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터뷰 1화] 소방관 가족이 가슴 철렁한 순간 (영상)

천금주,최민석,이하란,조주희 2024. 9. 1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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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희망’, 누군가에겐 ‘희생’…소방 가족의 첫 번째 비밀 이야기

지난 4월 23일 토요일 오후 5시30분. 경기 안성시 미양면 보체리 공장 단지에서 불이 났습니다. 선박용 폴리우레탄 보냉재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이어서 가연성 물질이 많았죠. 화마는 순식간에 공장 한 동을 집어삼켰고, 곧바로 옆 동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86대와 소방관 297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불을 완전히 끌 때까지 15시간. 밤을 꼴딱 새웠습니다.

국민일보 유튜브 채널 ‘KMIB-작은영웅’은 출동 문자에 달려나가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화재 진압을 완료했던 소방 영웅들의 활약을 영상을 통해 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상 속엔 잿더미로 변한 공장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많은 이들을 걱정시켰죠.

그 장면을 보면서 소방관 가족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장에 소방관들이 등장하면 마치 어벤져스가 나타난 것처럼 희망이 생깁니다. 하지만 같은 장면이 가족에겐 어떻게 다가갈까요? 그래서 소방 영웅의 가족들의 직접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그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의 가족 5명을 지난 6월 22일 안성소방서에서 만나 그동안 가슴 깊이 묻어뒀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화재출동 음원’을 들은 소방 가족들의 다양한 반응

먼저 가족들에게 긴급출동 사이렌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클래식과 함께 나오는 ‘긴급출동’ 소리에 이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소방관이 된 지 2년 밖에 안 된 새내기 소방관 도기119안전센터 이한빛 반장의 아내 장예나(31)씨는 “너무 긴장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너무 긴장되는 소리라 출동할 때마다 이렇게 울리냐고 남편한테 재차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처음 들어봤다고 한” 홍준환(17)군은 “시끄럽게 벨이 울릴 줄 알았는데 클래식 음악이 나왔다”며 “생각하지도 못했던 출동벨”이라고 했습니다. 준환군의 어머니는 올해 22년 차 베테랑 소방관으로 안성소방서 화재예방팀에서 근무하는 김미진 소방위님입니다. 22년간 이 소리에 벌떡 일어나 달려나갔을 엄마를 상상하면 ‘생경스럽다’고도 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무섭진 않고 괜찮은 것 같아요. 막 긴박한 느낌은 아니어서 심장이 덜 졸려요. 거부감도 없어요” 담담하게 말을 한 주인공은 원곡119안전센터 소속 장문수 소방위의 딸 지우(11) 양이었습니다. 그의 아빠는 19년차 베테랑 소방관으로 현장을 누비는 진압대원입니다.

아빠의 뒤를 잇기 위해 열심히 훈련 중인 예비 소방관 송다혜(24)씨 반응은 진지했습니다. 안성소방서 소방행정과 팀장 송창원 소방경의 딸인 그는 소방학교에 재학 중이어서 들을 일이 거의 없지만 “나중에 일을 하게 되면 저도 저 소리 듣고 벌떡 일어나 바로 달려나가겠구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를 떠올렸는데 “예전에 아빠 소방서를 잠깐 갈 일이 있어서 갔었는데 아빠랑 이야기하다 저 소리 나자마자 바로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아빠가 진짜 소방관이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긴급호출을 받고 출동한 소방관을 본 가족들의 심경

소방서 현장대응팀은 지휘부, 진압대, 구조대, 구급대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작팀이 만난 소방가족들 중 2명은 진압대였고, 3명은 지휘대였습니다. 장예나씨의 남편 이한빛 반장은 진압대입니다. 그날 대응 2단계 발령이 나기 직전까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예나씨는 “밥도 못 먹고 가야했던 남편이 안타까웠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아이들과 외출하고 들어와 저녁 밥을 딱 먹으려고 하는데 남편 전화가 와서 ‘대응 2단계니까 출동해야 된다’ 그래서 급하게 간 기억이 있어요. 애들이랑 인사도 못하고. 그러고는 한 이틀 집에 못 들어왔던 것 같아요. 안타깝죠. 남편이 밥을 못 먹었을 걸 생각하면...”

반면 19년 동안 화재 현장을 누볐던 베테랑 소방관 원곡119안전센터 장문수 소방위의 딸 지우양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비번이었던 아빠가 집에 함께 있다가 긴급출동 문자를 받고 달려나갔는데 “처음엔 조금 걱정됐지만 나중엔 그 걱정이 얕아졌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아빠가 소방서를 많이 다녀서”라고 했는데. 지우가 태어나기 전부터 소방관이었던 아빠가 늘 그랬듯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죠. 하지만 지우 엄마이자 장 주임 아내는 달랐던 것 같아요. “(엄마는) 초조해하실 때도 있고요. 영상통화를 했을 때 괜찮으면 초조해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소방관이었던 준환군도 걱정에 휴대폰을 손에 놓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날 갑자기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오늘 집에 안 들어오신다고 하셔가지고 왜냐고 물어보니까. 불이 크게 났다고, 그 얘기 듣고 좀 많이 걱정됐어요. 그날 근무하는 날이었는데 큰 화재가 나서 퇴근할 시간이 됐는데도 퇴근을 못하니까 연락을 주신 거에요.”

11년차 지휘부 소속 이창수 소방장의 아내 유진혜(45)씨는 현장 출동 업무가 아니어서 그토록 불안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료들의 투입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업무인데다 불이 완전히 꺼졌다는 통보를 받고 난 뒤에도 안도할 수 없는 업무를 맡고 있어 힘겨워 보인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뜨거운 불속에 들어간 상황은 아니지만 동료들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항상 궁금하고 걱정돼요.” 그러면서 2년 전 경험을 떠올렸는데 “굉장히 큰 화재여서 소방관이 순직하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때 저희 남편이 지원업무를 하는 상황이어서 되게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화재 현장에 들어가서 힘든 게 아니라 처음 지원했던 순간부터 순직 소방관들 마무리할 때까지 업무를 할 때 많이 의기소침 하고, 우울한 느낌도 있고,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그런 것도 걱정되고….”

소방학교에서 교육 중이었던 다혜(24)씨는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가장 늦게 소식을 접했다고 합니다. 그는 주말에 집에 와서야 화재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아빠가 현장에 뛰어드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판단에 따라 현장 상황이 좌지우지되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는 업무여서 마찬가지로 버거웠을 거라고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상황 파악도 빨리해야 되고, 출동한 인원들이나 거기 화재 상황에 따른 것도 다 파악을 하고 있어야 되니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다혜씨는 “아빠가 별 탈 없이 돌아왔으니까 일단 다행이고, 다친 분들은 없는 걸로 아는데 그것도 진짜 다행”이라며 안도했습니다.

소방관을 가족으로 둔 이들 곁엔 늘 불안과 초조가 따라다닙니다. 직업적 사명감이 크면 클수록, 그래서 더 훌륭한 소방관이 되면 될수록 가족들은 더 가슴을 졸이게 되죠. 긴급출동에 나선 순간을 떠올리면서도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만약 화재 현장을 직접 보게 되면 어떨까요? 다음 편에선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직관한 뒤 그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둔 비밀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 영상으로 보기!

누군가에겐 희망, 누군가에겐 희생인
소방가족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유튜브에서 ‘KMIB(히든터뷰)’을 검색하세요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최민석 기자 yullire@kmib.co.kr
이하란 기자, 조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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