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손준호 더비'서 6-0 대승…수원FC 승부도 지고 행정도 졌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시즌 막바지까지 강등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명가 전북 현대가 '손준호 더비'에서 크게 웃었다.
과거 '닥공 축구'로 K리그를 제패했던 전북은 수원FC를 상대로 오랜만에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전북은 무려 여섯 골을 뽑아내는 화력쇼를 펼치면서 대전하나시티즌, 대구FC와의 경쟁을 이어갔다.
김두현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는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0라운드에서 여섯 골을 폭발시키며 6-0 대승을 거뒀다. 전북은 전반 17분 이영재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송민규, 안드리고, 전진우, 이승우, 그리고 에르난데스가 득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승점 3점을 얻은 전북은 승점 33점으로 대구와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득점 기록에서 대구에 앞서면서 리그 10위를 유지했다.
앞서 경쟁자인 대전이 FC서울을 3-2로 제압하고, 전북의 경기와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대구가 제주 유나이티드를 4-0으로 격파하면서 달아나자 전북도 이에 질세라 승점 3점을 확보했다. 강등권에 위치한 세 팀이 나란히 승리를 거두면서 조급해진 건 제주와 인천 유나이티드다.
반면 수원FC는 최근 손준호 관련 이슈로 팀이 크게 흔들린 가운데 예상치 못한 대패까지 당하며 분위기가 꺾였다. 한때 강원FC, 울산HD와 함께 우승 경쟁 후보로 꼽혔던 수원FC는 강원(승점 51)을 추격하는 데 실패하고 승점 48점을 유지하며 3위에 머물렀다.
홈팀 수원FC는 4-3-3 전형을 꺼냈다. 안준수가 골문을 지켰고 박철우, 잭슨, 최규백, 장영우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이재원, 윤빛가람, 강상윤이 중원을 맡았고 안데르손, 지동원, 정승원이 공격을 이끌었다.
전북은 이영재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4-4-2 전형으로 맞섰다. 김준홍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김태현, 홍정호, 박진섭, 안현범이 백4를 이뤘다. 전병관과 안드리고가 측면에, 보아텡과 한국영이 중원에 배치됐다. 이영재가 송민규와 함께 최전방에 섰다.
K리그1 도움 선두 안데르손을 중심으로 상대의 측면을 파괴하는 전략을 앞세운 수원FC가 선공을 날렸다. 전반 1분 안데르손이 전북의 오른쪽 측면을 허물고 중앙으로 연결한 크로스가 지동원에게 향했다.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원FC가 이른 시간 앞서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지동원의 슈팅이 빗맞으면서 김준홍이 처리했다.
수원FC는 전반 13분에도 기회를 놓쳤다. 후방에서 최규백이 보낸 긴 패스가 정승원에게 연결됐고, 정승원이 전북 페널티 지역까지 몰고 올라갔다. 그러나 정승원의 마무리가 수비에 막히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전반전 초반 두 번의 위기를 넘긴 전북은 최전방 투톱과 미드필더들의 연계로 서서히 주도권을 가져오더니, 전반 17분 만든 찬스에서 선제골을 뽑아냈다. 결정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한 방이었다.
중앙에서 공을 잡은 보아텡이 우측면으로 파고드는 안현범에게 공을 넘겼고, 안현범은 높은 위치에서 문전을 향해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보냈다. 안드리고가 이 공을 흘리자 이영재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이영재는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으면서 친정팀 수원FC를 향해 예우를 갖췄다.
비교적 일찍 선제골을 허용한 수원FC는 이내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섰다. 전반 22분 정승원의 패스에 이은 지동원의 슈팅은 상대에게 막혔다. 이후에도 수원FC는 여러 차례 전북의 수비를 두드렸지만 뚫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세트피스도 좀처럼 먹히지 않았다. 전반 37분 전북 페널티 지역 앞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득점 기회를 잡은 수원FC는 윤빛가람에게 프리킥을 맡겼지만 윤빛가람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전반전은 결국 결정력이 승부를 갈랐다. 마무리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득점을 만들어냈던 전북이 1-0으로 리드한 채 전반전이 종료됐다.
수원FC는 후반전 이른 시간부터 악재로 인해 눈물을 흘렸다. 후반 6분 전북의 측면 공격수 전병관이 페널티 지역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최규백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주심은 곧바로 전북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송민규는 페널티킥을 놓치지 않고 추가골을 터트렸다.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한 수원FC는 후반 10분 윤빛가람과 지동원 두 베테랑을 불러들이고 노경호와 한교원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한교원이 출전한 수원FC의 측면 공격은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지만 전북의 수비를 뚫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북은 수원FC의 에너지 레벨이 점점 떨어지는 걸 확인하고 이영재와 전병관을 이승우, 전진우로 교체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원FC를 떠나 전북 유니폼을 입은 '캐슬파크의 왕' 이승우는 오랜만에 수원FC 팬들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이제 수원FC가 아닌 전북의 선수였다. 이승우는 투입 후 5분 만에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수원FC에 아픔을 안겼다. 후반 24분 안현범의 패스를 받은 이승우는 절묘한 크로스로 안드리고의 세 번째 득점을 도왔다. 이영재와 달리 이승우는 안드리고와 함께 축구화를 닦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수원FC는 세 번째 골을 실점한 뒤 장영우, 강상윤을 김태한, 하정우로 바꿔 추가 변화를 꾀했다. 실점을 조금이라도 최소화하고 만회골을 노리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미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전북의 공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전북은 후반 42분 네 번째 득점을 기록하며 수원FC를 좌절시켰다. 중앙선 부근에서 안드리고가 넘긴 패스를 받은 전진우가 공을 몰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전진우는 수원FC의 외인 센터백 잭슨까지 제친 뒤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찍어차는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달궈진 전북의 득점포가 계속해서 불을 뿜었다. 후반 추가시간 이승우가 친정팀 수원FC를 상대로 전북 데뷔골을 터트린 것이다. 이승우는 페널티 지역 바깥쪽 왼편에서 골문 구석을 바라보고 크게 감는 슈팅을 시도했고, 수원FC의 골망이 출렁였다.
이어 이승우는 경기 종료 직전 에르난데스의 득점까지 도우면서 1골 2도움으로 수원FC와의 경기를 마쳤다. 전북은 김두현 감독 부임 후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오랜만에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 6-0이라는 스코어가 전북의 경기를 전부 설명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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