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가사도우미 놓고도 붙었다…韓과 대립각 세운 오세훈

김민정 2024. 9. 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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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월 19일 서울시청에서 '청년 시정 체험 아르바이트' 근무자를 만나 서울시 청년정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 정치 무대에서 웬만한 국회의원보다 더 많이 언급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의 관전평이다. 오 시장은 여권의 빅샷(주요 인사)으로 꼽히지만, 그동안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시정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건건이 대립각을 세우며 중앙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여권을 술렁이게 한 지구당 부활 논쟁이 대표적이다. 한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지구당 활성화 토론회에서 “지구당이 돈 문제에 약하다고 하는데 시대가 변했다”고 강조한 바로 그다음 날 오 시장은 가시 돋친 반론을 쏟아냈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지구당 부활은 어떤 명분을 붙여도 돈 정치와 제왕적 대표제를 강화한다”며 “퇴보로 유턴하는 게 정치인의 바람직한 자세냐”고 썼다. 오 시장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는 “2004년 부패 온상으로 지목된 지구당 폐지를 이끈 ‘오세훈법’을 주도한 게 오 시장”이라며 “자신의 이름이 붙은 법이 한 대표 주도로 폐기 수순인 것을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 시범 도입으로 촉발된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를 놓고도 오 시장은 한 대표와 대척점에 섰다. 오 시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 관리사 문제 세미나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산층 이하 가정에는 그림의 떡”이라며 최저 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한 대표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을 들어 차등 적용에 반대하고 있다.

사안마다 충돌하는 듯한 오 시장과 한 대표의 갈등 구도를 두고 여권에서는 “미래 권력을 노리는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의 신경전”이라는 얘기가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4 시도지사 정책 콘퍼런스'에서 인구 위기 대응을 위한 중앙-지방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에서는 “여권 잠룡의 ‘빌드업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반응이 대세다. 오 시장은 지난 7월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임명하고, 지난달 여당 소장파 그룹인 ‘첫목회’ 출신의 곽관용 남양주을 당협위원장을 서울시 정무수석으로 영입하는 등 청년층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또, 오 시장이 12일 페이스북에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살포는 무책임한 이재명식 포퓰리즘”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하면서 야당을 향한 목소리도 내고 있다.

오 시장이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당내 기반이 약한 것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서울시 측에 따르면 오 시장은 4월 총선 이후 수도권 지역 당선자는 물론 낙선자까지 초청해 식사하면서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오 시장 측은 “1년 10개월 남은 시장 임기 동안 오세훈표 ‘오리지널리티(원조)’ 정책에 발굴에 집중할 것”이라며 “오 시장이 시정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면 물음표가 붙은 당내 여론도 달라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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