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라디오서 르세라핌1위 발표 ... 데이터는 ‘이 회사’ 제공? [신기방기 사업모델]
미국 라디오(88RISING) 프로그램 ‘케이팝 레이더’의 8월 5주 차 위클리 팬덤 차트 순위 결과다. 르세라핌은 컴백 앨범을 발표, 이중 대표곡 ‘크레이지(Crazy)’로 단숨에 1위에 올랐다. 케이팝 레이더는 르세라핌의 ‘크레이지’ 뮤직비디오는 해당 기간(2024년 8월 29일~2024년 9월 4일) 3651만 뷰, 스포티파이 폴로어 증가량 역시 케이팝 평균인 1400명을 훌쩍 뛰어넘는 5만 8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의문.
이런 조회수, 폴로어 증가량 등 빅데이터는 누가 제공할까.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다. 스페이스오디티는 K컬처 파급력, 전단율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 트렌드를 숫자로 증명하는 빅데이터 업체다.
국내 아이돌 약 780개 팀의 실시간 뮤직비디오 조회수, 유튜브 구독자, 트위터, 인스타그램 폴로어 등의 변화량을 웹사이트 형태로 제공하는 건 기본. 여기에 더해 매년 ‘케이팝 세계지도’를 공개해 화제를 만들고 있다. 지난 해 11월에는 케이팝 전문 콘퍼런스 ‘2023 K-POP RADAR 컨퍼런스’를 개최, K컬처가 어떤 점에서 위기이며, 어느 분야에서 기회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네이버, 카카오, 딩고뮤직 출신으로 K팝이 ‘뜬다’‘뜰 거 같다’ 등의 평가, 예상은 많은데 이를 증명할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감’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접근하는 K컬처 데이터 전문 회사를 만든 게 오늘에 이른다. 스페이스오디티는 그밖에도 케이팝 팬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팬 플랫폼 ‘케이팝 팬을 위한 스케줄 알리미, 블립’, 신인 및 중소 K팝 아티스트들이 한국어를 알려주는 게임 형식의 학습지인 ‘YAHO 야호’를 선보이는 등 K컬처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입된 해외 유저를 활용, 다양한 부가수익을 올리는 사업모델로 IB(투자금융)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최근 KC벤처스와 RBW(알비더블유), 라구나인베스트먼트,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등이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 투자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기투자자 스노우, 네이버웹툰 등을 합치면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116억원에 달한다.
김홍기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스페이스오디티는 신인·중소 아이돌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케이팝 팬덤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작은 기획사에서 육성한 아이돌 그룹이 글로벌 팬을 모으고 해외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광경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감’ 대신 ‘데이터’로 K컬처 사업을 하겠다는 김 대표에게 보다 자세한 질문을 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美 라디오프로에서 스페이스오디티 데이터를 바탕으로 K팝 순위 발표를 한다. 이건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케이팝레이더의 경우는 지난 회사였던 메이크어스 시절 문제의식 때문에 만들었다. 당시에 각 기획사는 방송 중심의 엔터 시장만 보고 있었다. 실제로는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치가 없었다. 그런데 글로벌 인스타그램 폴로우수 증가 등 데이터 기반으로 풀어내니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스페이스오디티를 창업하면서 음악을 좀더 더 이상 ‘감’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접근하는 회사로 만들자 해서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고 이를 서비스로 출시한 것이 ‘케이팝레이더’였다. 이걸 본 미국의 88라이징(88RISING)이란 방송국에서 라디오 차트쇼를 만들어서 미국의 위성라디오인 시리우스XM을 통해 띄워보자는 제안이 왔다. 이렇게 차트 자료 제공이 시작됐고 매주 자료가 발표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뿐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들을 5년 이상치 다양한 방법으로 모으고 있다. 직접 스크래핑(온라인 자료 취합)하는 방식도 있고 API(인터넷 상 신호규칙)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제휴를 통해서 직접 보내주는 곳들도 있다.
Q. 창업 전 이력은 무엇?
25년 동안 음악 업계에서 일해왔다. 대학교 3학년때부터 좋은콘서트라고 CJ ENM으로 인수가 된 공연기획에서 공연 기획과 마케팅 일을 시작했고 (당시 이문세, 이소라, 이승철, 신승훈, 싸이, 성시경 등의 공연을 했고 최초의 브랜드 콘서트라는 것을 도입해서 화제였다.) 지금은 카카오엔터가 된 서울음반에서 정재형을 비롯한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 마케팅을 했다. 그리고 2007년에 네이버에 입사를 했고 네이버의 뮤직 서비스를 맡아서 프로모션을 했다. KPOP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2010년 경 카라, 소녀시대, 2PM, 빅뱅등과 다양한 빅 이벤트를 기획했다. 그러다가 당시에는 네이버에서 스포츠만 생중계를 했는데 회사에 제안을 해서 음악 이벤트도 생중계를 하기 시작했다. 지드래곤이 첫번째였고 조용필의 바운스(BOUNCE)의 컴백을 함께 했고 TV가 아니라 네이버에서 쇼케이스를 독점으로 중계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가 추후 하이브의 위버스와 합병이 된 V서비스로 이어졌다.
그리고 카카오 초기에 300~400명 정도만 있던 시절에 합류를 해서 역시나 ’뮤직‘ 서비스를 맡았다. 그러다 마흔이 돼서 스타트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메이크어스’에 합류를 했다. 그리고 엠넷 피디, 네이버 디자이너 등등 많은 인재를 합류시켜 딩고뮤직에서 일했다. ‘딩고뮤직’에서는 ‘세로라이브’, ‘이슬라이브’, 딩고프리스타일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했다.
Q. 대기업에서 계속 근무해도 됐을 법한데.
음악 업계는 모두 대표와 가수의 ‘감’에 의존하고 있기에 더 이상 ‘감’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해서 히트를 시키는 시도를 했었다. 메이크어스 재직 시절 말미에 이렇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원들을 제작했고 히트곡을 만들었다. 로꼬 샘김의 ‘Think about’chu’를 비롯, 멜론 차트 상위권에 드는 히트곡들을 만들어서 가능성을 확인했었다. 이를 기반으로 히트곡 뿐 아니라 이 음악 시장의 대형 회사가 아니라 나머지 중소기획사들의 아티스트들에게 ‘데이터 기반으로 팬덤을 만들어주는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창업한 이유다.
Q. 여타 사업도 아무리 데이터가 많지만 실패한다. 엔터 쪽은 더 많은 변수가 있어서 히트곡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을 듯 싶은데.
그래서 카이스트와 손잡고 팬덤 연구를 하고, 스타트업의 AARRR(획득(Acquisition), 활성화(Activation), 재방문(Retention), 추천 혹은 입소문(Referral), 수익(Revenue)의 영단어 머리글자를 엮어 만든 기업성장 주기를 나타낸 용어)등의 시스템을 팬덤에 적용하는 연구를 계속 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팬덤앱(블립), 데이터플랫폼(케이팝레이더)이 차례차례 자리잡았고 올해 본격적으로 원래 목표로 했던 데이터 기반으로 좀더 과학적인 접근으로 아티스트들의 팬덤을 만들어주고 육성시켜주는 ‘팬덤 인큐베이팅 서비스’가 완성하게 됐다.
올해 상반기에 신인 여자 아이돌 ‘키스오브라이프’, ‘영파씨’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모두 성공한 걸그룹이 됐다. 특히 영파씨의 경우가 ‘팬덤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열심히 테스트를 해봐서 현재 음악 업계에서 ‘영파씨는 블립이 키웠다’라고 소문이 났다. 현재 5팀 이상의 신인 및 중견 아이돌들이 다음 타자가 되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고 본격적으로 계약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욱더 자신감을 갖고 ‘팬덤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는 ‘블립’과 ‘케이팝레이더’로 돈을 벌고 있다.
‘블립’은 기획사 대상으로 팬덤을 만들어주는 ‘콘텐츠 제작 + 앱을 통한 팬들의 퀘스트와 리워드 시스템’을 활용한 팬덤인큐베이팅서비스를 판매한다. 그리고 팬들에게서는 프리미엄 기능을 인앱결제로 판매한다. 앱 내 광고 수익도 있다. ‘팬’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굿즈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재밌던 것은 일본의 블립 유저들이 블립을 자발적으로 트위터에서 홍보도 하고 NCT팬으로서 NCT를 소개하는 신문도 만드는 적극적인 팬들이었다. 이들 덕분에 일본 유저들이 갑자기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에 가서 해당 유저들을 만났는데 무인양품의 이사급, 시세이도 소속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였다. 그분들이 일본에 블립을 알리겠다고 로드맵을 만들어오고 본인들의 네트워크를 연결해주시면서 본격 일본 진출을 모색하는 단계까지 왔다.
‘케이팝레이더’는 케이팝 데이터가 필요한 회사들에게 데이터를 가공해 판매를 하기도 하고, 또 케이팝 기획사 뿐 아니라 케이팝과 콜라보를 해야하는 글로벌 브랜드나 비즈니스를 하는 곳들에게 데이터 기반의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현재 무료로 공개돼있는 케이팝레이더를 고도화해 케이팝 아티스트의 활동 성과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들을 위한 B2B 구독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Q. 글로벌 팬들을 모을 능력이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부가수익도 노려볼 만한데.
지금도 수익은 나지만 좀더 많은 글로벌 팬을 모아볼 심산으로 아이돌이 한국어 선생님이 되는 재밌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여러 국가 진출을 위해 ‘글로벌 K핫스팟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K팝 아티스트들의 한국어 교재’인 ‘YAHO 야호’가 대표적인 예다.
뉴욕에 오픈해서 화제인 기사식당을 비롯한 미국의 한식 레스토랑과 K-POP 음반 판매 체인, 유럽의 한식 레스토랑과 인생네컷 등을 오프라인 네트워크로 무료 배포하고 있다. 매호마다 K-POP 아티스트들이 돌아가면서 한국어를 알려주는데 주제는 K푸드, K뷰티 등이다.
위에 본업인 ‘팬덤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고민하다가 더 적극적으로 한국의 중소, 신인 아이돌들을 글로벌로 소개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만들게 되었는데 오히려 이 ‘야호’에서 소개하는 K푸드, K뷰티 등의 한국의 K브랜드들을 소개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실제로 삼양 불닭볶음부터 광고로 참여하기로 하며 여러 브랜드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K팝 팬덤에서 글로벌 K컬쳐, K브랜드 소비자로 커버리지를 확장하는 개념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서 K-POP팬덤 뿐 아니라 다양한 K브랜드들과 컬래버가 가능해졌고, 다양한 정부기관들과도 논의 중이다.
Q. 창업한 후 위기는 없었나? 어떻게 극복했나?
사실 지난해 연말이 가장 큰 위기였다. 투자사들과 논의가 길어지다보니 회사 자금이 거의 말랐다. 나의 인맥과 나의 뇌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서 정말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전화 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걸어 찾아가기도 하고, 결국 개인돈까지 투자받기 위해서 개인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불안증세에 잠을 못자서 10kg이상 몸무게가 빠지기도 하면서 멘탈 관리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다. 그러다가 자금 소진일을 이틀 남겨놓게 됐다. 팀원들에게 마지막 사과의 멘트와 꽃다발을 준비했다. 사무실을 어떻게 뺄 지, 창고를 우선 빌릴지 등을 재무 담당자와 이야기하고 있던 때였다. 그때 지금 투자사인 RBW 대표로부터 당시 전화가 왔다. ‘무조건 투자할테니 회사 사무실 빼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 날 하루 남겨놓고 살았다. 기존 투자자들도 함께 따라와서 펀딩이 진행됐고 결국 새롭게 비즈니스모델을 다듬어서 다시 투자 라운드를 돌았다. 최근 50억원 유치 마감은 이렇게 성사됐다. 나의 머리로는 한계가 있어서 주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많은 조언을 구하면서 다녔는데 결국 그것이 답이 됐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창업 여정을 ‘시즌제’로 설명해보겠다. 시즌1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 시즌2는 팬덤 데이터 기반 IT회사였다. 지금은 궁극적으로 목표했던 ‘팬덤 인큐베이팅 솔루션’을 시작하는 시즌 3단계에 왔다. 지난해 고비를 통해서 회사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새로운 주주들이 생기고 회사 구성원들도 IT엔터사에서 역량과 경험이 있는 분들이 합류,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래서 블립앱은 지금까지 앱을 기반으로 좀더 팬들을 모으고 슈퍼팬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능들을 탑재해나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상반기에 테스트를 해서 성과를 인정받은 ‘팬덤 인큐베이팅 솔루션’을 본격화해서 이미 여러 아티스트들과 계약이 시작되고 있어서 여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글로벌 K소비자들 대상으로 만들어진 ‘야호’도 많은 큰 제안들이 오고 있어서 K-POP에서 글로벌 K-소비자 대상의 사업으로 확대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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