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걸어 잠그는 청소년들 모두가 피해자"
[서울여성회]
▲ 13일 오후 7시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서 시민들이 우비를 입고 딥페이크와 관련하여 직접 겪은 경험을 나누며 말하기 대회 “분노의 불길”에 참여하고 있다. |
ⓒ 서울여성회 |
정당, 대학생, 청소년,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 여성, 남성 모두가 빗속에서 한 자리에 모여 딥페이크 성범죄에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그 장소에 다시 모인 것이다.
▲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피켓 |
ⓒ 서울여성회 |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 질의하자 "정부가 잘못했다는 답변을 듣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다"라며 정부의 책임을 부정했다.
이날 발언을 연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정부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비판하고 "딥페이크 성범죄를 방조하고 지금도 나몰라라 하고 있는 국가, 윤석열 정부가 바로 딥페이크 성범죄의 공범"이라며 무책임한 정부에 분노를 드러냈다.
중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발언자 장효주 학생 역시 성범죄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교육당국과 정부를 규탄했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국회의원이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발언을 언급하며,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은 나와 친구들에게 강한 트라우마를 남겼고, 우리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절망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정부가 우리를 전혀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분노했다.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아래 서페대연) 강나연 운영위원 또한 "최근 발의된 딥페이크 차단 6법, 일명 서지현법이 어떻게 국회에서 통과되는지 지켜보고, 정부가 10월까지 마련하겠다고 한 범정부 종합대책이 얼마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종합대책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무력감은 학습된다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대학 사회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범죄에 피해를 입는 것 모두에 익숙해지고, 어느새 체념을 학습하고 있었다.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박가현 고려대학교 지회장은 딥페이크가 일부 여성들의 일상 대화에서 생각보다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반복되는 무력감의 학습을 꼽았다.
그는 "대학에서 나오는 유일한 여론이자 목소리는 '일부 남성의 문제로 성별 갈등을 일으키지 말아라', '호들갑 떨지 말아라'라는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의 좌절감을 주는 게시글들뿐"이라며 그 이유로 "반복되는 무력감이 학습되어, 거대한 구조적 힘에 압도되어, 이를 내 문제라고 생각하면 느껴질 공포감을 회피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대학생 '안단테'(닉네임)씨는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범죄와 범죄 피해에 익숙해져가는 모습을 지적했다. 그는 "학교가 대처할 타이밍을 놓친 사이, 남학생들은 '아, 여학생들을 성희롱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구나. 내가 이런 일을 해도 내게 불이익이 없구나'라며 범죄를 배워가고, 딥페이크에 대해 농담하며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반면 여학생들은 "'내가 도움을 요청해도 나만 힘들어지는구나, 학교는 날 지켜줄 생각이 없구나'라며 무기력과 불신을 습득하고 입을 닫는다"며 여성들 스스로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하여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학교와 사회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했다.
서페대연 강나연 운영위원 역시 "언제까지 여성들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느냐? 언제까지 여성들이 자신의 자존심과 존엄성이 짓밟혀도 걔들은 원래 그래, 라고 하며 새로울 것 없다며 애써 체념하고 살아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속에서 우리 모두가 피해자
하지만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는 무력감에 외면해서는 안 되는, '가짜' 합성물이라는 이유로 심각성이 축소되어서는 안 되는, '진짜' 범죄이며, 우리 모두는 그에 따른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장효주 학생은 딥페이크 성범죄로 일상을 빼앗긴 우리 모두가 피해자라며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기자님들이 피해자를 찾는다고 들었다. 직접적인 피해자와 간접적인 피해자를 나누고 싶은 것인가?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우리는 일상을 빼앗겼다. 서로를 의심하고 얼굴을 가리고 조금이라도 친해지는 것이 두려워 사회적 관계망인 SNS를 걸어 잠그는 우리 청소년들 모두가 피해자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의 류현아 활동가 역시 "딥페이크는 진짜가 아니며 가짜 합성물일 뿐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흐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딥페이크의 피해자는 진짜다. 실재하는 인물로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다. 딥페이크 성범죄로 인해 생긴 여성들의 트라우마, 온라인 활동 축소 역시 모두 실재하는 피해"라며 딥페이크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해결을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 제안
서페대연 강나연 운영위원은 대학 사회의 신뢰 기반은 이미 무너졌다고 말하며, 딥페이크 성범죄 해결을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을 제안했다. 지금의 상황을 그저 회피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공부할 수 있는 대학 공간을 쟁취하자는 것이다.
▲ 13일 오후 7시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서 여성들이 우비를 입고 텔레그램, 언론, 교육당국, 경찰, 국회, 정부에 6가지 요구안을 외치고 있다. |
ⓒ 서울여성회 |
▲ 13일 오후 7시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서 우비를 쓴 여성들이 6가지 요구안을 외친 후 해방의 쓰레기통에 피켓을 넣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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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성범죄 자극적인 보도를 멈춰라!"
"교육당국은 성평등 교육 복원하고 강화하라!"
"경찰은 못잡는다 변명말고 제대로 수사하라!"
"국회는 종합적 젠더폭력 해결 법안을 제정하라!"
"정부는 여가부 폐지 주장 멈추고, 디지털 성폭력 예산 늘려, 여성안전 책임져라!"
▲ 13일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집회에 모인 시민들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함께 부르며 연대하고 있다. |
ⓒ 서울여성회 |
서울여성회는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을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같은 장소(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강남역에서 말하기대회를 이어갑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소식 보기]
서울여성회 인스타그램 @seoulwom
서페대연 인스타그램, 트위터 @seoulfemi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단체/개인 참여신청 링크]
https://bit.ly/deepfake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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