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남이 찍힌 CCTV 보기만해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특정인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권한 없이 열람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CCTV를 열람하고 몰래 촬영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2월 강원도 양구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 제보자를 찾기 위해 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해 열람했다. 장례식장 관리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A씨는 스마트폰으로 CCTV 영상을 몰래 촬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고 장례식장 관리인과 A씨를 약식기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59조2호)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정보를 제공받은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관리인에게 요청해 CCTV를 열람한 A씨 역시 권한 없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만큼 죄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장례식장 관리인은 검찰 처분을 받아들였지만,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CCTV 영상을 열람한 것을 개인정보 유출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개인정보는 ‘성명·주민등록번호·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있는 정보’를 의미한다. CCTV 영상자료 자체는 개인정보가 될 수 있지만, A씨가 영상을 통해 파악한 신고자의 신상이 개인정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영상의 형태로 존재하는 개인정보는 (영상 자료를 받지 않고) 보기만 하더라도 개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CCTV 영상 열람도 개인정보 유출로 판단한 만큼, 관리자 허락을 받고 영상을 본 A씨에게 개인정보보호법 59조2호를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 판결은 CCTV의 단순 열람이 법 위반인지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자세하게 판단한 사건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처벌 범위를 넓혀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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