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홀로 외로운 싸움, 감독조차 벤탄쿠르 편..."이번 기회로 배우길"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의 사령탑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조차 영국축구협회로부터 기소된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감쌌다. 앞서 벤탄쿠르의 손흥민 인종차별 논란이 커졌을 때 손흥민에게 결정권을 떠넘겼던 그다.
영국 '풋볼 런던', 공영방송 'BBC' 등 복수의 현지 매체들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영국축구협회가 벤탄쿠르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벤탄쿠르가 기소된 이유는 그가 영국축구협회 규정 중 E3 조항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E3 조항은 선수와 감독은 물론 코칭 스태프들, 그리고 축구와 관련된 관계자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조항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외부에서 함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정이다.
규정 중 E3.1 조항에는 "부적절한 언행을 했을 경우 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에는 폭력적인 행동과 모욕적이거나 불쾌한 발언이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E3.1 조항에 이어지는 E3.2 조항은 가중 위반과 관련된 규정이다. 해당 조항은 선수, 코칭 스태프 및 관계자가 부적절한 언행을 했을 시 ▲인종 ▲피부색 ▲민족 ▲국적 ▲성별 ▲성적 지향성 ▲장애 등이 내용에 포함되었을 경우 추가적인 처벌이 따른다고 설명한다.
E3 조항을 위반하면서 E3.2 조항에 의해 가중 위반까지 적용될 경우 해당 인물은 출전 정지 혹은 벌금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2020년 규정이 개정된 이후 선수들이 받는 출장 정지 징계의 경기 수가 기존 5경기에서 6경기로 늘어났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자국 TV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aeta)'에 출연했는데, 프로그램 도중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꺼냈다.
당시 프로그램 진행자가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부탁하자 벤탄쿠르는 손흥민의 애칭인 '쏘니(Sonny)'의 유니폼을 원하는 것인지 되물었고,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유니폼을 줘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라며 웃었다. 아시아인들의 외모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담긴 멘트였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곧바로 논란이 됐고, 이를 인지한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말이 '나쁜 농담'이었다면서 손흥민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해명과 함께 사과했다.
그러나 벤탄쿠르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벤탄쿠르는 SNS 중에서도 인스타그램,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기능 중 스토리 기능을 사용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스토리 기능은 사용자가 지우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 게시글과 달리 24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기록에 보관되기는 하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사용자 본인밖에 없다.
이후 손흥민이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고, 오해를 풀었다며 벤탄쿠르를 감쌌지만 여전히 팬들의 분노는 남아 있었다. 정작 두 선수가 속한 구단인 토트넘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입장문이 올라온 이후에야 결국 입을 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관련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기자회견 도중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가 손흥민에 대한 언급과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2024 경기 후 장면에 대해 어려운 시간을 겪었는데, 이를 두고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는지 혹은 나눌 예정인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에 "코파 아메리카에 대해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전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쏘니(Sonny)다. 손흥민이 하는 대로 따르고 있다. 그와 관련해서는 처리 중이고, 뒤에 추가 조치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지금 중요한 건 (대화가 아니라) 이번 일로 영향을 받은 손흥민의 기분과 손흥민의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손흥민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말이었다.
영국축구협회가 벤탄쿠르를 기소하는 게 확정된 이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약 두 달여 만에 비슷한 질문을 다시 받았다.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쏘니(손흥민)와 벤탄쿠르는 둘이서 그 일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고, 두 선수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했다. 벤탄쿠르는 본인의 발언을 사과했고 손흥민은 사과와 함께 자신의 동료가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에 산다. 축구선수든 이웃이든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을 공유한다. 우리 모두가 했던 일의 결과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우리는 사람으로서 노력한다. 언제나 올바른 일을 하려고 하지만 항상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모두가 실수를 한다"며 벤탄쿠르를 감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어 "이전에도 말했듯 나는 처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죄를 반성하고 배우는 기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모든 걸 이해하고 관용하는 사회를 세우려면 실수한 사람들에게도 그걸 알려야 한다. 이번에 벤탄쿠르가 겪은 것처럼 말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벤탄쿠르를 더 많이 안다. 벤탄쿠르와 매일 함께 하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자 훌륭한 팀 동료지만, 이번에는 실수를 했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벤탄쿠르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배우길 바란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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