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렸을 때 당황한 연기 잘하면 공짜"…KTX 무임승차 꼼수 '논란'
온라인에 팁 공유, 무임승차 가능 여부 묻기도
코레일, 모니터링 강화하며 신고방도 운영
추석을 앞두고 KTX ‘무임승차 꼼수’가 논란이다. 목적지 역의 직전 역까지만 승차권을 예매한 뒤 자는 척한다거나, 적발되면 당황한 듯 연기하거나 자진 신고해 추가 금액을 내지 않거나, 일부만 결제하는 꼼수를 부리는 식이다. 승객이 자진 신고할 경우 기존 운임의 1.5배를 내야 하지만, 승무원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벌금을 쉽게 물리지 못할 것이란 허점을 노린 것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나만의 KTX 값 아끼는 꿀팁’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공무원이었다. 그는 “난 서울에서 부산갈 때 KTX 표를 대구까지 끊고, 대구 지나고 나서 이어폰 꽂고 자는 척한다”며 “(부산 전에) 울산이나 경주에 정차(하는 기차를 타면) 안 된다”고 귀띔했다. 이어 “운 나빠서 걸리면 대구역에서 내려야 했다고 말한다. 그럼 그냥 넘어가거나, 좀 깐깐한 검표원은 대구에서 부산 비용만 결제한다”며 “당황한 (것처럼)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명절 KTX 부정 승차 적발은 4만건이 넘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명절 동안 코레일이 적발한 부정승차 건수는 4만1923건이다. 징수된 부가 운임은 10억5900만원이다. ‘승차권 미소지’가 전체 부정승차 유형의 97%(4만700건)이고, 전체 징수액의 96.5%(10억2200만원)를 차지했다.
부정승차를 제재하는 법은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적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철도사업법 제10조는 정당한 운임ㆍ요금을 지급하지 않고 열차를 이용한 경우엔 최대 30배의 부가 운임을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고객 서비스 문제다 보니 승무원마다 입장이 갈렸다, 앞서 동대구역에서 못 내리고 부산역에 간 척한 승객의 예시를 들자, 코레일 승무원은 “원래는 그 구간만큼 돈을 내는 게 맞는데, 오승(誤乘. 잘못 탄) 고객으로 처리한 뒤 그냥 보내 드린다”고 했다. 또 다른 승무원은 “부정승차 문제가 있어 부가금에 푯값까지 따로 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일각에선 명절에 ‘노쇼’ 문제가 부정 승차와 연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누가 팁이라고 해서 (인터넷에) 올리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적발되면) 다음 역에 무조건 하차시킨다. 명절 때는 차내 발권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코레일은 2020년 9월 추석 특별수송 첫날에 승차권 없이 열차에 탄 153명을 적발해 부가 운임 10배를 징수한 뒤 강제하차 조치하기도 했다.
또 해마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열차 승차권 예매 전쟁이 벌어지지만, 정작 승차권 10장 중 4장은 환불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4년 설) 명절 연휴 기간 코레일 열차 승차권 반환율은 연평균 판매량 331만6619매 중 135만570매(41%)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설날(2월 10일)에는 판매된 승차권 408만2452매 중 186만4739매(46%)가 취소 후 환불됐다. 이 중 19만5244매(4.7%)는 열차 출발 전까지 판매되지 못해 공석으로 운행됐다. 이는 열차 운영사와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윤 의원은 "열차 출발을 바로 앞두고, 혹은 열차 운행 뒤에 승차권을 환불하는 행위는 사실상 해당 승차권이 공중분해 되는 것"이라며 "노쇼 피해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명절 기간만큼은 취소 수수료를 인상하고 재판매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추석 연휴에 부정승차나 기차표 불법 거래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고, 코레일 홈페이지에 암표 거래 신고방을 운영한다”며 “암표 거래 시 최대 500만원까지 부과한다고 홍보하고, 신고자에겐 열차 할인권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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