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쟁, AI까지 두 쪽 내나
동맹 및 파트너와 연대 강화 전망
中 AI 생태계, 일대일로 참여국과
글로벌 사우스 포섭에 주력할 듯
인공지능(AI)이 안보, 경제 등 여러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질서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도 날로 격화되고 있다.
AI 기술력 우위가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보고 미중이 저마다의 생태계를 꾸려감에 따라 양국 간 인적교류 및 공동연구 등이 현격히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최근 동아시아연구원을 통해 펴낸 '미중 인공지능 생태계 디커플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중이 AI 상업화 및 규제 측면에서 상이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민간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 중인 미국은 국가 차원의 일체성 있는 AI 전략 수립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다.
반면 중국은 정부 주도 산업정책 영향으로 AI 관련 정부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투자 규모는 여타 국가들의 AI 공공 투자를 합한 것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미중이 저마다 추구하는 AI 생태계는 양국이 전략적 경쟁 관계라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AI 규제에 대한 정부 방침이 자율 규제와 정부 규제 사이에서 유동적"이라며 "AI 활용 확대에 대한 여론 우려 증대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AI 개발자·배포자에게 새로운 규칙을 발표하는 등 국가 전략 차원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국가 주권 및 체제 전복 방지와 같은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도록 한 데서 미국 AI 패러다임과 근본적으로 상치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그립을 쥐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AI 산업화·상업화 흐름에 따라 기술 혁신 무게추가 기업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연구와 개발 사이의 연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민간 주도의 자본 투입 및 역량 축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교수는 "국가가 민간에 자금을 투입하는 중국식 모델과 빅테크 보유 자금과 민간 투자 자금을 동원하는 미국식 모델 사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향후 기술 및 산업 차원의 접근을 넘어, 생존을 위한 국가전략 차원에서 AI 경쟁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첨단기술 경쟁과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 차원에서는 디커플링을 추구하고, AI 분야 시장 선점을 위한 산업적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중 전략경쟁의 연장선상에서 AI 생태계 경쟁 역시 '어느 쪽이 더 많은, 더 경쟁력 있는 우군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의 동맹 및 파트너를,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 및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AI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과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산업 차원뿐 아니라 자국에 유리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수립을 위한 경쟁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중의 '전 세계 줄세우기'가 지정학적 맥락을 넘어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지만, 기술 역량을 갖춘 중견국 입장에선 운신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세계 주요국들이 저마다 AI 전략을 발표한 데서 나타나듯, 미국과 중국 진영 내에서도 국가 간 경쟁이 가속화되는 현상이 함께 대두될 수 있다"며 "AI 능력을 보유한 일부 국가들이 산업적 차원의 경쟁에 뛰어들 경우, AI 생태계의 분절화가 촉진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AI 중견국들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공지능 지수(The Global AI index)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크게 앞서는 가운데 싱가포르·영국·캐나다에 이어 한국이 6위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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