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어느 캐나다 원주민 소녀의 꿈

임보혁 2024. 9. 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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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15)는 캐나다 원주민이다.

캐나다 서부 서스캐처원주 원주민 보호구역에 산다.

자신처럼 캐나다 곳곳의 원주민 보호구역에 사는 또래 친구 일곱 명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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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선교와 다음세대
사라(가운데) 양이 지난달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 내 카페에서 함께 방한한 친구들과 가진 성경공부 모임에서 자기 생각을 나누고 있다. 국민일보DB


사라(15)는 캐나다 원주민이다. 캐나다 서부 서스캐처원주 원주민 보호구역에 산다. 원주민인 아버지와 독일인 선교사로도 활동했던 어머니를 뒀다. 사라는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동생과 함께 어머니 밑에서 주로 자랐다고 한다. 그런 사라에게 최근 한국에 또 다른 부모와 두 명의 언니가 새로 생겼다. 지난 7월 27일 12박 13일의 일정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게 되면서부터다.

사라는 캐나다 원주민 다음세대를 대상으로 선교 사역을 펼치는 AYC(Aboriginal Youth Community·원주민청소년공동체) 대표 데보라 정 목사를 따라 선교여행 차 한국을 찾았다. 자신처럼 캐나다 곳곳의 원주민 보호구역에 사는 또래 친구 일곱 명과 함께였다. 지난달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에서 만난 사라는 며칠 머물렀던 신길교회의 한 성도 가정이 마치 자신의 집같이 포근했다며 밝은 미소로 추억을 쏟아냈다.

사라의 미소에서 한국 다음세대들의 미소가 겹쳐 떠올랐다. 캐나다 원주민과 한국은 비슷한 역사를 지녔다. 한국이 일제강점기를 겪었다면, 캐나다 원주민은 지배 계층이 된 백인들로부터 오랜 탄압을 받았다. 일제의 우민화 정책처럼 과거 캐나다 지배 계급은 원주민들이 정부의 정착지원금을 술과 마약에 탕진하게 했다. 빈곤과 중독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한국과 비슷한 역사이지만 다음세대가 처한 현재 상황은 다소 다르다. 소위 ‘한강의 기적’으로 이뤄진 눈부신 경제 발전의 풍요를 누리며 과거 조상들이 겪은 아픈 역사는 교과서로만 접해 쉬이 체감하지 못하는 한국과 달리, 캐나다 원주민 다음세대는 여전히 고통받는 부모세대를 보며 또 다른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고 한다.

현지 원주민 자살률이 백인의 20배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일례로 2022년 9월 4일 서스캐처원주 원주민 보호구역 일대에서는 연쇄 흉기 난동 사건으로 원주민 등 10명이 사망하고 최소 18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가해자 2명 모두 사망해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마약으로 인해 비롯된 사건이라 본다.

사라는 지난해 AYC를 처음 알게 된 후 신앙이 성장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 있지만 예수를 만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심에 감사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런 사라에게 아픈 역사를 딛고 눈부신 성장을 이룬 한국의 현재 모습은 큰 의미로 다가왔다. 사라는 “아무것도 없었던 한국 땅이 지금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이룰 수 있었던 이야기를 접하며, 우리 민족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며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우리 세대가 일으킬 변화가, 나를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뜻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채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 여기며 하루하루를 절망 가운데 살아갈 주변 친구와 이웃에게 사랑의 하나님을 전하고 싶다는 사라의 당찬 포부를 들으며 한국교회가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 한국교회의 다음세대가 어떤 비전을 품도록 이끌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당시 사라는 한국교회에 이 같은 기도제목을 전하기도 했다. “예수님의 반사판이 되고 싶어요. 주님의 살아계심을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예수님을 만나 180도 바뀐 제 삶이 주변 친구들에게 도전을 줬으면 해요. 한국교회 성도분들도 캐나다 원주민을 위해, 캐나다 땅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중독과 상처, 트라우마로 가득해 가정이 무너지는 그 땅이 하나님 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말예요. 하나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믿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갈색의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이렇게 말한 사라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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