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 절벽]20년째 컨트롤타워 없이 표류 중인 이민정책
지자체 이민청 유치경쟁만 활발
"법무부 외청 수준으론 조율 불가"
편집자주
2004년 8월 필리핀 근로자 92명의 입국으로 시작된 외국인노동자(이하 외노자) 고용허가제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외국인노동자 숫자는 지난해 말 기준 92만명으로 지난 20년간 1만배 늘었다.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 인력을 충당하고, 더욱 빨라지는 저출산·고령화 기조를 감안하면 앞으로 훨씬 많은 외노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노자들은 비자 장벽에 가로막혀 숙련공이 되기 전에 추방되거나 불법체류자로 잔류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 등 주변국가들이 앞다퉈 이민장벽을 낮추며 외노자들의 정착을 적극 유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향후 국가간 외노자 쟁탈전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이민정책을 주관할 컨트롤타워조차 만들지 못해 불법체류자만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의 외노자, 이민정책의 현주소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과 노동가능인구 확보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지난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던 이민청 설립 논의의 불씨가 살아났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제효과를 노리고 이민청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노동자와 이민정책 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이민청에 어떻게 부여할지 중앙정부 차원의 구체적 방안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방안대로 법무부 산하의 외청으로 이민청이 설치될 경우, 여러 부처가 복잡하게 얽힌 정책 혼선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시 불붙은 이민청 설립논의…20년째 제자리지난 2월 국회에 상정됐다가 5월 21대 국회 회기 종료로 폐기됐던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 법안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전국 지자체들은 법안 통과 전부터 이민청 유치를 목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법안 발의 이후 유치 의사를 밝혔던 경기도 시·군 이외에도 충청남·북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유치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민청이 들어서면 고용유발 등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민청의 소관부처를 어디로 하는 것이 정책혼선을 피할 수 있을지, 세부적인 운영방안은 어떻게 구성할지 등 중앙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국회 때 폐기됐던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법안을 일단 그대로 통과시켜 일단 이민청 설립 자체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법안의 주요 골자는 이민청을 법무부의 외청으로 설립한 이후, 법무부의 출입국 업무를 이민청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컨트롤타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후 외국인노동자들의 비자 형태에 따라 여러 부처로 흩어져있는 인력 관리를 모두 이민청에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노동자 관리부서만해도 법무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4곳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전문인력 외국인 비자인 E1~E7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노동자 관리를 법무부에서 하고 있고, 비전문인력인 E-9비자와 특례고용허가제 H-2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노동자는 고용노동부에서 관리한다. 이외 농업부문에 주로 투입되는 계절노동자(C-4, E-8)비자 인력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원양어선 등의 선원으로 투입되는 선원취업(E-10)비자 인력은 해양수산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법무부 아래 조직 하나 만들어선 해결 안돼…정책 조율 이끌 힘이 필요"해당 안은 원래 2004년 법무부에서 추진하다가 실패한 이후 20년째 논의만 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법무부장관 재임시기인 2022년 설립 방안을 중점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돼왔다. 지난 2월 자동폐기됐던 법안이 그대로 다시 상정될 경우, 기존 초안에 따라 법무부 외청으로서 이민청이 설립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법무부 외청 조직으로 이민청이 출발할 경우, 여러 부처 업무가 얽혀있는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러 부처 조직들이 각각 맡고 있는 인력들을 개별 관리하다보니 중복사업,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쉽고, 연계사업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현재 법안대로 이민청이 구성되면 외국인노동자 관리 실태 파악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부처별 중구난방으로 진행 중인 정책들을 일원화하고 중복사업과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보다 정책을 포괄적으로 이끌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민정책 전문가인 정기선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박사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법무부는 애초 비자관리하는 규제기관인데 이민정책이 비자관리업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문체부 등도 따지고보면 전부 관련부처다. 서로 완전히 성격이 다른 부처들이 각각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 산하 외청조직 정도로는 조율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노동자 인력수요 파악조차 제각각인 상태에서 정책을 일원화하려면 적어도 대통령, 국무총리 직속 조직으로 만들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민청을 만들어봤자 컨트롤타워가 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대표도 "이민청 설립문제는 단순한 출입국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을 한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자리잡게 하면서 인구문제의 대안 중 하나로 이끌고 나가야할 중차대안 사안"이라고 했다. 석 대표는 "이민정책은 각 산업분야의 인력수급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과 복지 등 여러 현안을 총괄하며 이끌어갈 수 있어야하며 그런 부분에서는 법무부의 출입국 관리 이상으로 행정안전부에 더 가까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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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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