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영양죽으로 할 수 있는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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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 기자]
우리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는 '홍반장위원회'가 있다. 이웃의 다양한 부탁을 들어주는 영화 속 주인공 '홍반장'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조합에서 일을 하다보면 사람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 조합을 청소하는 일부터, 김장 담그기, 바자회 하기, 이웃집 청소하기, 병원 이동 도움주기.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일들이 생길 때마다 '홍반장'이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홍반장을 모아 하나의 그룹으로 조직하기 위해 '홍반장 위원회'를 만들게 됐다.
2200여 명의 조합원들 중에서 남의 일에 선뜻 나서주는 '홍반장'들을 한 둘 모으다 보니, 현재 40명 쯤 모아졌다. 홍반장은 온라인 단체방에 모여 있다가, 미션이 주어지면 그때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조합의 궂은 일, 마을의 일을 함께 해준다.
홍반장이 단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럿이 있고 시간이 되는 사람이 가능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부담이 없어 활동하기가 수월하다. 소수의 홍반장이 아니라 여러 명의 홍반장들이다.
홍반장이 해야 할 미션은 우리 부천의료협동조합의 다양한 부서가 요청한다. 사무국에서는 조합원 우편물 보내기, 물품 포장하기, 바자회 음식만들기를 요청하고 돌봄 부서에서는 어르신 병원 이동하기, 방역 청소 도움주기를 부탁한다. 각 부서별로 무언가 사업을 펼치다 부서의 구성원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할 때 홍반장에 미션 수행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번 미션은 재택의료센터 방문진료팀이 요청했다. 현재 120여 명의 요양 노인 집에 매월 방문하여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분들 중 의료적인 처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 고민이 많았다.
제대로된 영양을 섭취해야 하지만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일반식을 씹어 먹을 수 없고, 요양보호사가 3시간 돌봐주는 것 외에 누구도 돌봄을 제공해주지 않아 돌봄 공백이 길다.
재택의료센터 방문진료 의사가 처방한 건 '따뜻한 밥 한 끼'. 홍반장이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였다.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돌봄 부서가 모여 머리를 모았다. 식재료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고, 음식을 조리하고 배달하는 인력이 두루 필요하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매주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할 때 마다 비정기적으로 나타나던 홍반장이 이제 정기성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 홍반장이 처음 하는 이 일이 서로가 지치지 않는 미션이면서도 의미 있는 시작을 열기 위해 실현 가능한 범위를 정했다.
▲ 영양돌봄 회의중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내 돌봄부서가 모여 영양돌봄 사업 기획중 |
ⓒ 이선주 |
▲ 영양죽 조리 반장이 만든 영양죽 |
ⓒ 이선주 |
▲ 조리반장 홍반장이 만든 영양죽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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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반장 영양죽을 배달하는 배달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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