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피벗’, 美 대선…'빅 이벤트' 몰린 추석 이후 한국경제
“아랫목(수출)의 온기가 윗목(내수)으로 퍼지지 않고 있다”는 한국 경제 진단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연말까지 침체한 내수를 살릴 ‘반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반전의 계기, 혹은 악재가 될지 모를 올해 최대 ‘빅 이벤트’ 2개가 연말에 몰렸다. 10월로 예상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다. 두 이벤트를 중심으로 연말 경제 기상도를 전망했다.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시간=고금리를 무기로 수년째 고물가와 전쟁을 치러 온 한은이 드디어 ‘종전 선언’을 고민 중이다. 한은의 피벗 시기는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10월로 전망된다. 일단 물가상승률이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정부 목표치(2%대)에 안착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3일 “물가 흐름이 예상대로 가고 있다”며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불붙은 집값도 열기가 다소 식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8월 둘째 주(0.32%) 정점을 찍은 뒤 4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했다. 거래량도 8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한국시각으로 이달 1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 확실시된다.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미국 경기 둔화 신호로 Fed가 과감히 ‘빅 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Fed가 금리를 내리면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않고 버틸 여지는 더 좁아진다.
금리 인하는 빚에 시달리는 이들에겐 구원 투수다. 소득 대비 빚이 많은 취약 계층이나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기업 투자도 늘어날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 효과가 6개월 안팎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 인하 폭이 작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저소득층·취약계층 소득을 지원해 주는 형태로 재정 지출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계 부채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등한 집값이다. 정부가 은행권을 압박해 쏟아낸 각종 대출 규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경우 피벗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11월 미국 대선=대한민국에 붙는 수식어 중 하나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11월 5일(현지시간) 치를 미국 대선에 관심을 갖는 건 미국이 주도하는 ‘수출의 룰’이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단지 미국뿐 아니라 미국과 갈등을 겪는 중국으로의 수출 전략은 물론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같은 한국의 주력 산업이 영향권이다.
바이든 행정부 2인자인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기존 ‘바이드노믹스(Biden+Economics)’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반도체와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국내 투자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대기업 법인세를 인상하는 등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트럼프는 모든 외국산 제품에 대해 기본 관세를 10%포인트 더하고, 중국산 제품을 수입할 경우 6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은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누가 당선되든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미국 내 제조업 투자에 인센티브(혜택)를 주고, 첨단 기술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보호 무역주의 경제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중 갈등 지속에 대비해 대미 투자를 늘리더라도 중국과 시빗거리를 만들지 않는 등 미·중 균형 수출 전략을 추진하고 ▶전기차·원자력발전·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이어가고 ▶한·미 동맹 강화 연장선에서 방위산업 등 분야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비하되, 동맹으로서 ‘미국과 경쟁하지 않는 나라, 협력할수록 서로 득이 되는 나라’란 강점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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