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창업 탈출 제 1 비결···‘내 탓이오’ 자세로 실패 경험 쌓아야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9.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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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팔고 싶은 NO…손님 원하는 상품 팔아야”

폐업·창업을 반복하는 ‘회전문 창업’에 빠진 자영업자가 많다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다. 어려움을 딛고 재창업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도 여럿이다.

회전문 굴레를 벗어난 자영업자들은 ‘재도전’과 ‘회전문 창업’ 사이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다시 창업을 해서는 악순환만 계속된다는 점에서다. 반복된 실패를 극복하고 회전문 창업 탈출에 성공한 이들에게서 장사 노하우를 배워본다.

사례1이도우 산으로간고등어 대표

철저한 객관화로 문제점 찾아라

이도우 산으로간고등어 대표는 철저한 객관화를 통해 문제점을 분석했다. 숱한 실패 끝, 보완할 점을 익힌 뒤에 마침내 ‘산으로간고등어’ 창업에 성공했다. (산으로간고등어 제공)
창업에 실패한 자영업자 다수는 폐업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주변 환경이나 운의 탓으로 돌린다. 본인은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주변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자기 객관화가 덜된 결과물이다. 맛·서비스·품질 등 식당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사장 본인의 역량에 따라 달렸다. 주변을 탓하기보다는 본인과 가게의 개선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필수다.

경기도 용인에서 생선구이 식당 ‘산으로간고등어’를 운영하는 이도우 대표(56)는 ‘객관화’를 통해 회전문 창업 굴레에서 벗어났다. 이 대표는 1993년 8평 정도 작은 생선구이 식당을 열었다. 사촌과 함께 공동 창업을 했지만, 사촌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첫 창업 이후 해물찜, 생선구이 등 수산물 식당으로만 6번의 창업을 시도했다. 성공한 매장은 없었다. 계속된 실패에 지쳐가던 찰나, 2016년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8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가게를 차리기 전, 7번이나 실패한 이유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꼼꼼히 살펴봤다.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점이 속속 발견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료 공수’였다. 과거 이 대표는 매번 새벽 가락시장을 다니며 좋은 수산물을 찾아다녔다. 본인은 가장 뛰어난 재료를 구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수산물 유통 구조를 다시 공부했습니다. 진짜 좋은 수산물은 일반 시장까지 오지도 않더군요. 특상급 수산물은 현지에서 다 소진하고, 나머지만 시장으로 보내는 구조였습니다. 재료 공수부터 제대로 하자고 생각했죠. 부산을 비롯한 각종 산지를 찾아다니며 수산물을 직접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밖에도 접객, 서비스, 요리 과정 등 객관적으로 파악한 문제점을 해결한 뒤 8번째 매장 ‘산으로간고등어’를 열었다. 현재 가게는 월평균 방문객이 3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끈다.

“실패를 주변 환경이나 운의 탓이 아닌 나의 탓으로 인정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쳐다보니, 제가 7번이나 실패한 이유가 보이더군요. 재료, 맛, 식당 위생 등 모든 게 부족했습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공부와 연구를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갖춘 식당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례2이건영 도하정 대표

잘나가는 가게에서 배워라

성공한 가게의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자영업은 레드오션이라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극한의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가게의 노하우를 익히면 시행착오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

한우곰탕 전문점 ‘도하정’을 비롯해 국내 5곳 가게를 운영하는 이건영 대표(44)는 벤치마킹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지금의 사업체를 만들기 전 5번의 폐업을 겪었다. 2017년 떡갈비집을 폐업했고 2019년에는 쌈밥 전문점의 문을 닫았다. 두 가게를 접으면서 1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먹은 그는 밑바닥부터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외식업 관련 서적, 유튜브, 블로그, SNS 등을 열심히 봤다. 특히 이미 성공한 ‘대박집’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손님이 몰리는 인기 가게를 직접 방문, 간접적으로 그들의 비법을 배웠다. 성공한 사례와 본인의 경험을 비교하며 자신이 부족한 점을 찾아냈다.

“본인 매장 안에만 있을 때는 항상 보던 것만 보고 듣던 것만 듣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이 떠오르기 어려운 환경이죠. 가게를 벗어나니 시야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외식 잡지 열독, 성공한 지인 가게 방문, ‘대박 가게’의 비법 연구 등을 통해 역량을 키웠습니다.”

오랜 공부 후 차린 식당들은 모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곰탕 전문점 ‘도하정’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할 정도로 호황이다.

“주위 사람이 식당 창업을 한다고 한다면, 본인이 계획하고 있는 메뉴로 가장 영업을 잘하고 있는 매장을 찾아가라고 말합니다. 기회가 되면 그 가게에서 한번 일해보라고 권하죠. 그게 어렵다면 거의 100% 똑같이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연구할 것을 강조합니다. 비법 중 하나만 본인 것으로 만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매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례3송영희 톤섬 대표

고집 버리고 손님 원하는 상품을

송영희 대표는 본인의 고집을 버리고, 피드백을 반영해 지난 실수를 만회했다. 송 대표가 운영 중인 부산 영도의 돈가스 전문점 ‘톤섬’.(톤섬 제공)
매장 폐업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사장님의 ‘아집’이다. 본인이 옳다는 고집에 사로잡혀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망하는 이가 부지기수다.

부산 영도에서 돈가스 식당 ‘톤섬’을 운영하는 송영희 대표(44)도 이런 아집 때문에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겪었다. 가전 판매 업체에서 일하던 송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2011년 고향인 부산 영도에 돈가스 가게를 열었다.

첫 창업부터 꼬였다. 조리·가게 운영 경험이 전무해, 음식은 제대로 만들지 못했고 접객은 엉망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가게를 접고 돈가스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2013년 두 번째 가게를 창업했다. 문제는 이때 시작됐다. 고객 입맛은 생각도 못한 채 본인이 만들고 싶은 음식만 팔았다. 제대로 된 메뉴를 개발하기도 전에 신메뉴를 만들겠다며 준비도 안 된 음식을 내놓기도 했다. 기본 메뉴조차 자리 잡지 못한 식당을 소비자는 외면했다.

“10년간 돈가스만 공부하며 내가 팔고 싶은 음식만 고집하며 운영했습니다. 잘될 리가 없었지요. 빚이 쌓여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우울증까지 왔습니다. 그해 암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처절한 실패였습니다.”

암 수술을 받은 후, 잠시 방황하던 송 대표는 마음을 가다듬고 재창업에 도전한다. 무수히 실패를 겪었던 돈가스를 다시 창업 아이템으로 택했다. 다만, 이번에는 고집을 버렸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다른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고 주변 손님 의견을 받아들여 수차례 수정을 거치며 메뉴를 가다듬었다. 실패했던 부산 영도에 ‘톤섬’을 열며 재기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 톤섬은 매장을 연 2022년부터 ‘줄 서서 먹는 맛집’ 반열에 오르며 승승장구 중이다.

사례4손영래 스시도쿠 대표

나만의 특색을 입혀라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요소를 갖춰야 한다. 다른 가게와 뚜렷한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

서울 왕십리에서 초밥집 ‘스시도쿠’를 운영하는 손영래 대표(45)는 차별화로 활로를 찾았다. 손 대표의 첫 창업은 일식집과 거리가 멀었다. 처음에는 IT 회사를 창업했다가, 이후 마케팅 회사를 차렸다. 두 번의 창업이 실패로 끝난 2016년, 본인이 해볼 만한 사업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일식. 당시 일식 시장은 양극화가 심했다. 가격은 싸지만 맛은 떨어지는 초밥집, 또는 맛은 있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호텔 일식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이 틈을 파고들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 초밥을 판매하는 스시 전문점 ‘스시도쿠’를 창업했다. 예상은 들어맞았다. 가게를 낸 지 1년 만에 별관을 만들 정도로 사세가 커졌다. 왕십리 본점에 이어 성수동, 신촌에 매장을 추가로 열었다. 현재 왕십리 본점 연평균 방문객 수는 23만명에 달한다. 1년에 각기 다른 고객 이벤트만 46개 넘게 진행할 정도로 차별화에 공을 들인 결과다.

“차별화는 가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스시도쿠 신촌점은 다른 일식집과 달리 한정식처럼 많은 반찬이 나오는 메뉴를 판매합니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것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전략이죠. 차별화된 접근 방법 덕분에 스시도쿠 신촌점은 배달 매출 없이 매장 매출로만 월매출 1억2000만원을 거두는 우량 매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례5강혁주 평안도식당 대표

실패는 버리고 성공을 누적하라

강혁주 평안도식당 대표는 꾸준히 실험을 진행하며 ‘성공 노하우’를 축적해갔다. (평안도식당 제공)
강혁주 평안도식당 대표(39)의 첫 창업은 그의 나이 27살 때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원양어선을 타고 다니며 모은 돈 2억3000만원을 탈탈 털어 강남에 위치한 평안도식당 직영점을 인수했다. 장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당시,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를 운영하면 그래도 돈벌이는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과는 처참했다. 월매출 2800만원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나가는 비용이 3500만원이 넘었다. 계속되는 적자에 강 대표는 폐업을 선택한 대신 ‘실험’을 택했다. 테이블 배치, 고객 대응, 직원 관리, 메뉴 구성, 가격, 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실험을 해가며 실패한 건 버리고 성공한 시도만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가게 일지를 쓰며 자신의 실험과 변화를 기록했다.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다는 생각에 계속 실험에 나섰어요. 예를 들어 당시 1만8000원이던 모듬 순대를 어떤 손님이 ‘1만원어치만 팔면 안 되냐’고 요구해 흔쾌히 응했는데, 그 이후 단골손님이 됐고요. ‘매운 걸 좋아해요’라는 배달 손님 요구 사항에 청양고추를 2000원어치 왕창 드렸더니 당장 리뷰가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패한 실험도 물론 많죠. 수년간 성공 케이스만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니 저만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월매출 2800만원이었던 순댓국 가게는 이제 월매출 2억원을 넘어선다.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를 인수해 이제는 20개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 대표가 됐다. 월매출 1억원을 웃도는 매장만 7개다.

강 대표는 “굳이 실험을 직접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선배 자영업자들에게서 장사 노하우를 배우면 상대적으로 큰 수고와 비용 들이지 않고 실패하지 않는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그는 두 달마다 70명 정도 수강생을 받아 자신의 매장 운영 노하우를 강의 중이다. 장사가 끝난 밤 10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지만 수강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진짜 고생할 생각이 없으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하는 게 자영업이에요. 창업 3년 차까지 모은 돈이 5000만원이 안 된다면 명확히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자기 인건비 정도만 벌 수준이라면 냉정히 미래가 없다고 보거든요. 이럴 땐 몸소 수많은 실험을 통해 혁신을 꾀할 다짐을 하거나, 선배 자영업자 같은 멘토에게 조언을 구해 가게에 변화를 줘야 합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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