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단일화 룰 놓고 보수·진보 모두 '이전투구'
진보진영 후보들 "단일화 룰이 곽노현에게만 유리…합의할 수 없어"
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보 양 진영 모두 후보 단일화를 최대의 선결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각 후보자들이 다른 후보자를 견제하며 단일화 룰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진보 성향 후보들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에 나서는가 하면, 보수 성향 후보들은 합의안을 만들어 놓고도 서명을 하지 않는 등 언제든 단일화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보수진영, 조전혁 앞서나가…단일화 룰 놓고는 여전히 이견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의 단일화 기구인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지난 13일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홍후조 고려대 교수 등 3인이 경선 방식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1차로 안 전 회장과 조 전 의원이 담판을 통해 한 명이 사퇴하고, 2차로 남은 후보자와 홍 교수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한 명의 후보를 추대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는 19~21일 사흘 간 전화면접 방식으로 2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며 최종 단일 후보는 24일 발표될 예정이다.
담판 방식은 아직 알려진 게 없다. 다만 통대위는 이 과정이 손병두 통대위 위원장의 중재 하에 진행될 예정이라고만 예고했다. 안 전 회장 측은 "손 위원장이 14일 조 전 의원을 만나고 15일에는 안 전 회장을 만나 양측의 주장을 들은 뒤 합의안 조율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합의가 끝까지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여러 차례 단일화에 실패하며 조희연 전 교육감의 3선을 지켜봐야만 했던 보수 교육계는 이번엔 반드시 단일화에 성공해야 한다며 경선 승복 서약까지 나섰다. 이 서약은 "후보 단일화 경선 결과에 승복하며, 불복하고 출마를 하는 등 합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안 전 회장은 이 서약에 서명을 거부했다. 담판 이후 협의를 이루지 못하면 언제든 독자 출마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애초에 선거에 출마한 보수 성향 후보 5명 중 통대위에 참여한 후보는 3명에 불과하다. 선종복 전 서울북부교육장, 윤호상 서울미술고 교장 등이 처음부터 독자 출마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보수 성향 후보 4명이 투표 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
한편KSOI가 실시한 보수 성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조 전 의원의 지지율은 12.5%로 2위인 홍 교수(8.4%)보다 4.1%포인트(p) 앞섰다. 안 전 회장의 지지율은 7.1%로 집계됐다.
◇진보 진영 내에서도 노골적 '곽노현 견제'
진보 진영도 상황이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진보 교육계 후보 8명이 참여한 단일화 기구인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추진위)'는 지난 6일부터 경선 룰 협의를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추진위는 지난 12일 단일화 룰을 발표하고 각 후보들의 동의 여부를 물었지만 5명으로부터 거절당했다.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 5명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5인 경선 후보는 추진위 (단일화)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 상황에 따라서 새로운 후보 단일화 방식 등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려 한다"며 강경하게 발언했다. 이대로라면 추진위에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등 후보 3명만 남게 된다.
5명 후보가 추진위에 등을 돌린 핵심적인 이유는 선거인단 1인이 행사하는 표 수다. 후보 8명은 1차 예선(상위권 4위 선발), 2차 결선(최종 후보 선발)으로 진행하는 추진위의 경선 방식까지 동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진위가 제안한 단일화 방안은 1차 예선에서 선거인단 1인이 2표를 행사해 상위권 후보 4명을 뽑는 것이다. 이어 2차 결선에서는 여론조사 50%, 그리고 1차 예선에서 실시된 선거인단 투표 결과 50%를 반영해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5명 후보는 1차 예선에서 선거인단 1인이 4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차 결선의 경우 이들 5명 후보도 여론조사를 어느 정도 비율로 반영할지 일치된 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후보들이 선거인단 1인의 표 수를 놓고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곽노현'이다. 곽 전 교육감이 큰 조직을 확보한 채 선거에 뛰어들며 군소 후보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선거인단 1인이 행사하는 표가 늘어야만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판단한 이들은 결국 1인 4표를 주장하고 나섰다.
또 이들은 여기에 곽 전 교육감의 정부 탄핵 발언과 선거 보전비용 미반납 등을 빌미삼아 추진위를 공격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나선 5명 후보는 곽 전 교육감을 겨냥해 "유·초·중·등 교육을 총괄하는 책임자를 뽑는 교육감 선거임에도 특정 후보의 정치적 공방과 단일화 논란만이 뉴스의 중심으로 떠오를 뿐 교육개혁을 위한 정책 의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왜곡되고 뒤틀린 선거를 진정 교육을 위하는 선거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CBS의뢰로 8~9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진보 성향 후보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곽 전 교육감은 14.4%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12.2%로 오차범위 내 격차를 보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이 여론조사는 무선ARS(휴대전화가상번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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