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아이돌’ 전민철 “중학생 때 나간 국제 콩쿠르가 큰 전환점”
전민철(20)은 최근 국내 발레계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자랑하는 발레리노다. 한국인 발레리노로는 김기민에 이어 두 번째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184㎝의 키와 긴 팔다리의 소유자답게 아름다운 춤라인은 물론이고 귀여운 얼굴이 그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덕분에 아직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이지만 최근 그가 출연하는 공연은 소위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벌어지고 있다. 그가 오는 29일 유니버설 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주인공 솔로르로 처음 전막 발레에 데뷔한다.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한 발레 ‘라 바야데르’는 전사 솔로르, 사원의 무희 니키야, 솔로르를 사랑하는 감자티 공주, 니키야를 사랑하는 사제 브라민의 비극적인 관계를 다뤘다.
“‘라 바야데르’는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지만 여태까지 실제로 공연을 본 적은 없었어요. 전막 데뷔인 이번 공연에서 현재 20살인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솔로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전민철은 최근 ‘라 바야데르’ 공연을 앞두고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솔로르는 전사이다 보니 무척 강인하다. 나는 강단 있는 성격이 아니다. 그리고 솔로르처럼 삼각관계를 경험해보지도 않았다. 하하. 하지만 닮지 않았거나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표현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마린스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영상을 정말 많이 봤다. 감정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드라마 ‘부부의 세계’ 같은 것을 보기도 했다. 하하. 그리고 니키야 역의 이유림, 감자티 역의 홍향기 등 두 선배 발레리나와 작품에 대해 대화도 많이 나눈다”고 말했다.
전민철의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소식이 알려진 이후 그가 2017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주역 선발 과정을 담은 SBS 예능 ‘영재발굴단’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리고 당시 13세의 전민철이 무용을 반대하는 아버지 앞에서 “발레가 좋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당시 소년 빌리에게 요구되는 키보다 컸던 그는 결국 오디션에 불합격했다. 이후 발레를 그만뒀던 그는 안무감독의 설득 끝에 선화예중에 편입해 발레를 계속하게 됐다. 하지만 또래들보다 늦게 시작해 실력이 부족하다는 자격지심 탓에 심리적으로 위축됐었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은 것은 2020년 미국 뉴욕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YGAP) 콩쿠르 주니어 부문에 나가면서다.
“발레보다는 미국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콩쿠르에 출전했는데요. 당시 10일 정도 여러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과 같이 발레 클래스를 하면서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어요. 비슷한 또래였지만 발레에 대한 이들의 태도나 열정을 보며 많이 반성했습니다.”
전민철은 YGAP 주니어 부문 파이널에 올라갔지만 입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전민철은 이전과 달라졌다. 그의 일상은 발레로만 채워졌다. 발레에서 다시 행복을 찾았다는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는 정말 발레밖에 모르고 살아왔다. 발레는 노력을 들인 시간의 결과이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의 결과 2023년 YGAP 시니어 부문에서 김수민과 함께 나간 파드되(2인무) 1위, 솔로 3위에 올랐다. 덕분에 병역면제 혜택도 얻었다.
“지난해 YGAP 시니어 부문에 출전할 때는 후회 없이 하자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새로운 무대에서 제대로 연습도 못 한 채 춤을 춰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어요. 그런데, 최종 결과 발표 전에 콩쿠르 관계자가 저녁 갈라 공연이 있으니 준비하라고 해서 입상을 예상했죠.”
그의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은 김선희 한예종 교수를 통해 전민철을 알게 된 김기민이 유리 파테예프 예술감독에게 전민철의 안무 영상을 보여준 덕분이다. 콩쿠르에서 전민철을 본 적 있던 파테예프 감독이 오디션을 제안하며 러시아로 초청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주일간의 오디션을 통해 내년 상반기에 입단하는 것이 결정됐다.
“컨템포러리 발레도 매력 있지만 스토리가 있는 클래식 발레가 제 예술적 취향에 잘 맞는 것 같아요. 평소엔 잘 안 우는데, 클래식 발레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거든요. 그래서 클래식 발레를 꽃피운 마린스키 발레단에 가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게 됐고요. 앞으로 더 많이 배워서 지금보다 좋은 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가 출연하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 한 달 뒤 김기민이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10월 30일~11월 3일)에 출연한다. 김기민도 한예종 재학 시절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박세은과 함께 ‘라 바야데르’에 출연한 적 있다. 또한, 김기민은 ‘라 바야데르’로 2016년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브누라 드 라 당스 최고 무용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솔로르 역에 일가견이 있다.
“솔로르 역과 관련해 김기민 선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김기민 선배를 만났을 때 ‘연습실로 가자’고 하시더니 제 연기를 보면서 ‘손 하나를 뻗더라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조언해 줬어요. 모든 동작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게 됐습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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