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때 단가 센 알바 뛴다"…나홀로 추석 '혼추족' 추석나기
고향이 경남 창원인 프리랜서 장모(36)씨는 2018년 서울에 혼자 이사 온 이후로 명절에 고향을 간 적이 없다. 장씨는 “명절은 차편을 구하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굳이 내려갈 생각을 안 했다”며 “명절이라고 해서 평일과 다른 느낌은 사실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장씨는 명절에 호텔이나 택배 배송 등 단가가 센 단기 고액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이모(36)씨도 추석에 가족을 만나는 대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씨는 “올해 추석에는 회사 다니느라 미뤄뒀던 공부를 할 예정”이라며 “친척끼리 모이면 서로 간섭하는 말만 오가서 불편하고 싫다. 오히려 한산해진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나 홀로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은 연휴 기간 단기 알바를 하거나 홀로 주거지에서 머무는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고 있다. 혼추족이 늘어난 데에는 1인 가구 증가 및 제사 문화 약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통계상 1인 가구는 지난달 기준 1009만7800가구로 전체 주민등록 가구의 42%다. 제주항공이 지난 2022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추석 연휴 계획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해보니 응답자 4118명 중 41%(1699명)가 ‘국내 여행’으로 답한 가운데 ‘고향 또는 가족, 친지 방문’은 19%(786명)에 불과했다.
혼추족이 늘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은평구에선 젊은 1인 가구를 위한 소셜 다이닝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육전 등 명절 음식뿐만 아니라 전통주를 활용한 하이볼을 만들어 나눠 먹는 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한 회사원 조모(30)씨는 “4년 전 (지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낼 때는 명절에 함께 추석 음식을 해 먹었지만, 홀로 서울에 온 뒤엔 명절 음식을 챙겨 먹기 어려웠다”고 했다.
13일 서울 중구 중림사회복지관에선 쪽방촌 주민과 복지관 이용자 등 홀로 추석을 보내는 노인들을 위한 합동 차례식을 진행했다. 총 4차례 진행되는 차례식엔 60명이 신청했다. 낮 12쯤 열린 차례식에선 1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했다. 가정의례 지도사 백낙신(85)씨가 제례복인 푸른 두루마기에 유건을 쓰고 차례 진행을 도왔고, 한 명씩 절을 하며 차례를 지냈다.
차례식에 참석한 한모(76)씨는 “하나뿐인 아들이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로 차례를 지내지 못했다”며 “자녀에게 ‘마음 놓으라’며 차례상 사진을 보내줬다”고 말했다. 쪽방촌에 사는 이모(76)씨도 “아들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4년 전 남편을 떠나보내고 난 뒤 차례 지낼 생각을 못 했는데, 합동 차례식이 열린단 얘길 듣고 바로 참여했다”고 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추석 명절은 과거 농경 사회에서 만들어진 전통으로 산업화 이후 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인간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만큼 1인 가구를 위한 명절 행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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