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 뺏는다더니...노인·장애인 고용 늘린 ‘AI 회사’ 있다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9. 1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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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거세다. 실제 AI 콜센터 때문에 대전에 위치한 여러 콜센터의 상담사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 AI 스타트업은 오히려 노인과 장애인 협력을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운드포다. 바운드포는 ‘데이터 파운드리(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전문 공급)’ 기업으로 로봇과 스마트팩토리에 탑재된 AI가 좋은 성능을 내는 데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R시리즈)를 공급하는 업체다.

노인·장애인 어떤 일 하나?
매경이코노미 AI 콘퍼런스 2024에서 발표하고 있는 황인호 바운드포 대표. (매경DB)
노인, 장애인이 바운드포에서 하는 일은 뭘까.

황인호 대표는 “AI가 잘 작동하려면 꼭 필요한 데이터만 골라내야 하는데 이런 밑작업을 수행한다”면서 “통상 이런 판별 작업을 저개발 국가 노동자에게 시켜봤는데 오히려 품질이 낮아 고객사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황 대표는 중장년 재취업을 소명으로 한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와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됐다. ‘이거다’ 싶었다.

장애인, 중장년 세대가 바운드포의 데이터라벨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바운드포 제공)
그는 “신체적으로는 불편함이 있지만 인지 노동에는 어려움이 없는 장애인, 연륜은 있으나 명확하게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노인 등 사회적 약자지만 높은 교육 수준과 성실함을 갖춘 인재 중심으로 일을 맡겨봤더니 고객사에서도 아주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실제 바운드포의 데이터 판별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약 1000여명. 완전고용 형태는 아니지만 바운드포 오프라인 교육을 수료하고, 평가시험을 통과한 인력이 일감이 생길 때마다 비상시적으로 데이터 라벨링 업무를 하고 있다.

황 대표는 “바운드포가 정의한 ‘고품질 데이터’ 기준을 통과한 경우 단일 사업을 총괄하는 실무자(사업관리자, PM)로 성장시키는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엔비디아도 주목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와 나란히 GTC 2024 행사에 참여한 황인호 대표. (바운드포 제공)
바운드포의 주요 고객사는 무인화 전환에 집중하는 모빌리티(로봇, 자율주행차)와 제조·물류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바운드포의 현실 세계 데이터로 객체 식별과 영역 구분 학습에 활용하기도 하고 좀 더 전문성 높인 데이터 상품(R1)으로 고해상도 이미지 분석·생성에도 활용한다.

황 대표는 “데이터 입력 밑작업을 바탕으로 이미지 최소 단위인 픽셀(Pixel) 수준으로 정밀한 ‘패치 데이터(Patch Data)’를 만들어 고객사 AI 모델 성능을 높이고 있다”며 “국내 대기업 대상으로 최소 90%, 최대 98% 성능의 AI를 제공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그 덕에 지난해에는 엔비디아 칩 생태계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셉션 프로그램(NVIDIA Inception Program)에 합류하기도 했다. 올해 3월 엔비디아와 함께 GTC 2024 행사에 한국 스타트업으로서는 당당하게 참여해 미국, 일본, 대만의 주요 로봇·테크 기업과 AI 데이터 공급을 위한 협의도 진행하게 됐다.

황 대표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처럼 AI 데이터 생산기지를 국내에 두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고품질 데이터를 전 세계 주요 기업에 공급하는 글로벌 데이터 파운드리 기업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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