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팝에 담긴 창작욕, 온 가족이 참여해 영화로 만들었죠"
[이선필 기자]
1980년대 포스트 펑크록의 전설과도 같았던 밴드 조이 디비전은 'Love Will Tear Us Apart'라는 노래로 사랑의 허망함과 괴로움을 노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은 전 세계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조이 디비전의 노래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지난 10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제13회 스웨덴영화제 상영작 중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거야>라는 작품이 눈에 띈다. 강렬한 신디사이저와 드럼머신 비트가 특징인 신스팝이 영화 곳곳에서 흐른다. 마치 조이 디비전의 노래 같지만 메시지는 전혀 다른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이 나오는 중이다. 영화제 기간인 지난 11일 영화를 연출한 패트릭 블룸버그 북 감독(아래 패트릭)과 제작자인 빅토리아 블룸버그 북 프로듀서(아래 빅토리아)를 만날 수 있었다.
▲ 영화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를 연출한 패트릭 블룸버그 북 감독과 프로듀서인 빅토리아 블룸버그 북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스웨덴영화제 |
"영화에서 프레드릭이 힘든 상황에서도 음악을 만들잖나. 뒤셀도르프 출신 신스팝 스타 크라프트베르크처럼 프레드릭 또한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라는 영화처럼 그런 모티브를 떠올리기도 했고. 'Love Will Save Us'이 후렴구 가사기도 하다. 이게 주인공이 가진 믿음이다. 자기가 처한 모든 어려움을 구해줄 거라는 그런 믿음 말이다." (패트릭)
뮤지션 프레드릭과 사진작가 지망생 니나는 서로를 끔찍하게 사랑했다. 하지만 사진을 더 공부하기 위해 니나가 스톡홀롬으로 떠나기로 하면서 균열이 생긴다. 알코올중독자인 부모에게 그 어떤 사랑이나 지지를 받지 못했던 프레드릭은 혼란에 빠지고, 화목한 가정의 니나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위태로워 보이는 프레드릭을 지탱하는 건 그가 열중해 온 음악이다. 그 혼란을 창작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니나와의 관계가 나아지고, 부모가 프레드릭을 쥐고 흔드는 와중에도 모종의 결단을 하게끔 한다.
실제로 하우스 음악 DJ면서 신스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던 패트릭과 사진 작가 출신인 빅토리아의 경험담이 녹았을 법했다. 두 사람 모두 스코네 지역 내 말뫼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도 영화 속 설정과 비슷하다. 이에 두 사람은 자전적 이야기는 아니라면서도 영화 곳곳에 담긴 특별한 애정을 전했다.
"우리가 만난 건 스물 셋넷 정도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니나의 카메라가 모두 제가 예전에 쓰던 것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아들과 딸이 각각 영화에 신스팝 밴드 멤버로, 그리고 니나의 동생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가족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웃음)." (빅토리아)
"저도 신스팝을 좋아했고 밴드를 하기도 했다. 영화 속 프레드릭은 19세로 나오지만 전 16살부터 18살까지 밴드를 하면서 치유를 얻었다. 그때 제가 너무 힘든 시기였거든. 제 방에서 문을 잠그고 낡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곤 했다. 저도 프레드릭의 가족처럼 노동자 계층이었다. 당시 빅토리아는 부자까진 아니었지만, 정말 화목한 가족이었고. 데이트 할 때 제가 종종 어떤 굴욕을 느꼈지만, 결국 사랑이 우릴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패트릭 감독)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십시일반의 제작 과정
흥미로운 사실은 극중 연인으로 등장한 프레드릭 역의 배우 에릭(Erik Svedberg-Zelman)과 니나 역의 레베카(Rebecca Plymholt)가 촬영 후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것.
"캐스팅 할 때 말뫼 국립연기학교 측에 추천을 부탁했을 때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온 배우가 두 사람이었다. 에릭은 촬영하기 한 달 전에 먼저 스코네에서 살면서 역할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영화 촬영 기간이 자기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잖나. 정말 철저하게 하더라. 노래도 잘하는 줄 몰랐는데 너무 잘했다. 재능이 많은 배우다." (패트릭)
"에릭이 먼저 스코네로 온 이유가 지역 사투리를 배우기 위함이었다. 한 달 간 카센터에서 일하면서 사투리를 익혔다고 들었다. 영화 촬영 후로 에릭은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메에 캐스팅되며 승승장구 중이다. 레베카도 여러 드라마와 공연을 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빅토리아)
▲ 영화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거야>를 연출한 패트릭 블룸버그 북 감독. |
ⓒ 스웨덴영화제 |
"공연도 보고, 청년들이 직접 가서 연습도 할 수 있는 곳이 생긴 것이다. 처음엔 록큰롤 중심이었다가 여러 밴드들이 다양한 음악을 하면서 실험 음악 밴드도 늘게 됐고, 뭔가 미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도 그 시기를 거쳤는데 음악영화라고 하면 대부분 록이나 메탈은 있는데 신스팝을 다룬 건 거의 없더라. 제가 아는 한 세계 최초로 신스팝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하게 됐다." (패트릭)
물론 제작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스웨덴에서도 일종의 독립영화로 분류되는 이 작품은 초기 펀딩을 위해 신스팝 팬들이 십시일반 종잣돈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빅토리아는 "킥 스타터 캠페인(소셜 펀딩)을 해서 1만 5천 유로를 모았는데 그 과정이 마케팅에 도움이 됐다"며 "이후 개인 투자자를 모집했고, 그중에 스웨덴 유명 게임회사인 샤크몹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샤크몹 CEO가 아까 말한 슈타트 함버그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도 하고, 음반 가게 일도 했더라. 그래서 문화 다양성의 중요함을 알았던 것 같다. 여기에 스웨덴 영화진흥위원회 도움도 받게 되면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빅토리아)
▲ 영화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를 제작한 빅토리아 블룸버그 북 프로듀서. |
ⓒ 스웨덴영화제 |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사람들이 극장에 더 이상 안 가려 하고, 넷플릭스도 상업성 위주로 제작한다. 국가 지원에도 여러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영화를 OTT로 보는 것과 극장에서 보는 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데이트를 하든, 혼자 보든 영화를 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극장이라고 생각한다." (패트릭)
"스웨덴도 넷플릭스를 둘러보면 자국보단 미국 콘텐츠가 훨씬 많다. 우리 영화가 작년에 개봉했고, 예테보리영화제에서도 상영했는데 관객 반응과 리뷰가 매우 좋았다. 개봉하고 3주인가 극장에 걸렸다가 내렸는데 7000명이 봤다. 그것도 나름 고무적이라 생각했다. 이후에 다른 콘서트나 상영회, 방송 방영권도 따서 곧 국영방송국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는 수명이 기니까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꾸준히 잘 만들어야겠다." (빅토리아)
▲ 영화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거야>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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