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가사도우미 놓고도 붙었다…韓과 대립각 세운 오세훈
“여의도 정치 무대에서 웬만한 국회의원보다 더 많이 언급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의 관전평이다. 오 시장은 여권의 빅샷(주요 인사)으로 꼽히지만, 그동안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시정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건건이 대립각을 세우며 중앙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여권을 술렁이게 한 지구당 부활 논쟁이 대표적이다. 한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지구당 활성화 토론회에서 “지구당이 돈 문제에 약하다고 하는데 시대가 변했다”고 강조한 바로 그다음 날 오 시장은 가시 돋친 반론을 쏟아냈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지구당 부활은 어떤 명분을 붙여도 돈 정치와 제왕적 대표제를 강화한다”며 “퇴보로 유턴하는 게 정치인의 바람직한 자세냐”고 썼다. 오 시장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는 “2004년 부패 온상으로 지목된 지구당 폐지를 이끈 ‘오세훈법’을 주도한 게 오 시장”이라며 “자신의 이름이 붙은 법이 한 대표 주도로 폐기 수순인 것을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 시범 도입으로 촉발된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를 놓고도 오 시장은 한 대표와 대척점에 섰다. 오 시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 관리사 문제 세미나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산층 이하 가정에는 그림의 떡”이라며 최저 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한 대표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을 들어 차등 적용에 반대하고 있다.
사안마다 충돌하는 듯한 오 시장과 한 대표의 갈등 구도를 두고 여권에서는 “미래 권력을 노리는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의 신경전”이라는 얘기가 많다.
여당에서는 “여권 잠룡의 ‘빌드업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반응이 대세다. 오 시장은 지난 7월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임명하고, 지난달 여당 소장파 그룹인 ‘첫목회’ 출신의 곽관용 남양주을 당협위원장을 서울시 정무수석으로 영입하는 등 청년층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또, 오 시장이 12일 페이스북에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살포는 무책임한 이재명식 포퓰리즘”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하면서 야당을 향한 목소리도 내고 있다.
오 시장이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당내 기반이 약한 것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서울시 측에 따르면 오 시장은 4월 총선 이후 수도권 지역 당선자는 물론 낙선자까지 초청해 식사하면서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오 시장 측은 “1년 10개월 남은 시장 임기 동안 오세훈표 ‘오리지널리티(원조)’ 정책에 발굴에 집중할 것”이라며 “오 시장이 시정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면 물음표가 붙은 당내 여론도 달라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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