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베팅 합법화 길 열렸다…"다음주 상품 출시"
트럼프 vs 해리스 승자 예측 등 상품 출시
미국에서 공정성 침해 등의 이유로 금기시돼온 '선거 베팅'이 합법화의 길에 들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연방 정부에서 금지한 선거 베팅이 이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열릴 예정"이라며 "대형 중개사의 합류로 선거 베팅 시장이 주류로 올라서는 데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선 태풍 상륙 날짜부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폭, 테일러 스위프트 차기 앨범 발매 시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미래 사건에 대해 예측하고 베팅하는 '이벤트 계약'(event contract) 시장이 활성화돼 왔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두고 도박하는 것만큼은 허용되지 않았다. 공정성, 신뢰성과 같은 선거의 가치들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워싱턴 D.C. 연방 법원이 내린 예상 밖의 결정으로 선거 베팅 합법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오는 11월의 미국 상·하원 다수당 예측 상품을 출시하려는 미국의 베팅 플랫폼 '칼시'와 이를 규제하려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법정 공방에서 법원이 칼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불복한 CFTC가 제기한 판 유예 신청까지 법원이 이날 최종 기각하면서 선거 베팅이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서게 됐다.
사건을 맡은 지아 M. 콥 판사는 "칼시가 출시하려는 상품은 불법 활동이나 도박과 무관하다"며 "오히려 선거와 관련된 것인데 선거는 불법도 아니고 도박도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법원은 베팅 시장이 활성화되는 게 좋은 일인지 또는 의회가 나서야 하는 일은 어떤 것인지 등과 같은 가치판단을 내리려는 게 아니다"라며 "법원의 유일한 임무는 의회가 한 일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뿐이고, 의회는 CFTC에 무엇이 공익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칼시는 즉각 환호했다. 루아나 로페스 라라 칼시 공동창립자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에서 선거 베팅은 이제 합법"이라며 "100년 만에 이 베팅 시장을 미국에 다시 열 수 있게 돼서 무한히 영광스럽고 꿈만 같다"고 환영했다. 벌써 칼시의 웹사이트에는 오는 11월 선거에서 미국 상·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할 정당을 예측하는 베팅이 진행 중이다. 미 동부 시간 오후 3시30분 기준 약 5만건의 계약이 거래됐다.
대형 중개사들도 이에 질세라 선거 베팅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300만개가 넘는 고객 계정을 보유한 미국 최대 전자거래 중개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차기 백악관의 주인이 될지 베팅하는 상품을 오는 16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스 앤 손버그의 이벤트 계약 전문가 로리안 크리스테아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업계에 중요한 순간"이라며 "그동안 해외의 미등록 또는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거래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명확한 규칙에 따라 감시되고 규제되는 안전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비영리단체 베터마켓의 파생상품 정책 책임자인 캔트렐 듀마스는 "칼시의 정치적 파생상품 계약을 허용하는 것은 미국 선거를 향한 전례 없는 도박의 홍수 장벽을 여는 위험한 움직임이며, 시장과 민주주의 대한 대중의 신뢰를 침식한다"고 꼬집었다. CFTC는 논평에 응하지 않은 채 항소한 상태다.
한편 탈중앙화 예측 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에선 오는 11월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될지를 두고 가상화폐 보유자들의 베팅이 한창이다. 이날 오전 10시 35분(한국 시각) 현재 미국 대선 결과 베팅에 몰린 금액은 8억9700만달러(약 1조원)에 육박한다. 해당 플랫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50% 동률로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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