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꼭 듣고싶다" 공약 반응 폭발…6시간 뛴 중앙대생, 무슨 일
“50㎞ 더 채울 거다. 3바퀴는 더 뛰어야한다”
13일 낮 12시 42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정문 앞. 중앙대 수학과에 재학 중인 이주형(24)씨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6시간 10분 넘게 정문 앞 광장 주위를 달리고 있었다. 광장 주위를 한 바퀴 돌면 거리가 약 200m 정도다. 뛰기 시작한 지 첫 2시간 30분 동안은 평균 시속 10㎞로 쉬지 않고 달렸다. 지난 3월 하프코스 마라톤에 입상한 그는 오는 11월에 열릴 JTBC 마라톤에 참여하려 하는 러닝 마니아다.
이날은 해가 쨍쨍하다가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는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이씨의 이마에선 땀이 비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흘렀다. 행인들 사이를 피해 다니느라 다리 힘은 갈수록 풀렸다. 이씨는 걷다가 다시 뛰기를 반복했지만 주저앉진 않았다. 그의 달리기는 낮 12시 47분쯤 달리기 시작한 지 377분 만에 끝났다. 그는 궂은 날씨에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뛰었을까.
이씨가 학교 앞을 달린 건 그가 수강 신청한 ‘응용수학(2)’라는 과목이 폐강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수강생이 4명밖에 되지 않아 최소 정원인 (수강생) 10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씨는 지난 3일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라티임’에 글을 올렸다. 추천을 1개 받을 때마다 1㎞를 달리겠단 내용이었다. 이씨의 공약 덕분일까, 강의는 폐강을 면했다. 지난 6일 기준 추천 수는 372개에 달했고 수강생은 기존 4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이씨는 현실적으로 372㎞를 뛰는 건 어렵다고 보고 대신 372분을 내리뛰겠다고 했다. 애초 추천 수가 50개 정도에 그칠 줄 알았는데 반응이 폭발적인 데다가 폐강 위기에서도 벗어난 만큼 이씨는 목표치를 초과 달성(377분)했다. 이씨는 “(과목을 맡은) 채동호 석좌교수는 나의 지도교수의 지도교수이며 이 분야의 대가”라며 “수업을 꼭 듣고 싶었다. 누군가에겐 간절한 수업이다”라고 말했다.
박사 학위를 목표로 하는 이씨의 바람에 부응하듯 이날 그의 달리기엔 지인들과 러닝 동아리원들이 함께했다. 달리기에 동참한 정유경(24)씨는 “수업을 듣겠다는 이유로 6시간 넘게 뛰는 게 걱정되면서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씨를 알아본 학생들은 그와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그를 응원했다.
학기당 폐강 100여개…“학령인구 감소로 폐강 늘 수도”
이씨처럼 대학생들이 수강을 희망하는 과목의 폐강을 막기 위해서 대학 커뮤니티 등에 ‘수강생 모집합니다’ ‘폐강 위기에서 구해주세요’라는 등의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개강 첫 주 수강생 인원에 따라 해당 과목의 폐강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폐강된 강의 수는 학기당 100개 안팎이었다. 지난해 2학기 기준 폐강된 과목 수는 서울대 161개, 연세대 80개, 고려대 165개 등이다.
대학가에선 학령인구 감소로 폐강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 정원이 줄어드는 만큼 폐강되는 과목이 늘어나거나 강의 수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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