금 미지급설(오늘의집)’까지 괴소문이 들불처럼 퍼졌다. 두 회사 모두 ‘허위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 불안을 불식시키는 데 애를 썼다.

괴소문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따지고 보면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진짜 성장’을 기록 중인 곳은 드물다. 가령, 최근 컬리는 ‘흑자전환’이라는 대목을 유독 강조한다. 흑자전환의 ‘주어’는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라는 재무지표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다음에야 행간의 의미도 알기 힘들다. EBITDA는 영업이익을 의미하는 EBIT에 감가상각비용을 더한 개념이다. 플랫폼 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로 상각비용이 상당하므로 이 비용을 더한 EBITDA를 실질적인 현금흐름으로 보고 추정하자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EBITDA를 기업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대용치(Proxy)로 쓴다. 그렇다고 ‘EBITDA 흑자’가 ‘진짜 흑자’는 아니다.

오늘의집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미정산 소문에 휘말린 것은 자본잠식 우려 탓이다. 이름도 생소한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발단이 됐다. RCP S는 회계기준에 따라 자본으로도 부채로도 분류된다. 오늘의집은 IPO를 앞두고 기존에 자본으로 분류했던 RCPS를 부채로 재분류하면서 혼선이 생겼다. 훗날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자본금은 더 늘어난다. 다만, RCPS 역시 ‘진짜 자본’은 아니다. 자본과 부채 성격이 모두 내재돼 ‘숨은 부채’라고도 불린다. 전문가들은 “숫자에 불과한 기업가치와 상장에 매달리는 투자 풍토가 성공 스토리로 포장됐다”고 꼬집는다. 특히 플랫폼은 점유율이 낮더라도 불신으로 흔들리면 그 위기가 가치 네트워크 전체로 삽시간에 전염된다. 큐텐 사태로 촉발된 플랫폼 업계 위기가 ‘진짜 성장’을 좇는 반면교사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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