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곳곳 불로…끔찍한 학폭 못 견디고 살해한 10대, 실형

박은주 2024. 9. 1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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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참고 사진. 전진이 기자


몸 곳곳을 라이터 불로 지지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른 동창생을 살해한 1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피고인 측은 중증 지적장애로 인해 처방 약을 먹고 있었고, 범행 당일 동창생에 의해 소주 두 병가량을 마셔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끔찍한 가혹행위…끝내 살인사건으로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부장판사 권상표)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군(19)에게 징역 장기 5년에 단기 3년을 선고했다. A군은 지난 4월 14일 새벽 2시30분쯤 중학교 동창생 B군(19)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은 지난 4월 13일 오후 11시40분쯤 A군이 사는 삼척시의 한 아파트로 B군과 C군(19)이 찾아오며 시작됐다. B군은 A군과 중학교 동창 사이로, 평소 길에서 우연히 A군을 만나면 아무런 이유 없이 폭행하고 괴롭히는 학교폭력 가해자였다고 한다.

A군 집에 온 B군은 집이 더럽다며 냄비에 물을 받아 거실과 방에 뿌린 뒤 물을 닦으라고 강요했다. A군의 머리카락을 일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강제로 자른 뒤 A군의 성기와 음모, 머리카락, 귀, 눈썹 부위를 라이터 불로 지졌다.

이후 A군에게 옷을 벗으라고 한 뒤 자위행위를 시켰고, 항문에 물건을 넣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A군이 주저하자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폭행을 저질렀다. 또 A군의 입에 강제로 소주를 들이붓는 등 약 3시간 동안 괴롭혔다.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A군은 옆방에 물건을 가지러 가게 된 틈을 타 주방에 있던 흉기를 가져와 B군을 찔러 살해했다.

심신미약 주장했지만…재판부 “고의성 있다”

끔찍한 학폭에 시달리던 A군은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돼서 녹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서게 됐다.

A군 측은 법정에서 “지적장애와 주의렵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진단받고 신경정신과 처방 약을 먹던 중 사건 당일 피해자(B군)의 강요로 다량의 음주까지 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군이 수사기관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A군은 ‘사건 당일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정말 극한으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괴롭힘을 당하던 중간중간 계속 B군을 찔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등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발언을 고려할 때 살인에 고의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는 A군이 사건 경위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점을 미루어보아 변별능력과 행위통제능력을 상실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A군이 중증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고 학업 성적이나 학업 성취도가 낮긴 했지만, 글을 읽고 쓰며 정상적으로 중고교 과정을 이수해 졸업한 점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다만 A군이 신경정신과 처방 약을 먹은 채 피해자의 강요로 상당량의 소주를 마신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형사공탁을 했으나 피해자 유족이 수령을 거절하는 등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의 부친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이전부터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해왔고, 형사고소를 하는 등 문제를 제기했었으나 피해자의 괴롭힘 행위를 제지할 만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어 가족, 학교, 경찰 등에 이를 알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사건 당일 피해자가 단순히 폭행을 가하는 정도로 괴롭히는 것을 넘어서 C군과 함께 약 3시간에 걸쳐 인격 말살에 이를 정도의 폭력과 가혹행위를 가했다”며 “범행 동기에 상당한 정도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점과 우발적으로 저지른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항소…A군 부친 “일반인과 달라”

1심 판결에 불복한 A군은 항소했다. 징역 장기 12년에 단기 6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항소장을 냈다.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은 외부 충격이 없는 평소에는 일반인처럼 잘 지내는 듯하지만, 위기에 부닥쳤을 때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며 “그래서 3시간 가까이 괴롭힘을 당하고도 도망가거나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방 약을 먹으면 정신착란 현상이 일어나는데, 소주를 2병가량 마셔서 정신 분열이 일어난 것”이라며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건 당시 A군을 괴롭히는 데 가담한 C군은 특수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다음 달 17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C군에게 징역 9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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