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빨리 시작하는 선진국 [‘미룬이 사회’ 코리아]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김범준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andreaskim97jun@gmail.com) 2024. 9.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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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15~24세 65% “일해요”
獨 ‘일·학습 병행제’ 효과 톡톡

우리나라 15~24세 고용률은 28.8%다(2022년 OECD 국가별·연령대별 고용률). 15~24세 10명 중 일하는 사람이 3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같은 해 대학 진학률이 73%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나이대 취업률이 낮다는 점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나이대의 OECD 국가 평균 고용률이 40%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청년의 사회 진출은 꽤 늦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이 연령대 고용률이 6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호주는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특징이다. 호주는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후기 중등 단계(11~12학년)부터 직업교육과 훈련이 시작된다. 해당 교육과정은 2년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대학 진학과 취업 등 졸업 후 진로에 따라 일반교육, 직업교육, 학교 기반 도제 훈련 세 가지 형태 중 하나를 선택한다.

독일 청년의 사회 진출도 빠르다. 독일은 청년 실업률이 5.7%로 EU 국가 중 가장 낮다(2023년 기준). 15~24세 고용률도 50%가 넘는다. 그 비결은 ‘일·학습 병행제’인 이원적 직업교육훈련(Duale Ausbildung)이다.

이원적 직업교육훈련은 학교와 기업 현장에서 직업훈련과 이론교육을 병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의 주요 기준인 300인 이상 10개 기업 중 8개 이상이 이 제도를 운영한다. 5인 이상 사업장으로 기준을 넓혀도 절반에 달하는 기업이 이원적 직업교육훈련을 실시 중이다. 훈련생은 훈련 기간 중 법정 최저임금에 따른 보수를 받는다. 훈련생이 최대 3년간의 훈련을 마치고 각 직업 분야의 최종 시험에 합격하면 기업은 곧바로 훈련생을 정식 채용한다.

뿌리 깊은 韓 스펙 문화

직무 관련 없는 요구 줄여야

일본은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이 오히려 ‘고졸 채용’ 문을 열었다. 올해 들어 고졸자를 채용하려는 기업 네 곳 중 세 곳은 사람이 없어 고졸자를 채용하지 못했다(일본 후생노동성).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앞다퉈 고졸 신입 초봉을 인상하거나 직접 고등학교를 찾아가 채용 설명회를 여는 등 고졸 인력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스펙’ 중심 채용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잡코리아’에 공고를 올린 국내 1000대 기업 입사 지원서 총 169개를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학력·외국어·자격증 등을 요구하는 기업이 98%였다. 68% 기업은 봉사활동 등 학내외 활동을 요구했다. 70%가 넘는 기업은 공모전 등 수상 실적을 기록하도록 했다.

청년들은 이런 입사 지원서에 한 줄이라도 더 많은 ‘스펙’을 기록하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 직무와 관련 없는 스펙은 제거하거나 기준을 낮춰 청년의 시간을 아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전선희 교육의봄 교육팀장은 “직무기술서 등을 통해 직무에 맞는 자격과 역량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검증하는 채용 문화가 자리 잡아야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 준비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노동 시장의 고질적인 ‘이중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의 격차가 워낙 커 청년이 대기업에 몰리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이를 보여주듯 13~34세 청년의 27.4%가 대기업을 선호했고, 중소기업 선호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세제 혜택이나 복지 지원만으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R&D와 경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김범준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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