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아라? 기후 위기가 만들어 낸 ‘찜통’ 추석
태풍도 더위 식히기엔 역부족
현실이 된 기후 위기 결과물에
경각심 넘어 강도 높은 실천 필요
끝났어야 할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30℃를 오르내리는 기온 탓에 ‘가을 추석’이란 말도 이제 틀린 말이 됐다. 9월 중순에도 30℃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올 추석 연휴는 한여름에 가까운 날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온이 최고 35도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 태풍 영향으로 수도권과 강원·충청 등에서는 비가 내릴 예정이지만, 더위를 식혀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태풍의 진로나 발달 상황에 따라 더위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기상청은 현재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수축하면서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올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변수’다. 중국 상하이 쪽으로 이동 중인 제13호 태풍 ‘버빙카’ 발달 정도에 따라 더위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버빙카는 16일경 중국 상하이 남동쪽에 상륙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버빙카의 진로와 세력 확장 여부는 물론 추가로 발생하는 태풍에 따라 날씨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태풍이 발생하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더라도 고온다습한 공기를 불어 넣으며 늦더위 지속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이 아니더라도 올해 9월 날씨는 이례적으로 무덥다. 지난 10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서울에는 사상 처음으로 9월에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폭염특보는 체감온도가 이틀 이상 33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될 때 ‘주의보’를, 35도 이상이면 ‘경보’를 발효한다.
이날 전국 183개 특보 구역 가운데 167곳(91%)에 폭염특보(경보 69곳, 주의보 98곳)가 내려졌다. 9월에 폭염특보는 2010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례적인 9월 폭염은 앞으로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인은 기후 위기다. 그린피스가 최근 폭염경보 발령 기준인 체감온도 35℃를 웃도는 날들을 조사한 결과 폭염 빈도, 지속도, 강도가 모두 증가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동아시아 주요 25개 도시를 대상으로 1974년부터 2023년까지 50년 동안 여름철 폭염 발생 일수, 지속도, 강도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7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50년간 25개 도시 평균 폭염일수는 지속 증가했다. 특히 최근 10년간 도시별 평균 폭염일수는 51.08일로, 20년 전(2004~2013)의 20.96일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폭염이 발생하면 지속 기간도 길어졌다. 최근 10년 동안 폭염은 한 번 발생하면 2.42일 지속했다. 평균 폭염 지속 기간이 2일 이상 되는 것은 최근 10년이 유일했다는 게 그린피스 설명이다.
이틀 이상폭염이 지속되는 날 수도 늘었다. 최근 10년 동안 이틀 이상 연속으로 발생한 폭염일수는 40.56이다. 이는 20년 전 14.68일 대비 2.7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폭염 강도도 마찬가지다. 관측 기온 33℃ 이상을 기록한 날들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평균 최고기온이 상승하면서 폭염 강도도 높아졌다.
폭염일수 책정 기준인 33℃가 넘는 날들의 평균 최고기온을 산출했을 때 최근 10년간 평균 최고기온은 34.51℃를 기록했습니다. 20년 전 평균 최고기온보다 0.3℃ 올랐고, 관측 기온 33℃보다 1.5℃ 이상 높았다.
한국은 유독 기후 변화에 민감하다.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온은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9년 동안 약 1.6℃ 상승했다. 세계 평균 상승 폭인 1.09℃와 차이가 크다.
그린피스는 “이번 폭염은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인 위협이자 기후재난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기후재난의 원인이 기후 위기임을 인식하고, 강력한 탄소 감축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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