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의료개혁, 의료보험 이후 최대의 노력… 물러설 수 없다”

이경원 2024. 9. 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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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대화 촉구 속에서도 개혁 명분 강조하는 용산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이현석 서울의료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함께 센터 내부를 살피며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한 축에서는 응급실을 비롯해 의료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료계가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서 이대로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부로서는 더한 공백 상황을 막아 가면서 의료계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계속 애쓰겠다는 의미였다. 점점 장기화하는 응급실의 인력난 상황에 대해서는 비상진료체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정부의 현 상황이다. 정부는 명절에도 현장에 남은 의료진을 향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중증이 아닐 경우에는 굳이 상급 종합병원을 찾지 말아 달라”고 국민적 당부를 건네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의사단체의 대화 참여를 촉구하면서도 의료개혁의 동력과 방향성 자체는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관심을 끌었고 의·정 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주제는 의료개혁의 여러 갈래 가운데 역시 의대 정원 증원이다.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현 태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재논의를 피하지 않겠으나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교육현장에서 입시 절차가 시작된 점을 고려, 2025학년도 정원의 재조정 가능성을 먼저 언급하지 않는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화는 열려 있다’는 표현에 대해 “의료계가 들어와서 ‘0명’을 주장하면, 우리도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의료공백 문제는 지난달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응급실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때 일부 지역의 상황이 부각된 측면이 있고, 이탈했던 전공의들도 부족하지만 조금씩은 다른 병의원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의료 인력들이 9월 전후 이동이 잦다는 측면도 거론됐다. 하지만 국민적 불안감은 비난 여론으로 이어졌고, “관리 가능하다”는 정부의 설명은 “현장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실도 비서관과 행정관들을 지역 병원 현장에 급파해 애로점을 청취하는 등 현장과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정부는 다만 지금의 의료공백을 넘어가야 할 고비로 인식하지, 의료개혁 정책을 백지화할 계기라고는 보지 않는다. 응급실 현장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의료개혁 정책 수립의 이유일 뿐, 정책 철회의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은 보건복지부가 ‘연간 2000명 증원’을 말하기 이전부터 만연했다는 설명을 정부는 자주 하고 있다.

실제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들은 여·야·의·정 협의체 ‘전향적’ 참여를 선언한 이후에도 “정부의 태도가 결국 달라진 것은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토론 여지를 열어둔 상태였다는 점, 다만 정부는 의사의 증원 필요성을 다각도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한결같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이 때문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는 환영하면서도, ‘2026 의대 증원 유예’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의사 증원은 안 된다”는 의료계를 어떻게 설득해낼 것인지는 정부의 영원한 과제다. 정부는 지난 2월 이후 의료계를 향해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 단 근거를 갖고 나오라”고 거듭 촉구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행정처분을 유예했던 전공의들도 제 자리로 돌아온 이는 소수에 머물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공의들은 왜 집단행동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왜 나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국민들께 한번 설명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낸 적도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수술이 취소되거나 예약이 연기돼서 황당해하는 환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의 설명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휴 기간 전국의 응급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참모진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응급의료센터 등을 찾아 명절을 반납한 의료진을 격려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서울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응급의료 대응 상황을 점검했고, 같은날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연금, 의료, 교육, 노동의 4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저와 정부는 자유의 가치를 수호하면서 개혁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료개혁은 의료보험 이래로 의료 분야를 최대로 개선하려는 것”이라며 “일부가 반발한다고 해서 물러서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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